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루마니아인 한국생활] “아파도 출근한다고?” 외국인이 가장 놀란 한국 직장의 휴가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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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데도 출근하고, 쉬고 싶어도 눈치를 본다. 외국인에게 한국 직장문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건 ‘일하는 시간’보다 ‘쉬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사무실에서 나무 책상에서 피로를 느끼는 여자 / 셔터스톡
사무실에서 나무 책상에서 피로를 느끼는 여자 / 셔터스톡

한국 직장문화에서 외국인이 가장 충격받는 순간 중 하나는 회식도, 야근도 아니다. 몸이 아픈데도 출근하고, 쉬어야 할 때도 연차를 쓰기 어려워하는 분위기다. 유럽에서 온 사람에게는 “왜 자신의 권리인 휴가를 쓰는 데도 눈치를 봐야 할까”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한국에서 일하거나 한국 직장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반복해서 놀라게 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휴가 문화다. 한국은 빠르고 효율적인 나라이고, 병원도 가깝고, 생활 시스템도 편리하다. 그런데 정작 몸이 아플 때 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아 보인다.

루마니아를 포함한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는 아프면 병가를 내고 쉬는 것이 비교적 자연스럽다. 물론 회사와 직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몸이 좋지 않은 상태로 출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의사의 진단을 받고 병가를 내면 일정 비율의 급여가 지급되는 제도도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아파도 출근하거나, 병가 대신 자신의 연차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어떤 사람들은 상사가 며칠 연속 쉬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아픈데도 “눈치 보여서” 출근한다고 말한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 모습이 꽤 충격적이다. 휴가는 쉬기 위해 존재하는 권리인데, 왜 그 권리를 쓰는 일이 이렇게 조심스러워 보일까.

한국의 연차는 유럽보다 짧게 느껴진다

한국에서는 보통 1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가 주어진다. 장기 근속을 하면 일정 기준에 따라 늘어나지만, 기본적으로 많은 직장인들이 떠올리는 연차 숫자는 15일이다.

유럽에서 온 사람에게 이 숫자는 적게 느껴질 수 있다. 루마니아의 법정 유급휴가는 최소 20일이고, 일부 유럽 국가나 회사에서는 한 달 가까이 쉬는 것도 가능하다. 여름휴가를 길게 쓰거나, 연말에 며칠씩 붙여 쉬는 문화도 더 자연스럽다. 그래서 한국에서 연차를 며칠씩 아껴 쓰고, 하루 쉬는 것도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낯설다. 특히 한국 직장인들이 “연차를 다 못 썼다”, “연차 쓰기가 눈치 보인다”, “연차를 붙여 쓰기 어렵다”고 말할 때 외국인은 의아해질 수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회사마다 분위기는 다르다. 자유롭게 휴가를 쓰는 곳도 있고, 워라밸을 중시하는 조직도 늘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유럽과 비교하면 휴가를 길게 쓰는 문화는 아직 더 조심스러운 편으로 보인다.

빨간색으로 25번 숫자가 교차되어 있고 그 아래에 '홀리데이'라고 쓰여 있는 달력은 휴가나 휴가의 개념을 나타냅니다. / 셔터스톡
빨간색으로 25번 숫자가 교차되어 있고 그 아래에 "홀리데이"라고 쓰여 있는 달력은 휴가나 휴가의 개념을 나타냅니다. / 셔터스톡

가장 큰 차이는 ‘병가’였다

외국인에게 더 놀라운 것은 병가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질병이나 컨디션 문제에 대해 법으로 보장된 유급 병가가 넓게 자리 잡아 있지 않다. 회사가 별도로 병가 제도를 운영하지 않는다면, 아픈 날에도 연차를 사용하거나 무급으로 쉬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점은 루마니아와 크게 다르다. 루마니아에서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의료휴가를 받을 수 있고, 질병 종류나 기간에 따라 일정 비율의 급여가 지급된다. 즉 아프다는 이유로 쉬는 것과 개인 휴가를 쓰는 것이 완전히 같은 문제로 다뤄지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몸이 아파도 “연차를 써야 한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다. 외국인에게는 이것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연차는 여행을 가거나 쉬고 싶을 때 쓰는 휴가라고 생각하는데, 아파서 침대에 누워 있는 날까지 개인 휴가에서 차감된다면 실제로 쉴 수 있는 날은 더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직장인들이 아플 때 병원에 들렀다가 다시 회사로 돌아오거나, 약을 먹고 버티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한국에서는 병원 접근성은 좋은데, 정작 병원에 간 뒤 집에서 충분히 쉬는 문화는 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아파도 나와야 한다”는 분위기

한국 직장문화에서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는 “눈치”다. 법적으로 가능한 휴가라도, 실제로 쓰려면 팀 분위기와 상사의 반응을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아플 때 쉬는 문제는 더 예민하다. 누군가는 “그 정도면 출근할 수 있지 않냐”는 말을 들을까 봐 걱정하고, 누군가는 며칠 연속 쉬면 책임감이 없어 보일까 봐 걱정한다. 어떤 사람들은 몸이 좋지 않아도 일단 출근해서 자신의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 더 낫다고 느낀다.

