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었다”…천재 '뉴턴'도 흔들린 300년 전 주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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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의 1720년 투자 손실이 남긴 교훈
투자 역사에서 '아이작 뉴턴'의 이름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문장이 있다.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들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었다.”

근대 과학의 토대를 세운 뉴턴의 이 말은 자산 시장에서 투자 심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미적분학과 만유인력의 법칙을 정립한 그는 학문적 성취뿐 아니라 영국 조폐국장을 지내며 국가의 화폐 행정과 금융 제도 정비에도 관여했다. 숫자와 계산에 밝았던 당대 최고 수준의 지성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그런 뉴턴도 쉽게 다루지 못한 영역이 있었다. 인간의 욕망과 불안, 기대가 뒤섞이는 주식시장이었다. 세계적인 지성도 시장의 대중 심리 앞에서는 냉정함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뉴턴이 큰 투자 손실을 본 사건은 1720년 영국에서 벌어진 남해회사 사태다. 당시 영국 정부는 전쟁으로 불어난 국가 부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무역 독점권을 가진 남해회사를 활용했다. 남해회사는 남미 지역과의 무역에서 큰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를 앞세워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정부와 연결된 회사라는 점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키웠다. 미래 가치에 대한 기대가 커지자 주가는 빠르게 올랐고, 영국 사회에는 주식 투자 열풍이 번졌다. 뉴턴 역시 이 흐름을 지켜보다 남해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실패로 끝난 추격 매수
처음부터 실패한 투자는 아니었다. 뉴턴은 남해회사 주가가 계속 오르자 보유 주식을 적절한 시기에 팔아 이익을 거두었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이때 뉴턴은 약 7000파운드의 수익을 올렸다. 당시 기준으로는 상당한 금액이었다. 이익을 본 뒤 시장에서 한발 물러난 그의 선택은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않은 판단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에 발생했다. 뉴턴이 주식을 매도한 뒤에도 남해회사 주가는 계속 올랐다. 주당 100파운드 안팎이던 주가는 빠르게 수백 파운드까지 올랐고, 이후 1000파운드 부근까지 상승했다. 시장에서 일찍 빠져나온 뉴턴은 주변 사람들이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계속 접했다. 이미 수익을 냈지만, 더 큰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자신만 뒤처진 것 같은 불안감과 타인과의 비교는 그의 투자 판단을 흔들었다.

결국 뉴턴은 주가가 크게 오른 시점에 다시 시장에 진입했다. 그는 이전보다 더 많은 자금을 남해회사 주식에 투입했다. 그러나 주가 상승은 오래가지 않았다. 남해회사의 사업 전망에 대한 의심이 커졌고, 과열됐던 시장 분위기도 빠르게 식었다. 주가는 급락했고 뉴턴은 약 2만 파운드의 손실을 입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수십억 원에 이르는 금액이며, 당시 그의 재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규모였다.
이 사건 뒤 뉴턴은 앞서 언급한 유명한 회고를 남겼다. 이 문장은 300년이 지난 지금도 투자자 심리를 설명할 때 자주 쓰인다. 과학적 계산과 분석에 능했던 뉴턴도 시장 참여자들의 집단 심리 앞에서는 투자 판단을 끝까지 지키지 못했다.
주식과 투자자 심리
뉴턴의 투자 실패는 주식시장에서 지식이나 능력만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고 경제 흐름을 살피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 투자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다루는 능력도 필요하다. 주가가 오를 때 조급해지고, 내릴 때 불안해지는 마음은 투자자 누구에게나 생긴다. 이 감정에 흔들리면 처음 세운 기준과 다르게 움직이기 쉽다.
투자자들이 경계해야 할 감정 중 하나는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조급함이다. 주변에서 특정 주식이나 자산으로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평정심이 흔들릴 수 있다. 이미 가격이 많이 오른 뒤에도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것 같다는 생각에 뒤늦게 매수에 나서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 기업의 실적이나 가격 수준을 차분히 따지기보다 분위기에 밀려 결정하면 손실 위험이 커진다. 뉴턴의 재매수도 시장 상황보다 주변 분위기에 영향을 받은 사례로 볼 수 있다.

초기 성공이 판단을 흐리는 경우도 있다. 처음 투자에서 수익을 얻으면 자신의 판단이 맞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상승장에서 얻은 수익에는 시장 흐름의 영향도 들어 있다. 이를 온전히 실력으로만 받아들이면 다음 투자에서 더 큰 금액을 넣거나 위험 요소를 가볍게 볼 수 있다. 시장은 늘 개인이 예상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수익을 낸 뒤에도 손실 가능성을 인정하고 투자 규모를 조절해야 한다.
원칙 중심 투자의 중요성
남해회사 사태는 300년 전의 일이지만, 그 안에 담긴 투자 심리는 지금의 시장에서도 낯설지 않다. 금융 기술은 발전했고 정보는 훨씬 빠르게 전달되지만, 가격 상승 앞에서 조급해지고 하락 앞에서 흔들리는 투자자의 심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특정 자산이 빠르게 오를 때 뒤늦게 따라 들어가는 행동은 지금의 시장에서도 반복된다.

주식시장에서 자산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손실 범위를 미리 정해두어야 한다. 한 종목이나 한 자산에 지나치게 많은 돈을 몰아넣지 않고, 시장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분산 투자와 분할 매수는 변동성에 대응하는 기본적인 방법이다. 감정이 앞선다고 느껴질 때는 매매를 잠시 멈추고 기존 판단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결국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을 완벽하게 예측하는 능력이 아니다. 가격이 오를 때의 조급함, 남들과 비교하는 마음, 손실을 인정하기 어려운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장기적인 결과를 가른다. 뉴턴의 투자 실패가 지금까지 회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뛰어난 지성을 가진 인물도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면 오판할 수 있다. 주식투자가 ‘멘탈 싸움’이라고 불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