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살이 세서 못 나오고 있다”...쏟아진 폭우에 배수로 빠진 70대 여성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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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장미'로 배수로 급류 변해...70대 여성 구조
폭우 때 배수로는 '급류의 함정'...올바른 대처법은?
제6호 태풍 ‘장미’의 간접 영향으로 제주에 많은 비가 쏟아진 가운데, 70대 여성이 도로변 배수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집중호우 때 배수로와 하천 주변은 평소보다 훨씬 빠른 유속이 형성되는 만큼, 사고를 당했을 때 무리하게 빠져나오려 하기보다 체력을 아끼고 구조를 기다릴 수 있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
뉴스1은 2일 제주소방안전본부를 인용해 전날 오후 8시 23분쯤 서귀포시 남원읍에서 “도로변 배수로를 건너다 사람이 빠졌는데, 물살이 세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구조대원들은 신고 약 10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배수로에 빠진 여성을 구조했다. 이 여성은 저체온증과 흉통 등의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전날 제주에는 태풍 ‘장미’가 일본 오키나와 해상을 따라 북상하면서 간접적인 영향을 받아 강한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전남권과 경남권, 제주도를 중심으로 2일 오전까지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고 예보했다. 특히 제주 산지에는 시간당 30㎜ 안팎, 중산간과 해안에는 시간당 20~30㎜의 강한 비가 쏟아질 수 있다며 안전사고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폭우 때 배수로는 ‘작은 물길’이 아니라 급류가 된다
비가 많이 내릴 때 도로변 배수로는 단순히 빗물이 빠지는 통로가 아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몰리면 좁은 배수로 안으로 물이 한꺼번에 쏠리면서 성인도 버티기 어려운 급류가 만들어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얕아 보여도 실제로는 발을 딛는 순간 균형을 잃기 쉽고, 물살이 다리와 몸통을 밀어내면서 순식간에 넘어질 수 있다.
특히 야간이나 시야가 흐린 상황에서는 배수로의 깊이와 폭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 도로와 배수로의 경계가 빗물에 가려지면 평소 익숙한 길에서도 사고가 날 수 있다. 이번 사고처럼 도로변 배수로를 건너려다 빠지는 상황은 폭우 때 충분히 반복될 수 있다. 따라서 호우 특보가 내려졌거나 시간당 강한 비가 내릴 때는 배수로, 하천변, 지하차도, 침수 도로 주변 접근을 피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빠졌다면 물살을 거스르지 말고, 먼저 붙잡아야 한다
만일 많은 비에 휩쓸려 배수로에 빠졌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물살을 거슬러 나오려는 행동을 멈추는 것이다. 강한 유속에서는 무리하게 일어서거나 반대 방향으로 헤엄치려 할수록 체력이 빠르게 소진된다. 몸이 떠밀리는 상황이라면 우선 머리를 물 위로 유지하고, 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방, 우산, 장화처럼 물을 머금어 움직임을 방해하는 물건은 가능한 한 버려야 한다. 이후 배수로 벽면, 난간, 나뭇가지, 돌출 구조물 등 손이 닿는 고정물을 붙잡고 몸을 최대한 낮춰 버티는 것이 우선이다. 몸을 세우려다 넘어지면 다시 중심을 잡기 어렵기 때문에, 무릎을 굽히거나 낮은 자세로 버티며 구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
탈출을 시도할 때도 물이 흘러오는 방향을 정면으로 맞서서는 안 된다. 가능하다면 흐름을 비스듬히 타면서 가장자리 쪽으로 빠져나갈 지점을 찾아야 한다. 급류를 정면으로 거슬러 올라가려는 행동은 체력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더 깊은 곳으로 휩쓸릴 위험을 키울 수 있다.
맨홀·암거·지하 관로 쪽은 특히 피해야 한다

배수로 안에서 가장 위험한 지점은 맨홀, 암거, 좁은 관로, 지하로 이어지는 입구다. 이런 구조물은 물이 빨려 들어가는 힘이 강하게 형성될 수 있어 한 번 휩쓸리면 구조가 급격히 어려워진다. 배수로에 빠졌을 때는 흐름을 따라 이동하더라도 이런 입구 쪽으로 가까워지지 않도록 최대한 가장자리와 돌출부를 붙잡아야 한다.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하다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정확한 주소를 모를 경우 주변 건물명, 도로명 표지판, 다리 이름, 하천명, 가게 간판 등 눈에 보이는 단서를 최대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치 설명이 어려울수록 구조대 도착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리를 낼 수 있다면 “사람 빠졌다”, “119 불러달라”처럼 짧고 분명한 말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저체온증도 경계해야 한다. 폭우 속 배수로에 빠지면 체온이 빠르게 떨어지고, 흉통이나 호흡 곤란, 의식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구조된 뒤 겉으로 큰 외상이 없어 보여도 저체온증이나 충격 증상이 뒤늦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병원 이송과 상태 확인이 필요하다.
목격자는 직접 뛰어들지 말고 119 신고부터 해야 한다
사고를 목격한 사람이 직접 배수로에 뛰어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급류 사고에서는 구조자까지 함께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119 신고다. 이후 주변에 있는 줄, 긴 막대, 옷가지, 구명환처럼 던지거나 뻗을 수 있는 물건을 이용해 사고자가 붙잡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때도 구조자는 물가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말고, 몸을 낮춘 상태에서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기상청은 강하고 많은 비로 인해 시설물 피해와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각별한 유의를 당부하고 있다. 도로가 미끄럽고 가시거리가 급격히 짧아지는 곳도 있는 만큼 운전자 역시 속도를 줄이고 침수 우려가 있는 구간은 우회해야 한다.
결국 배수로 사고의 최선의 대처는 사고가 난 뒤의 탈출보다 사고를 피하는 것이다. 물이 발목 높이만 차도 보행 능력은 크게 떨어지고, 배수로 주변은 겉보기보다 유속이 빠를 수 있다. 태풍이나 집중호우가 예보됐을 때는 가까운 길이라도 배수로를 건너거나 침수된 도로를 통과하려 하지 말고, 안전한 우회로를 선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