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가 50장밖에 없으니 우선 50명만 투표하라”... 걷잡을 수 없는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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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조기 소진으로 투표 중단, 유권자들 1시간 이상 대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가 실시된 지난 3일, 서울시 송파구 일대 투표소에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조기에 소진돼 선거 절차가 일시 중단되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 유권자들은 법정 투표 마감 시각이 지난 후에도 대기표를 받아 들고 순서를 기다리는 유례없는 불편을 겪고 있다. 투표소에서 번호표를 나눠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어처구니없는 행정 준비성과 부실한 대처를 향해 강한 분노를 쏟아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송파구 잠실2동 제6투표소에서는 투표 마감 시간인 오후 6시부터 표를 행사하지 못한 유권자들에게 대기표를 배부하며 대기를 유도했다.
그러나 새로 공급된 50장만으로는 투표 중단 사태가 일어나기 전부터 장시간 대기하고 있던 유권자 인파를 모두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현장 관계자들이 "우선 50명만 먼저 투표를 진행하라"고 안내하자, 유권자들은 일제히 투표를 거부하며 "먼저 와서 기다린 사람은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고 큰 소리로 항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결국 격앙된 유권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자 투표소 측은 미처 표를 던지지 못한 유권자들에게 대기표를 나누어 주며 상황을 수습했다. 선거 관계자는 본부로부터 투표소에 50장, 100장씩 순차적으로 투표용지가 이송되고 있는 과정이라 이 같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대기표 배부 과정에서도 현장의 혼란은 가중됐다. 투표사무원이 대기 줄의 앞쪽 순서부터 차례대로 번호표를 나누어 주자, 한 시민은 유권자에게 실제로 투표권이 있는지 여부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배분하는 것이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또한 대기 중이던 일부 유권자들이 자신이 먼저 투표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늦게 온 사람이 대기 인파 사이를 헤집고 들어가려 하자 주변 주민들이 기다린 순서가 있지 않냐며 제지하는 등 시민들 간의 갈등과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대기표를 받아 투표를 한 60대 남성은 “1시간 40분을 기다리다 부인은 몸이 안 좋아 먼저 들어갔다”며 “투표권을 도둑 당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 같은 투표 중단 사태와 파행은 송파구 관내 곳곳의 투표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목격됐다. 송파구 잠실4동 제5투표소를 방문했던 한 남성은 오후 4시 45분쯤 투표하러 도착했지만 현장 관계자로부터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를 할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오후 4시 45분에 도착하니 투표용지가 없다고 했다. 줄을 서려다가 화가 나서 집에 갔다가 30분쯤 지나 아파트 방송으로 투표가 재개됐다고 알려줘 겨우 투표했다. 집 밖에 나갔으면 투표를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남성은 선관위가 오늘 투표소에 몇 명의 유권자가 방문할지 미리 면밀히 예측하고 그에 맞는 용지 수량을 사전에 확실히 확보했어야 마땅하다며, 요즘 초등학교 전교 회장 선거를 치르더라도 이런 식의 어설픈 행정 처리는 없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꼬집었다. 아울러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토록 허술하고 무책임하게 운영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태가 확산되자 공지문을 통해 현재 투표소 현장에서 대기 중인 유권자들은 투표 마감 시각인 오후 6시가 지나더라도 모두 정상적으로 투표를 마칠 수 있다며,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해 오늘 투표 참여가 불가능한 것이라는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는 해명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