외국인에게는 이 문화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아픈 사람이 쉬어야 빨리 회복하고,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기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아픈 상태로 회사에 나오는 것이 성실함처럼 받아들여진다면, 결국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될 수 있다.

한국 직장인들이 열심히 일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외국인 눈에는 때로 그 성실함이 자기 몸을 돌보지 못하게 만드는 압박처럼 보인다.

냉열 독감 독감으로 고생하는 스카프에 감긴 좌절한 아픈 소녀. / 셔터스톡
냉열 독감 독감으로 고생하는 스카프에 감긴 좌절한 아픈 소녀. / 셔터스톡

생리휴가, 법은 있지만 말하기 어려운 권리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생리휴가다. 한국에는 여성 근로자가 요청하면 매월 하루의 생리휴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실제 직장생활에서는 이 휴가를 사용하는 사람을 거의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 부분도 의아하다. 법으로 존재하는 권리라면 당연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말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럽고 민망하게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제도를 잘 모르거나, 알아도 사용하기 어렵다고 느낀다는 점이다. 생리통은 개인에 따라 매우 심할 수 있고, 어떤 날은 정상적으로 일하기 어려울 정도로 고통스러울 수 있다. 그런데도 직장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결국 제도는 있어도 실제 사용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권리가 있어도 분위기 때문에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이 지점이 외국인에게는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루마니아에서는 아프면 먼저 쉰다

루마니아에서도 직장마다 분위기는 다르고, 모든 회사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아플 때는 병가를 내고 쉬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의사의 진단을 받고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면 의료휴가가 처리되고, 일정 비율의 급여도 지급된다. 물론 행정 절차가 번거로울 수 있고, 병원 방문 과정이 느리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아픈 날을 개인 연차로만 해결해야 한다는 느낌은 한국보다 덜하다.

그래서 한국에서 “아파도 출근한다”거나 “병가가 없어서 연차를 써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놀라게 된다. 몸이 아픈 것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데, 그 부담을 개인 휴가로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 외국인에게는 꽤 엄격하게 느껴진다.

외국인으로서 가장 궁금했던 질문은 이것이었다. 왜 한국 사람들은 쉬는 것을 이렇게 어려워할까. 제도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문화적인 이유도 커 보인다. 한국에서는 성실함, 책임감, 팀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내가 쉬면 동료가 힘들어질까 봐, 상사가 안 좋게 볼까 봐, 평가에 불이익이 있을까 봐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이른바 ‘눈치 문화’가 휴가 사용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휴가가 법적 권리라는 것을 알아도, 실제로는 조직 안에서 어떻게 보일지가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이 문화는 조금 모순적이다. 좋은 직원이 되기 위해 쉬지 않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더 나쁜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분히 쉬지 못하면 몸은 더 늦게 회복되고, 업무 집중도도 떨어지고, 번아웃도 빨리 올 수 있다.

현대 사무실에서 컴퓨터에서 일하는 청년, 화면에 초점을 맞추고, 안경과 넥타이를 착용, 책장 배경. / 셔터스톡
현대 사무실에서 컴퓨터에서 일하는 청년, 화면에 초점을 맞추고, 안경과 넥타이를 착용, 책장 배경. / 셔터스톡

조금씩 달라지고는 있다

물론 한국의 모든 회사가 같은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자유롭게 연차를 쓰는 분위기의 회사도 늘고 있고, 재택근무나 반차, 시간 단위 휴가를 활용하는 직장도 많아지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아프면 쉬어야 한다”, “휴가는 권리다”라는 인식도 강해지고 있다.

일부 기업은 별도 병가 제도나 복지 휴가를 운영하기도 하고, 코로나19 이후 아픈 상태로 출근하는 것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달라졌다. 과거처럼 무조건 버티는 문화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 분위기도 생기고 있다. 하지만 유럽과 비교하면 아직은 휴가를 쓰는 데 더 많은 눈치가 따라붙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아플 때 쉬는 문제는 제도와 문화가 함께 바뀌어야 하는 영역이다.

한국 직장인들은 정말 열심히 일한다. 빠르고, 책임감 있고,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려는 태도가 강하다. 하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그 성실함이 때로 너무 엄격하게 느껴진다. 아픈데도 출근하고, 쉬고 싶어도 눈치를 보고, 법으로 있는 휴가도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성실함을 넘어선 문제일 수 있다.

휴가는 게으른 사람이 쓰는 것이 아니다. 아픈 사람이 쉬는 것도 책임감 없는 행동이 아니다. 오히려 건강하게 오래 일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이다.

루마니아와 유럽의 방식이 항상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직장문화가 조금 더 자연스럽게 “쉬는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일하는 사람들의 삶도 훨씬 나아질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에게 한국 직장의 가장 큰 충격은 사람들이 열심히 일한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아파도, 지쳐도, 쉬는 것을 너무 어려워한다는 사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