여름에 가면 딱이다… 16만㎡ 대숲이 만든 전남의 ‘천연 에어컨’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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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천연 차양막 역할을 하는 '담양 죽녹원'
초록의 생명력이 절정에 달하는 계절이 다가온 가운데,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서늘한 여행지를 찾는다면 주목해도 좋다. 빽빽하게 들어선 대나무들이 거대한 천연 차양막을 형성해 도시의 열기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청정 휴양지를 소개한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에 위치한 죽녹원이다. 빽빽하게 늘어선 대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완성한 이곳은 고려 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과거 담양 주민들은 음력 5월 13일을 '죽취일(竹醉日)'로 지정해 마을 주변에 대나무를 심고 전통 술인 죽엽주를 마시는 축제를 즐긴 것으로 전해진다.
1920년대에는 대나무 제품의 상업화를 위해 산업조합이 탄생했으며, 담양에서 생산된 참빗과 바구니 등 다양한 제품이 해외로 수출될 정도로 명성이 높았다.
1970년대 이후 플라스틱 제품의 보급으로 대나무 수요가 급감하면서 방치됐던 성안산 일대의 야산 대나무숲이 2003년 담양군에 의해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됐다. 군은 향교 소유의 대밭과 주변 부지를 매입해 약 16만 제곱미터 규모의 울창한 대나무 정원인 죽녹원을 공식 개원했다.
대나무숲을 생태 관광 자원으로 과감하게 전환한 이 시도는 현재 연간 120만 명 이상이 찾는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를 탄생시킨 출발점이 됐다.
죽녹원에 들어서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솟아오른 대나무들의 압도적인 규모에 감탄하게 된다. 단순히 한 종류가 아니라 왕대, 맹종죽, 분죽(솜대) 등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닌 다양한 품종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가장 굵고 거대한 대나무를 왕대로 오해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몸통 직경이 20센티미터에 달하며 가장 거대하게 자라는 품종은 맹종죽이다. 반면 완대는 줄기가 곧고 탄력성이 뛰어나 과거 죽창이나 전통 죽세공품의 주원료로 널리 쓰였던 품종으로, 강인한 선비의 기개를 상징한다.
줄기에 하얀 가루가 묻어 있어 솜처럼 보인다고 이름 붙은 솜대는 죽순의 맛이 가장 뛰어나 식도락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솜대는 상록수 대나무로, 땅속 줄기가 옆으로 자라면서 퍼진다. 어릴 때는 하얀 가루에 덮여 있지만, 자라면서 갈색빛의 노란색, 노란빛의 녹색으로 변한다.
대나무는 일반 나무보다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월단위로 높고 다량의 음이온을 방출하기 때문에 숲속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혈액 정화와 스트레스 완화 효과를 직접 체감할 수 있다.

죽녹원 내부는 관람객의 취향에 맞춰 8가지 테마로 구성돼 있다.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철학자의 길, 선인들의 길 등 각각의 길은 저마다 고유한 분위기를 풍기며 다양한 쉼터를 제공한다.
우선 운수대통길은 정문을 통과하자마자 가장 먼저 만나는 산책로다. 전체 코스의 이정표 역할을 하는 이 길은 평탄하게 다져진 흙길을 따라 탁 트인 대숲 전경을 자랑한다. 길 중간에는 담양의 특산물인 댓잎 차를 시음하거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정자가 마련돼 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자극하는 죽마고우길에는 아기자기한 조형물과 벤치가 배치돼 있다. 특히 대나무를 엮어 만든 아치형 터널과 아담한 산책로는 연인들에게는 데이트 코스로, 오랜 친구들에게는 옛 기억을 공유하는 대화의 장으로 인기가 높다. 다른 코스에 비해 아늑한 느낌을 줘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여유로운 휴식을 취하기 안성맞춤이다.

철학자의 길은 시끄러운 소음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신만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는 고요한 구간이다. 산책로의 폭이 다소 좁고 완만한 경사가 이어져 있어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규칙적인 호흡과 명상을 유도한다. 반면 선인들의 길은 과거 담양을 거쳐 간 가사문학의 대가들과 선비들의 흔적을 스토리텔링으로 재현해 낸 공간이다. 길을 걷다 보면 정철의 성산별곡 등 교과서에서 보던 가사문학 작품의 구절들이 새겨진 안내판도 만날 수 있다.
맹족죽길은 죽녹원 내에서 가장 굵고 높게 자라는 맹종죽 품종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구간이다. 굵은 대나무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오른 모습은 거대의 자연의 압도감을 느끼게 한다. 직경이 최대 20센티미터까지 자라는 이 숲은 마치 무협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추억의 샛길은 과거 국민 예능 프로그램인 '1박 2일'과 '무한도전' 팀이 다녀가면서 대중의 인기를 확보한 구간이다. 대나무숲 사이로 정겹게 난 좁은 오솔길이 아기자기한 매력을 풍긴다. 또 길의 구조가 단조롭지 않고 굽이굽이 휘어져 있어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묘미가 있다.
죽녹원에서 가장 높은 지대인 성인산 정상부를 향해 올라가는 코스인 성인산 오름길은 체력 소모가 있지만 그만큼 보상이 확실하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대나무 사이로 햇살이 비치며, 사방이 탁 트인 개방감을 맛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선비의 길은 산책로 끝자락에 자리해 시가문화촌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시가문화촌은 면앙정, 송강정 등 담양의 대표적인 가사문학 정자들을 정교하게 재현해 놓았다.

대숲의 시작점인 죽녹원 전망대에 오르면 영산강의 시원인 담양천과 함께 수령 300년이 넘은 고목들이 장관을 이루는 관방제림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관방제림은 조선시대 수해를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방조제림이다. 담양천은 영산강의 상류 지역이라 매년 여름철 홍수가 나면 가옥과 농경지가 침수되는 피해가 반복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기 시작했으며, 대규모 중수 공사를 진행해 현재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관방제림은 1998년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366호로 지정됐다.
관방제림을 구성하는 나무들은 평균 수령 200년에 달한다. 약 2킬로미터에 이르는 구간에 푸조나무, 팽나무, 벚나무, 느릅나무 등 420여 그루의 거목들이 빽빽하게 들어섰다. 이 중에서도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푸조나무는 관방제림만의 고유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핵심 역할을 한다.

죽녹원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되며, 입장 마감은 오후 6시까지다. 입장료는 일반 3000원, 청소년 및 군인 1500원, 초등학생 1000원이다.
죽녹원은 전국 어디서나 대중교통과 자가용을 이용해 접근할 수 있는 교통 인프라가 잘 구축됐다. KTX나 SRT 고속열차를 이용할 경우 광주송정역에서 하차한 뒤 광주 도시철도나 시내버스를 이용해 광주종합버스터미널로 이동하면 된다.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는 담양행 지방도 버스나 311번 버스가 약 15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버스를 타면 죽녹원 정문 바로 앞에 하차할 수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광주대구고속도로 담양 IC나 호남고속도로 동광주 IC를 거쳐 나오면 10분 내외로 죽녹원 주차장에 닿을 수 있다. 정문과 후문에 각각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