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밭 아니다... 보성 깊은 산골에 숨겨진 100만 평 규모 '비밀 정원'
작성일
보성군 주월산 자락에 자리 잡은 '윤제림'
능선 따라 식재된 수국만 4만 본 이상
싱그러운 피톤치드와 알록달록한 수국 물결이 전남 보성의 여름을 물들이고 있다. 전남 보성군 주월산 자락에 자리 잡은 ‘윤제림(尹濟林)’은 평범한 산림을 넘어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며 일궈낸 숨은 명소다. 도심의 소음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연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싶은 이들에게 완벽한 도피처가 돼 준다.

윤제림은 한 개인의 집념과 자연에 대한 경외심에서 출발했다. 창업주인 고(故) 윤제 정상환 선생은 1964년부터 거친 산을 개간하고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이곳의 명칭도 평생을 산림 가꾸기에 바친 그의 호인 '윤제'를 따서 붙여졌다.
초창기 이곳은 척박한 산비탈에 불과했으나, 해송과 편백나무를 한 그루씩 심어 나가며 서서히 울창한 숲으로 변신했다. 아버지가 닦아놓은 터전 위에 아들 정은조 대표가 가업을 이어받아 산림 복합 정원으로 탈바꿈시켰다.
현재 면적 약 100만 평에 달하는 이곳은 국가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아 전남 민간정원 제12호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여름철 윤제림의 백미는 '성림원' 일대를 가득 메우는 수국이다. 매년 6월 중순부터 피어나기 시작해 6월 말과 7월 초 사이에 절정을 이루는 수국은 윤제림을 거대한 동화 세상으로 변화시킨다. 계곡과 능선을 따라 식재된 수국만 해도 무려 4만 본 이상에 달하며, 오색빛깔의 융단이 온 산을 덮은 듯한 압도적인 개방감을 선사한다.

윤제림 수국의 가장 큰 매력은 웅장하게 솟아오른 편백나무의 짙은 초록과 보랏빛과 파란색, 분홍색 꽃들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토양의 성질에 따라 다채로운 색감으로 옷을 갈아입는 수국은 안개나무원, 제1수국원, 제2수국원 등 동선에 따라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특히 제2수국원은 순백의 하얀 수국이 군락을 이뤄 마치 구름이 숲속에 내려앉은 듯한 몽환함을 자아낸다.
윤제림 산책로는 누구나 신체적 부담 없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도록 정교하게 설계됐다. 특히 정원 입구를 시작으로 안개나무원, 제1수국원, 치유센터를 거쳐 편백치유숲길과 억새원, 제2수국원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가장 인기 있는 동선이다. 약 1시간 30분 소요돼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편백치유숲길에 들어서면 1969년에 식재돼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편백나무 6만 그루를 만날 수 있다. 잘 정돈된 흙길을 밟으며 쌓인 스트레스와 피로를 정화할 수 있다. 또 길 중간중간에는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린 정자와 조형물, 침대 모양의 나무 쉼터가 적절히 배치돼 있다.
수국정원뿐 아니라 윤제림 내에는 계절마다 고유한 색깔을 내뿜는 볼거리가 다양하다. '억새원'은 여름철에는 푸르른 생명력을 자랑하고 가을철에는 은빛 물결을 이루는 반전 매력의 장소다. 고즈넉한 정자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 소리를 듣고 있으며 여유를 즐기기 좋다.

윤제림은 보성의 깊은 산골에 자리해 접근이 어려울 것 같지만, 주요 간선도로와 연계가 잘 돼 있어 접근성이 높은 편이다. 남해고속도로 고흥IC 또는 보성IC에서 빠져나와 15번에서 18번 국도를 타고 겸백면 주월산길 방면으로 진입하면 된다.
내비게이션에 '윤제림' 또는 ‘윤제림 치유센터’를 검색하면 넓게 조성된 제1, 2주차장으로 곧바로 안내받을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 방문할 경우, 보성역 또는 보성버스터미널에 도착한 뒤 겸백면 방향으로 운행하는 군내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다만 배차 간격이 다소 긴 편이라 방문 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윤제림 입장료는 성인 7000원, 청소년 6000원, 유아(3~7세)·보성군민 5000원, 윤제림 숙박객 3000원이다. 자세한 사항은 윤제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근 명소1: 제암산 자연휴양림

윤제림에서 차량으로 약 20분 거리에 위치한 제암산 자연휴양림은 웅장한 산세와 현대적인 웰니스 시설이 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지역 산림 복합 문화 공간이다. 해발 807m의 제암산은 임금 바위가 있는 형상이라 해 이름 붙여진 명산이다. 예로부터 신성시되던 영산으로, 보성군은 이 자락에 1996년 휴양림을 개장한 이래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를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제암산 자연휴양림의 가장 큰 특징은 교통약자를 배려해 정교하게 설계한 무장애 산책로인 ‘더늠길’이다. 총 길이 5.8km에 달하는 전 구간이 완만한 경사의 나무 데크로 조성돼 있다. 최근에는 담안저수지 수변데크(900m) 구간에 야간조명시설을 설치해 시원한 야간 산책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더늠길'의 시작점은 제암산자연휴양림의 숙박 단지 ‘물빛 언덕의 집’과 ‘차 향기 가득한 집’ 입구다. 투숙객들이 걸어둔 소원 목걸이가 150m 남짓 이어진 곳을 지나면 오르막길이 나타난다. 그러나 이 길은 평균 경사 5~8˚를 유지하며, 평지를 걷는 듯 기울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길의 백미는 산책로 중반부에 위치한 거대한 편백나무 군락지를 관통하는 숲속 구간이다. 1970년대 정부의 산림 녹화 사업의 일환으로 식재돼 무려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람의 손때를 타지 않고 자라난 해송과 편백나무 6만 그루가 빽빽한 원시림을 형성하고 있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거대하게 자란 편백나무들이 천연 차양막 역할을 해 한여름에도 시원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제암산 자연휴양림은 매일 24시간 운영되며, 입장료는 성인 1000원, 청소년·군인 600원, 어린이 400원이다.
인근 명소2: 벌교 보성여관
보성 벌교읍에 자리한 보성여관은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속에 등장하는 '남도여관'의 실제 모델이다.
윤제림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이 건축물은 1935년 건립된 곳이다. 당시 교통과 상업의 중심지였던 벌교의 번화가에서 가장 번성했던 일본식 여관으로, 근대 서양식 공법과 일본식 주거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건축 구조를 보인다.
한때 방치되며 사라질 위기에 처했으나, 문화재청이 가치를 인정해 등록문화재 제132호로 지정하고 전면적인 복원 공사를 진행했다. 현재는 관람객들이 차를 마시고 실제 숙박 체험까지 할 수 있는 살아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건옛 일본식 여관의 특징인 넓은 다다미방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벌교의 명물인 꼬막 정식 거리와도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있어 연계해 둘러보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