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인 줄 알았는데…엘살바도르전 등번호 ‘7번’ 단 선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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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7번 가짜였다? 월드컵 앞둔 홍명보의 등번호 심리전
상대팀 혼란 유도 작전, 사소한 것까지 챙기는 한국의 절박함

엘살바도르전에서 낯선 장면이 나왔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상징적인 등번호 7번을 단 선수는 손흥민이 아니었다. 홍명보호가 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한번 ‘등번호 위장술’을 꺼내 들었다.

대한민국 손흥민이 벤치에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손흥민이 벤치에서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 뉴스1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4일 현재 미국 유타주 프로보의 브리검영대 사우스필드에서 엘살바도르와 평가전을 치르고 있다. 2023년 대전에서 1-1로 비겼던 상대인 만큼, 이번 경기는 설욕전이자 월드컵 본선을 앞둔 최종 점검 무대 성격을 띤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마친 이강인까지 합류하면서 대표팀은 사실상 완전체에 가까운 전력을 꾸렸다. 그러나 선발 명단과 함께 공개된 등번호는 익숙한 모습과 달랐다. 손흥민의 7번은 다른 선수가 달고 뛰었다.

손흥민의 7번, 엘살바도르전에서는 이태석이 달았다

이날 한국은 3-4-2-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조규성이 최전방에 서고, 황희찬과 이동경이 2선에서 공격을 지원했다. 중원은 황인범과 이재성이 맡았고, 좌우 윙백에는 이태석과 설영우가 배치됐다. 수비진은 이기혁, 김민재, 이한범이 백3를 구성했고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태석이 3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브리검 영 대학교 BYU 사우스필드 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대한민국과 엘살바도르의 평가전에서 돌파를 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태석이 3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브리검 영 대학교 BYU 사우스필드 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대한민국과 엘살바도르의 평가전에서 돌파를 하고 있다 / 뉴스1

가장 눈길을 끈 건 등번호였다. 주장 손흥민의 상징과도 같은 7번은 선발 출전한 이태석이 달았다. 반면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손흥민은 13번을 받았다.

직전 경기에서 선제 결승골을 포함해 2골을 책임졌던 손흥민이 벤치에서 출발한 것 자체도 관심을 모았지만, 팬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7번 유니폼’으로 향했다. 한국 대표팀에서 7번은 오랜 기간 손흥민을 상징하는 번호였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17번, 김민재는 2번…대표팀의 ‘거짓 등번호’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기혁이 3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브리검 영 대학교 BYU 사우스필드 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대한민국과 엘살바도르의 평가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이기혁이 3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브리검 영 대학교 BYU 사우스필드 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대한민국과 엘살바도르의 평가전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 뉴스1

등번호 변화는 손흥민에게만 해당하지 않았다. 대표팀은 엘살바도르전에서도 여러 주축 선수의 번호를 바꿔 달았다.

이재성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10번은 이기혁이 달았고, 이재성은 8번을 받았다. 김민재도 익숙한 4번이 아닌 2번을 달았고, 이강인 역시 평소와 다른 17번을 착용했다.

이는 지난 트리니다드토바고전과 마찬가지로 상대 팀의 전력 분석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선수 이름과 얼굴이 널리 알려진 일부 핵심 자원에게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지만, 국제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을 상대로는 작은 혼선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다.

대표팀이 이런 방식을 택한 배경에는 월드컵 본선을 앞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상대가 선수의 움직임과 역할을 등번호 중심으로 파악할 경우, 평가전 단계에서라도 분석 부담을 조금이나마 높이겠다는 의도다.

“뭐라도 해보고 싶은 입장”…월드컵 앞둔 홍명보호의 간절함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장을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장을 살펴보고 있다 / 뉴스1

대표팀의 등번호 위장술을 두고 일부 팬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처럼 해외 무대에서도 잘 알려진 선수들은 등번호를 바꿔도 상대가 쉽게 식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팀은 사소해 보이는 요소까지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도 준비 과정의 일부다.

대표팀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이런 트릭이 무슨 소용이 있냐고 말한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뭐라도 해보고 싶은 것이 우리 입장”이라며 간절하게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른바 ‘거짓 등번호’는 한국만의 방식도 아니다. 과거 월드컵을 앞둔 평가전에서도 여러 국가가 평소와 다른 배번을 활용한 사례가 있었다. 본선 직전 평가전에서 상대의 분석을 조금이라도 어렵게 만들기 위한 일종의 심리전이다.

본선 등번호는 이미 확정…손흥민은 월드컵서 다시 7번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브리검 영 대학교 BYU 사우스필드 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앞두고 열린 대한민국과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평가전 후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시간에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뉴스1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브리검 영 대학교 BYU 사우스필드 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앞두고 열린 대한민국과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평가전 후반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시간에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뉴스1

물론 월드컵 본선에서 사용할 등번호는 이미 정해졌다. 국제축구연맹 FIFA는 지난 2일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참가하는 48개국 대표팀의 선수 명단과 등번호를 공개했다.

손흥민은 예상대로 자신의 상징인 7번을 달고 월드컵 무대에 나선다. 이번 대회는 손흥민의 네 번째 월드컵이자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큰 무대다.

이강인은 소속팀에서와 같은 19번을 받았고, 김민재는 두 대회 연속 4번을 달고 뛴다. 오현규는 스트라이커 계보를 상징하는 18번을 받으며 첫 월드컵을 준비한다.

황인범은 6번, 황희찬은 11번, 이재성은 10번을 배정받았다. 첫 해외 태생 귀화 선수인 옌스 카스트로프는 23번을 받았고, 조규성은 2022년 카타르 대회에 이어 다시 9번을 달고 월드컵에 나선다. 조유민의 부상 낙마로 대체 발탁된 조위제는 조유민의 등번호였던 14번을 물려받았다.

홍명보호는 엘살바도르전을 마친 뒤 다음 날 별도 훈련 없이 단체 사진 촬영과 휴식을 소화한다. 이후 6일 조별리그 1, 2차전 결전지이자 베이스캠프가 있는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이동해 본격적인 월드컵 준비에 들어간다.

엘살바도르전에서 7번을 단 선수는 손흥민이 아니라 이태석이었다. 그러나 본선에서 7번의 주인은 다시 손흥민이다. 평가전의 낯선 등번호는 홍명보호가 본선을 앞두고 꺼내 든 작은 장치이자, 월드컵을 향한 간절함의 한 단면이었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 조규성 등 선수들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 조규성 등 선수들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헤리먼에 위치한 자이언스뱅크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 뉴스1

◇ 2026 북중미 월드컵 한국 대표팀 등번호(포지션 별 등번호 순)

▲ GK= 송범근(12·전북) 조현우(21·울산) 김승규(1·FC도쿄)

▲ DF= 이한범(2·미트윌란) 김민재(4·뮌헨) 김태현(5·가시마) 이태석(13·빈) 조위제(14·전북) 김문환(15·대전) 박진섭(16·저장FC) 설영우(22·즈베즈다) 옌스 카스트로프(23·묀헨글라트바흐)

▲ MF= 이기혁(3·강원) 황인범(6·페예노르트) 백승호(8·버밍엄시티) 이재성(10·마인츠) 황희찬(11·울버햄프턴) 배준호(17·스토크시티) 이강인(19·파리 생제르맹) 양현준(20·셀틱) 김진규(24·전북현대) 엄지성(25·스완지시티) 이동경(26·울산)

▲ FW= 손흥민(7·LAFC) 조규성(9·미트윌란) 오현규(18·베식타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