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이송에 주민 퇴거요청까지… 사흘째 봉쇄된 잠실 투표소 현 상황

작성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작된 대치 장기화
개표 지연에 주민 불편 확산… 직원 병원 이송도 발생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시작된 서울 잠실 투표소 봉쇄가 사흘째 이어지면서 주민 불편과 개표 지연이 장기화하고 있다.

4일 오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함 이송이 지연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시위대가 부정선거를 외치며 입구를 봉쇄하고 있다. / 뉴스1
4일 오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함 이송이 지연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시위대가 부정선거를 외치며 입구를 봉쇄하고 있다. / 뉴스1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금요일인 5일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 보관된 투표함 2개가 사흘째 개표소로 이송되지 못한 채 현장에 머물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3일 실시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문제에서 비롯됐다. 해당 투표소에서는 준비된 투표용지가 부족해지면서 투표 시간이 당초 오후 8시에서 밤 10시까지 연장됐다. 이후 일부 시민들과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투표용지 부족 자체가 선거의 공정성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투표함 반출을 막기 시작했다.

처음 수십 명 수준이던 인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참가자가 늘어나면서 수백 명 규모로 확대됐고 한때 1000명 안팎이 현장에 집결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투표용지 부족 원인과 선거 과정 전반에 대한 검증이 이뤄질 때까지 개표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투표함 반출을 저지하고 있다.

투표함 반출 막히며 개표·당선 공표도 지연

이 과정에서 일부 선거구의 개표 작업도 영향을 받았다. 개표가 중단되거나 지연되면서 일부 선거구에서는 공식 당선인 공표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표 참관인들과 후보자 측에서도 정확한 상황 파악이 쉽지 않다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는 선관위 관계자와 시위대 간 충돌도 발생했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간부가 현장을 찾아 투표함 반출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시위대에 둘러싸이는 상황이 벌어졌고 경찰 역시 현장 질서 유지에 나섰다. 선관위는 개표 결과가 확정돼야 선거 효력과 관련한 법적 절차 역시 진행될 수 있다는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잠실7동 투표소 관계자가 건강 악화로 4일 이송됐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투표소를 '봉쇄'한 지 약 22시간 만이다. / 연합뉴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진 잠실7동 투표소 관계자가 건강 악화로 4일 이송됐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가 투표소를 '봉쇄'한 지 약 22시간 만이다. / 연합뉴스

장시간 이어진 봉쇄는 현장 인력의 건강 문제로도 이어졌다. 투표소 안에 머물던 선거사무원과 구청 직원들은 수십 시간 동안 현장을 벗어나지 못했고 이 가운데 한 직원은 건강 이상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함께 고립됐던 일부 직원들은 구조됐지만 선관위 직원 일부는 여전히 현장에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은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 집회로도 확산됐다. 집회를 주도한 일부 인사들은 가짜 투표용지가 전국 선거구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주민들 “소음·주차난에 일상 침해”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가장 큰 피해를 호소하는 것은 인근 주민들이다. 투표소가 위치한 잠실 우성1·2·3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전날 선거관리위원회와 시위대 측에 공식 퇴거 요청서를 전달했다. 주민 생활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주민들이 가장 크게 호소하는 문제는 소음이다. 수백 명에서 많게는 1000명 이상이 단지 내부에서 밤샘 집회를 이어가며 확성기와 구호를 사용해 수면 방해가 이어졌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특히 지난 4일에는 인근 정신여고 등에서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실시돼 학생과 학부모들의 민원도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흘째인 5일 새벽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보수 성향 유튜버와 시민들이 3일 오후 10시부터 26시간째 이어진 대치 속에 '부정선거 무효'를 주장하며 투표소 입구를 봉쇄하고 있다. / 뉴스1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흘째인 5일 새벽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보수 성향 유튜버와 시민들이 3일 오후 10시부터 26시간째 이어진 대치 속에 '부정선거 무효'를 주장하며 투표소 입구를 봉쇄하고 있다. / 뉴스1

주차난 역시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시위 참가자와 취재진 차량이 대거 몰리면서 단지 내부와 주변 도로가 혼잡을 빚었다. 준공 45년 차인 해당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없어 평소에도 주차 공간 부족 문제가 심각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주민들은 차량을 이동시키거나 주차 공간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외부 인파가 아파트 단지 내부를 가득 메우면서 안전 우려를 제기하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늦은 시간 외출을 자제하거나 자녀 귀가를 직접 챙기는 등 불안감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집회 참가자들이 남긴 담배꽁초와 각종 쓰레기 역시 새로운 민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선거 과정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시위대 주장에 공감하며 일정 수준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오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함 이송이 지연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시위대와 일부 주민들이 부정선거를 외치며 입구를 봉쇄하고 있다 / 뉴스1
4일 오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함 이송이 지연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시위대와 일부 주민들이 부정선거를 외치며 입구를 봉쇄하고 있다 / 뉴스1

시민단체들은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일부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에 배당하고 수사 절차에 착수했다.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행정적 문제가 투표소 봉쇄와 개표 지연, 주민 갈등으로까지 번지면서 선거관리 전반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시위대는 현재 확성기 사용을 자제하는 이른바 '침묵 집회' 방식으로 현장을 지키고 있다. 다만 약 2000명분의 투표지가 담긴 투표함이 여전히 현장에 머물러 있는 만큼 투표함 반출을 둘러싼 대치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 연합뉴스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