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루마니아인 한국생활] “수박을 왜 마셔요?” 외국인이 한국 음료 문화에서 놀란 뜻밖의 메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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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료는 예쁘고 창의적이지만, 외국인에게는 가끔 너무 낯설다. 수박을 마시고, 토마토를 주스로 만들고, 우유에 탄산을 넣는 순간부터 문화 충격이 시작된다.

금발의 성인 남자는 당황하고 혼란스러우며 밀크쉐이크와 의심을 느낀다 / 셔터스톡
금발의 성인 남자는 당황하고 혼란스러우며 밀크쉐이크와 의심을 느낀다 / 셔터스톡

한국에 살면서 가장 재미있게 느낀 것 중 하나는 음료 문화다. 한국 카페와 편의점에는 정말 다양한 음료가 있다. 색도 예쁘고, 이름도 귀엽고, 계절마다 새로운 메뉴가 계속 나온다. 유럽에서는 쉽게 보지 못했던 조합도 많다.

처음에는 그 창의성이 너무 좋았다. 딸기라떼, 고구마라떼, 흑임자라떼, 옥수수 음료, 과일 에이드처럼 한국은 음료 하나도 그냥 마시는 것이 아니라 예쁘고 특별하게 만드는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는 외국인 입장에서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음료도 있었다. 특히 수박주스, 토마토주스, 그리고 우유 탄산음료인 밀키스는 처음 봤을 때 꽤 큰 문화 충격이었다.

한국인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외국인에게는 “이게 왜 인기 있지?”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음료들이다.

수박은 먹는 건데, 한국에서는 마신다

가장 먼저 놀랐던 것은 수박주스였다. 한국 여름이 되면 카페와 주스 가게에서 수박주스를 쉽게 볼 수 있다. 빨갛고 시원해 보이고, 얼음과 함께 갈려 나오는 모습은 분명 여름 음료처럼 보인다.

하지만 루마니아 사람인 나에게 수박은 원래 ‘먹는 과일’이다. 루마니아에서도 여름에는 수박을 정말 많이 먹는다. 차갑게 식힌 수박을 크게 잘라 가족이나 친구들과 나눠 먹는 것이 익숙하다. 더운 날에는 수박 한 조각만 먹어도 충분히 시원하고 달다. 그래서 한국에서 수박주스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랬다. “그냥 수박을 사서 먹으면 되지 않을까?”

외국인 입장에서는 수박을 갈아서 컵에 담고, 그걸 다시 돈을 주고 사 마신다는 것이 조금 낯설었다. 특히 가격이 생각보다 비쌀 때는 더 그랬다. 수박 자체가 이미 수분이 많고 달콤한데, 왜 굳이 주스로 만들어 마실까 싶었다.

하지만 한국 여름을 겪다 보니 조금 이해가 됐다. 한국에서는 이동 중에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음료 문화가 강하다. 손에 들고 다니기 쉽고, 카페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고, 얼음과 함께 마시면 더 시원하게 느껴진다.

루마니아에서는 수박을 집이나 해변에서 먹는 느낌이 강하다면, 한국에서는 수박이 컵에 담겨 도시의 여름 음료가 된 셈이다.

식탁에서 갓 구운 맛있는 수박 한 잔 / 셔터스톡
식탁에서 갓 구운 맛있는 수박 한 잔 / 셔터스톡

토마토주스는 더 큰 충격이었다

수박주스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토마토주스였다. 어느 날 한국 친구가 갑자기 말했다. “나 토마토주스 마시고 싶어.” 그 말을 듣고 순간 멈췄다. 토마토를 주스로 마신다는 생각 자체가 나에게는 낯설었다. 물론 유럽에도 토마토주스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적으로 “아, 토마토주스 마시고 싶다”라고 말하는 느낌은 익숙하지 않았다.

루마니아에서 토마토는 주로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다. 샐러드에 넣거나, 소스에 쓰거나, 수프나 스튜에 넣는 채소에 가깝다. 달콤한 과일처럼 먹는 이미지보다는 짭짤한 음식의 재료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토마토를 조금 다르게 대하는 것 같았다. 과일 도시락이나 과일 샐러드에 방울토마토가 들어가기도 하고, 설탕을 뿌려 먹는 사람도 있고, 주스로도 마신다. 그때 깨달았다. 한국에서는 토마토가 채소이면서도 과일처럼 소비되는 순간이 많다는 것을.

