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확인하고 투표... 한국 선거 역사상 초유의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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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용지 부족 사태, 선거 공정성 논란으로까지 확대

서울 일부 지역 유권자가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투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서울 송파구를 비롯한 강남구·광진구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소진되며 유권자 수백 명이 투표를 하지 못한 채 수 시간째 대기하는 혼란이 빚어졌다. 사태가 오후 6시 투표 마감 시각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계속돼 선거 공정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3일 서울시 송파구의 가락쌍용 아파트 단지 내에 마련된 가락2동 제3, 7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용지가 부족한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뉴스1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3일 서울시 송파구의 가락쌍용 아파트 단지 내에 마련된 가락2동 제3, 7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용지가 부족한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뉴스1

이날 서울 송파구, 강남구, 광진구 일부 투표소에서는 오후 1시부터 투표용지가 바닥나는 사태가 잇따랐다. 잠실2동 제6투표소, 잠실4동 제5투표소, 가락2동 제3투표소 등 송파구 내 최소 8곳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오후 4시 30분부터는 아예 투표가 진행되지 않는 곳도 생겼다. "투표용지가 없으니 댁에서 대기해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혼란은 오후 6시 투표 종료 시각을 훌쩍 넘기면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는 투표가 끝나는 오후 6시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의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순간을 기다리며 투표소 인근에서 줄을 서거나 귀가했다 돌아온 일부 유권자는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뒤 투표소에 들어가 투표를 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3일 서울시 송파구의 가락쌍용 아파트 단지 내에 마련된 가락2동 제3, 7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용지가 부족한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뉴스1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3일 서울시 송파구의 가락쌍용 아파트 단지 내에 마련된 가락2동 제3, 7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투표용지가 부족한 상황이 해소될 때까지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뉴스1

현행 공직선거법 제108조는 선거일 6일 전부터 투표 마감 시각까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보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른바 '블랙아웃 기간'으로 불리는 이 제도는 특정 후보 우세 흐름이 알려질 경우 앞선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밴드왜건 효과'나 열세 후보에 대한 동정 여론이 작동하는 '언더독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출구조사의 경우 투표 마감 시각 전에 결과를 공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 3사는 법에 따라 오후 6시에 출구조사를 발표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투표 종료 시각 이전에 대기 중이던 유권자의 투표권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빚어진 혼란이 오후 6시를 넘기면서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된 상태에서 투표가 이뤄지는 상황은 막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선관위는 투표율이 지난 선거보다 높아 예상보다 용지 소요가 컸다고 해명했다.

서울 동남권 일대 투표소는 오후 내내 아수라장이었다. 잠실2동 잠일초등학교 제6투표소에서는 오후 6시 30분쯤 학교 내부에 80여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입장 인원과 퇴장 인원이 뒤엉켰다. 선거인 명부 등재번호 확인 없이 투표용지가 배부된 사례까지 드러나자 현장에서는 선거관리원을 향한 항의가 쏟아졌다. 투표소 정문에서는 유권자를 그냥 통과시켰다가 후문에서는 막기도 했고, 대기표조차 없이 무작정 기다리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는 오후 6시 이전에 투표소에 도착해 줄을 선 유권자에 대해 투표 마감 이후에도 투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유권자는 투표가 일시 재개됐다는 소식에 투표소로 돌아왔다가 끝내 투표를 못 하는 상황이 빚어졌고, 투표를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린 이들도 적지 않았다. 경찰에는 이날 투표용지 부족과 관련한 신고가 서울 시내에서만 14건 접수됐다. 서울경찰청은 "신고는 있었지만 경찰 조치는 따로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