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비너스가 광주에 건넨 따뜻한 위로… 광주여대, 명화로 빚어낸 ‘명품 인문학’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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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RISE 사업 일환 지역주민 대상 ‘신화와 인간, 그리고 아름다움의 기준’ 강연 대성황
보티첼리의 걸작 통해 르네상스 시대 인간 중심 사상과 미의 본질 깊이 있게 성찰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딱딱한 활자와 침묵만이 맴돌던 대학의 도서관이 500년 전 유럽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르네상스 예술의 숨결로 가득 채워졌다.
광주여자대학교(총장 이선재) 도서관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운영한 인문학 프로그램 「신화와 인간, 그리고 아름다움의 기준」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 광주여대
광주여자대학교(총장 이선재) 도서관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운영한 인문학 프로그램 「신화와 인간, 그리고 아름다움의 기준」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 광주여대

캔버스 위에 펼쳐진 찬란한 명화를 매개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과거의 아름다움 속에서 현대인의 삶을 꿰뚫어 보는 경이로운 지식의 축제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광주여자대학교(총장 이선재) 도서관은 지역 사회의 지적 갈증을 해소하고 문화 예술 향유의 문턱을 대폭 낮추기 위해 야심 차게 기획한 인문학 프로그램 「신화와 인간, 그리고 아름다움의 기준」을 지난 4일 지역 주민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한 편의 명화가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깊은 철학적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 그 생생한 지적 교감의 현장을 되짚어보았다.

■ 르네상스의 눈부신 예술혼, 대학 도서관을 지혜의 아고라로 물들이다

이번 명화 인문학 프로그램은 광주광역시가 주도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인 ‘RISE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미래라이프 대학-교과·비교과 프로그램」의 핵심 과정으로 마련되었다. 대학이 보유한 수준 높은 교육 인프라와 인문학적 자산을 캠퍼스 울타리 너머 지역 사회와 적극적으로 공유하겠다는 광주여대의 확고한 의지가 담긴 프로젝트다.

프로그램의 주제는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눈부신 황금기로 불리는 ‘르네상스(Renaissance)’ 시대로 맞춰졌다. 중세의 어둡고 억압적인 신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인간의 이성과 육체의 아름다움을 긍정하기 시작한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은 현대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광주여대 도서관은 단순히 미술사의 흐름을 읊어주는 지루한 주입식 강연을 지양하고, 지역 주민들이 직접 예술 작품 속에 투영된 인간의 삶과 욕망, 시대를 관통하는 철학을 스스로 끄집어낼 수 있도록 돕는 다각적인 접근 방식을 택해 참여자들의 깊은 몰입을 이끌어냈다.

■ 보티첼리와 ‘비너스의 탄생’… 캔버스 너머 숨겨진 신화적 은유를 해독하다

이번 인문학 강연의 든든한 길잡이이자 메인 테마로 선정된 인물은 르네상스 초기를 대표하는 피렌체의 위대한 거장 ‘산드로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였다. 강연자는 보티첼리의 불후의 명작이자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그림인 ‘비너스의 탄생(The Birth of Venus)’을 스크린에 띄워놓고, 캔버스 이면에 촘촘하게 직조된 상징과 신화적 의미들을 하나하나 해독해 나가는 흥미로운 시간을 가졌다.

참여자들은 바다의 물거품에서 태어나 커다란 조가비 위에 서 있는 매혹적인 미의 여신 비너스의 자태를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화면 왼쪽에서 바람을 불어넣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 오른쪽에서 비너스에게 화려한 망토를 건네는 계절의 여신 호라이 등 화면 속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지니는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적 은유를 학습했다. 나아가 이러한 이교도적 신화가 기독교적 가치관이 지배하던 당시 사회에서 어떻게 ‘신플라톤주의’라는 철학적 사조와 결합하여 예술로 승화되었는지, 그 시대적 배경과 화가의 천재적인 상상력을 심도 있게 탐구하며 명화를 읽는 새로운 눈을 뜨게 되었다.

■ "무엇이 진짜 아름다움인가"… 수동적 감상을 깬 시민들의 뜨거운 난상 토론

이번 강연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은 일방적인 정보의 전달을 넘어, 강연자와 지역 주민들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쌍방향 소통의 장이었다는 점이다. 강연 후반부에는 그림 속 인물들의 신체적 비율과 묘사 방식을 바탕으로 ‘시대별 미(美)의 기준은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참여자들은 르네상스 시대가 추구했던 이상적인 육체의 비례와 아름다움이 현대 사회의 획일화된 미의 기준과 어떻게 다르고 또 맞닿아 있는지 각자의 경험에 비추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예술을 단순한 감상의 대상을 넘어 역사와 철학, 사회학을 아우르는 훌륭한 융합적 매개체로 활용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다. 중세의 굴레를 벗어던진 르네상스 시대의 당당한 인간 중심 사상이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광주 시민들의 가슴속에 새로운 인문학적 성찰의 씨앗으로 깊숙이 자리 잡는 순간이었다.

■ 상아탑의 담장을 허문 지식 나눔… "시민의 일상에 스며드는 평생학습 거점 될 것"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지역 주민은 “평소 미술 전시회에 가도 그림을 겉핥기식으로만 보고 지나쳤는데, 이번 강연을 통해 명화 속에 이렇게 깊은 신화적 이야기와 인간의 역사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되어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번 명화 인문학 프로그램을 훌륭하게 진두지휘한 도은영 광주여자대학교 도서관장은 “지역 주민들이 자칫 어렵고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철학과 인문학을, 아름답고 친숙한 ‘명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도 관장은 “광주여대 도서관은 앞으로도 책을 빌려주는 단순한 공간적 한계를 과감히 뛰어넘어, 지역 주민들의 다채로운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평생학습의 든든한 둥지이자 활력소가 될 수 있도록 새롭고 깊이 있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굳은 청사진을 제시했다. 르네상스의 빛이 쏟아진 광주여대의 묵직한 발걸음이 지역 사회 지식 나눔의 새로운 지평을 활짝 열어 젖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