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깝고 창피하기나 하다”…늙어서 경조사마저 안 가고 혼자 있는 이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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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가 경조사를 피하는 5가지 심리적 이유

2023년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생활상 주요 어려움 중 하나로 사회적 관계 위축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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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만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 불만족의 이면에는 경조사 자리에서 조용히 쌓이는 감정들이 있다. 예전에는 힘들어도 얼굴을 비추는 게 당연한 도리였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 당연함이 달라진다. 오래 살아보니 그 자리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의 무게가 생각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5위. 경제적 부담이 쌓일수록 발걸음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경조사를 피하게 되는 이유 중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돈 문제다. 결혼식 축의금, 장례식 부의금, 돌잔치 선물까지 한 해에 몇 건만 겹쳐도 수십만 원이 나간다. 고정 수입이 줄어드는 은퇴 전후 시기와 맞물리면 이 부담은 더 크게 느껴진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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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금액만이 아니다. 돈이 충분하더라도 쓰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는 심리가 생긴다. '이 관계에 이만한 돈을 쓸 가치가 있는가'라는 계산이 무의식 중에 작동한다. 특히 형식적으로만 유지되던 관계일수록 그 계산은 더 냉정해진다. 결국 부담을 느낀 사람들은 먼저 연락을 줄이고 다음에는 아예 발길을 끊는다.

모건 하우절은 저서 '돈의 심리학'에서 "돈을 쓰는 결정은 언제나 그 관계와 경험에 부여하는 가치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말했다. 관계의 의미가 흐릿해질수록 지출에 저항감이 커지는 것은 경제적 판단이 아니라 심리적 판단이다. 경조사비가 부담스럽다는 말은 곧 그 관계가 그 무게만큼 의미 있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솔직한 신호이기도 하다.

4위. 갑자기 늘어난 부고 소식이 두렵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경조사의 성격이 달라진다. 결혼식과 돌잔치보다 장례식이 더 많아진다. 주변에서 또래가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소식이 이어지면, 조문 자리는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자신의 죽음을 미리 마주하는 경험이 된다. 빈소에서 고인의 영정을 바라보며 '다음은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치는 것을 막기 어렵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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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65세 이상 고령자의 우울 증상 경험률은 13.5%였으며, 독거노인은 16.1%로 더 높았다. 장례식이 반복될수록 이 우울감은 더 쉽게 자극된다. 죽음을 자주 목격하는 것이 생의 의지를 약화시킨다는 연구는 국내외에서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일부 노인들이 조문을 의도적으로 기피하는 것은 냉정함이 아니라 자기 보호에 가깝다.

어니스트 베커는 저서 '죽음의 부정'에서 "인간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외면하기 위해 끊임없이 방어 기제를 작동시킨다"고 썼다. 부고 소식이 두렵다는 말은 죽음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삶을 붙들고 싶다는 뜻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 마음이 더 강해지는 것은 약함이 아니다.

3위. 체력과 감정 소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하루 종일 사람을 만나도 다음 날이면 회복됐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이동과 긴 대화 자체가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한다. 경조사는 특히 그렇다. 기쁜 자리든 슬픈 자리든 감정의 진폭이 크고, 그 진폭만큼 몸과 마음이 함께 소진된다. 다녀오고 나면 반가움보다 기진맥진한 느낌이 더 크게 남는 경험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선택을 달리하기 시작한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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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남은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감각이 강해지면서 에너지를 소모하는 관계보다 정서적으로 의미 있는 관계에 집중하게 된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마음이 편한 소수의 관계를 택하는 것이 비합리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수전 핀커는 저서 '빌리지 이펙트'에서 "나이 든 뇌는 에너지 소모가 큰 관계를 본능적으로 피하도록 설계된다"고 썼다. 경조사 뒤에 찾아오는 무거운 피로감은 게으름이 아니라 신체가 보내는 신호다.

2위. 형식만 남은 관계에 허무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오래 알았다는 이유 하나로 이어지는 관계가 있다. 막상 경조사 현장에서 마주하면 진짜 속마음을 나누기보다 의례적인 말들만 오간다. 누가 어디가 아프다, 자식은 어떻게 됐다, 집값은 얼마라는 이야기가 반복된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비교가 오가는 자리이기도 하다.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AI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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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 중 친인척이나 친구·이웃·지인과 연락은 하지만 실제로 속마음을 나누는 대상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상당수에 달했다. 관계의 양적 유지와 질적 친밀감 사이의 간극이 나이 들수록 더 벌어진다는 의미이다.

로버트 월딩거는 저서 '굿 라이프'에서 "관계의 빈도가 아니라 진정성이 삶의 만족도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경조사가 그 진정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라 형식을 유지하는 자리로 느껴질 때, 사람들은 조금씩 발을 빼기 시작한다.

1위. 점점 초라해진 자기 모습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가장 힘든 것은 상대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보게 되는 자기 자신이다. 건강이 예전 같지 않고, 형편도 달라졌고, 자식 이야기도 자랑스럽게 꺼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 경조사 자리는 기쁨보다 쪼그라드는 마음을 경험하는 공간이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반가움보다 창피함이 더 크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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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통계청 2024년 고령자 통계에서 65세 이상 고령자 중 19세 이상 성인의 10.8%가 인권침해나 차별을 가장 많이 받는 집단으로 '노인'을 꼽았다. 사회 전반에서 노인을 열등한 위치로 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그 시선을 내면화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경조사 자리에서 느끼는 초라함은 개인의 과민 반응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서 나온 감정이기도 하다.

브레네 브라운은 저서 '수치심 권하는 사회'에서 "수치심은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자신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 때 가장 강렬하게 발동한다"고 썼다. 경조사는 구조적으로 비교가 일어나는 공간이다. 누가 더 잘됐는지, 누가 더 건강한지, 누구의 자식이 더 나은지가 말없이 오간다. 나이가 들수록 그 무언의 비교를 견디는 것이 더 힘들어진다. 결국 경조사를 피하게 되는 가장 깊은 이유는 상대가 아니라 그 자리에서 작아지는 자기 마음 때문이다.

마무리

힘들어도 경조사를 빠짐없이 챙기며 관계를 유지하다가 매번 돌아오는 길에 더 지치는 사람이 있다. 반면 자신의 에너지와 마음 상태를 먼저 살피고 선택적으로 관계를 추리며 진짜 편안한 소수와 깊게 지내는 사람이 있다. 나이 드는 것과 관계를 줄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인생 후반부에는 체면보다 자기 마음을 덜 지치게 하는 선택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