외국인에게 이 부분은 매우 흥미롭다. 같은 토마토라도 어떤 나라에서는 샐러드와 파스타 소스의 재료이고, 어떤 나라에서는 과일처럼 달게 먹거나 주스로 마시는 대상이 된다.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아직도 나는 토마토주스를 마시는 상상을 쉽게 하지는 못한다. 한국 친구들에게는 시원하고 건강한 음료일 수 있지만, 내 머릿속의 토마토는 여전히 음식 재료에 더 가깝다.

토마토주스를 컵에 넣고 신선한 토마토를 넣어라 / 셔터스톡
토마토주스를 컵에 넣고 신선한 토마토를 넣어라 / 셔터스톡

한국인은 토마토를 ‘과일처럼’ 먹는 순간이 있다

토마토주스가 신기했던 이유는 단순히 음료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국에서 토마토가 놓이는 위치 자체가 흥미로웠다.

루마니아에서는 토마토가 식탁 위에서 주로 짭짤한 역할을 한다. 치즈와 함께 먹고, 샐러드에 넣고, 고기 요리 옆에 곁들이고, 소스나 수프의 베이스가 된다. 단맛보다 산미와 신선함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토마토가 때로는 디저트 쪽으로 움직인다. 과일 접시에 같이 올라가고, 방울토마토가 도시락 과일처럼 들어가고, 설탕을 뿌려 먹는 방식도 있다. 그래서 한국의 토마토 문화는 외국인에게 살짝 혼란스럽다. “토마토는 채소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에서는 갑자기 과일처럼 대접받는 순간이 있는 것이다.

이 차이는 작은 것 같지만, 음식 문화를 이해하는 데 꽤 재미있는 포인트다. 같은 재료도 나라에 따라 완전히 다른 카테고리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유와 탄산이 만난 밀키스

세 번째로 신기했던 음료는 밀키스였다. 처음에는 설명만 듣고도 놀랐다. 우유 맛이 나는 탄산음료라니, 유럽에서는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조합이었다. 우유는 부드럽고 진한 음료이고, 탄산음료는 톡 쏘고 상큼한 음료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두 가지가 섞인다는 개념 자체가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껴졌다.

처음 밀키스를 봤을 때는 “이게 정말 맛있을까?” 싶었다. 우유와 탄산이 만나면 느끼하지 않을까, 이상하게 텁텁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마셔보니 예상과 달랐다. 부드럽고 달콤한데, 탄산 때문에 무겁지 않았다. 요구르트 음료와 탄산음료 사이에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신기하지만 맛있었다.

밀키스는 외국인에게 한국 음료 문화의 창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제품처럼 느껴진다. 처음에는 이상해 보이지만, 한번 마셔보면 “생각보다 괜찮은데?”라는 반응이 나오는 음료다.

편의점 음료 판매대에서 소비자들이 음료를 구입하고 있다 / 뉴스 1
편의점 음료 판매대에서 소비자들이 음료를 구입하고 있다 / 뉴스 1

한국 음료는 예쁘고, 빠르고, 실험적이

한국 음료 문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메뉴가 많아서가 아니다. 한국은 음료를 매우 빠르게 변형하고, 예쁘게 만들고, 계절에 맞춰 새롭게 보여주는 능력이 강하다. 여름에는 수박주스, 자두에이드, 복숭아 음료가 나오고, 겨울에는 고구마라떼, 밤라떼, 흑임자 음료가 등장한다. 편의점에서도 매번 새로운 맛의 음료가 나오고, 카페들은 시즌마다 한정 메뉴를 만든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것이 매우 신기하다. 유럽에서는 음료 메뉴가 비교적 안정적인 경우가 많다. 커피, 차, 주스, 탄산음료처럼 익숙한 범주 안에서 고르는 일이 많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음료 자체가 하나의 유행처럼 움직인다.

그래서 한국에서 음료를 고르는 일은 단순히 목을 축이는 일이 아니라, 새로운 조합을 경험하는 일이 된다.

처음에는 수박주스가 이해되지 않았다. 수박은 그냥 먹으면 되는 과일이라고 생각했다. 토마토주스는 더 낯설었다. 토마토는 요리 재료이지, 마시고 싶어지는 음료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밀키스는 설명만 들었을 때 이상했다. 우유와 탄산이 만난다는 말이 너무 어색했다.

하지만 한국에 살다 보면 이런 음료들이 점점 한국의 일상처럼 느껴진다. 여름이 되면 사람들이 수박주스를 마시고, 건강한 음료처럼 토마토주스를 찾고, 편의점에서 밀키스를 사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외국인도 인정하게 된다. 처음엔 이상해 보였던 것들이야말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것을. 한국 음료 문화는 외국인에게 가끔 너무 낯설다. 하지만 그 낯섦 때문에 더 재미있고, 더 오래 기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