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개표소에서 '안산시의원 투표지'가 나왔는데 선관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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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권 분류해 마감... 경위 안 밝혀 논란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3일 대전 중구 한밭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 뉴스1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3일 대전 중구 한밭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 뉴스1

6·3 지방선거 개표 과정에서 경기 성남시 개표소에 안산시 투표지가 섞여 들어오는 사태가 발생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투표지를 기권 처리했지만 경위는 규명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에서는 투표소 14곳에서 투표용지가 동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선거 관리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4일 경기도선관위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50분께 성남시 수정구 개표소에서 개표 작업 중 안산시의원 비례대표 선거 투표지 1장이 발견됐다. 투표지는 관외 사전투표 회송용 봉투 안에 성남시장 선거 투표지 등 정상 투표지들과 함께 섞여 있었다. 유권자가 사전투표소에서 투표지를 봉투에 넣는 과정이나 이후 분류·이송 과정에서 선관위의 확인 절차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타 지역 투표지가 발견되자 현장에서 소동이 빚어졌고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선관위 고유 업무에 개입할 수 없다고 판단해 철수했다. 선관위는 해당 투표지를 관련 절차에 따라 기권 처리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관련 절차와 지침에 따라 문제의 투표지를 기권으로 분류해 마감했다"고 밝혔다. 어떤 경위로 안산시 투표지가 성남시 개표소 봉투 안에 들어가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유권자의 한 표가 경위 규명도 없이 사표(死票)가 됐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3일 대전 중구 한밭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 뉴스1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3일 대전 중구 한밭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사무원들이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 뉴스1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이보다 앞서 터졌다. 전날 오후 서울 송파구 12곳, 강남구 1곳, 광진구 1곳 등 총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동나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 오후 4시 30분 이후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전면 중단됐고, 100명이 넘는 유권자가 발길을 돌리거나 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가락2동 제3투표소에서도 유권자 200여 명이 투표용지가 보충될 때까지 하염없이 줄을 서야 했다. 오후 4시쯤 해당 투표소에 도착했다가 발이 묶인 유권자는 "3시간 전부터 부족 예상이 나왔는데도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잠실 7동 제2투표소는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들을 위해 투표 종료 시각을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로 4시간 연장하는 이례적 상황까지 벌어졌다.

선관위는 "통상 투표율이 100%에 이르지 않는 점을 고려해 직전 지방선거 투표율에 맞춰 용지를 준비했다"며 예상보다 높은 투표율을 원인으로 댔다. 2022년 지방선거 최종 투표율은 50.9%였다. 그러나 가장 많은 피해가 집중된 송파구의 경우 유권자의 50%분만 투표용지를 준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낮부터 투표용지 부족 우려가 제기됐는데도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부 현장에서는 선관위 직원과 유권자, 경찰 간 충돌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커지자 허철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긴급 브리핑을 열고 "공정한 선거관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국민의힘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한 투표권 침해이자 참정권 침해"라며 서울시장 선거 개표 중단과 선거 연기를 요구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상적인 투표지 관리가 이뤄졌는지 의구심이 크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중앙선관위원장과 사무총장, 서울시 선관위원장 등을 참정권 침해와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잠실 7동 제2투표소 앞 대치는 투표가 끝난 뒤에도 출근길까지 이어졌다. 보수 성향 유튜버들과 시민 200~3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여 "부정선거", "개표 중단", "선거 무효", "선관위 해체"를 외치며 투표함 2개의 반출을 막았다. 일부는 아파트 단지 경비초소와 계단, 화단에 앉아 밤을 지샜다. 오전 3시 40분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현장을 찾으면서 지지자들이 그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김재섭·김은혜·신동욱 국민의힘 의원도 잇따라 현장에 나타났지만 대치는 가라앉지 않았다.

중앙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공직선거법상 선거 연기나 재선거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표 종료 후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다. 서울시선관위는 "잠실 7동 제2투표소 투표함 이송은 강행하지 않겠다"고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