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머물고, 다시 찾는다…전남이 '생활인구'로 지방소멸에 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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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런트립부터 진도 빼기까지…5개 시군 특색 넘치는 체류형 인구정책 본격 가동

저출산과 고령화, 수도권 집중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전라남도가 꺼내든 새로운 카드는 '생활인구'다.
전라남도는 체류·관계·재방문 중심의 새로운 인구정책 모델을 확산하기 위해 '2026년 생활인구 늘리기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22개 시군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해 서류심사와 발표심사를 거쳐 최종 5개 시군을 선정했다. 총사업비는 3억 6천만 원 규모로 도비 1억 800만 원과 시군비 2억 5천200만 원이 투입된다.
■ '생활인구'란 무엇인가…주민등록을 넘어선 새로운 인구 개념
생활인구는 단순히 그 지역에 주민등록을 둔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무르며 소비하고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주말마다 찾아오는 도시민, 한 달 살기를 즐기는 여행자, 귀농·귀촌을 고민하며 체험하는 예비 이주민까지 모두가 생활인구의 범주에 들어간다.
전남도가 이 개념에 주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주민등록인구는 줄어들더라도 지역을 찾고 머물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지역 경제는 살아날 수 있다. 단순 관광을 넘어 지역 체류시간 증가와 소비 확대, 주민·공동체와의 관계 형성, 재방문과 정주 전환으로 이어지는 생활인구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전남도의 전략이다.
■ 5개 시군 5색 매력…지역 특성 살린 맞춤형 프로그램
선정된 5개 시군의 사업은 저마다의 개성과 매력을 담아 설계됐다.
목포시 '달리며 즐기는 반값여행, 목포 런트립(Run Trip)' 은 관광과 스포츠를 결합한 체류형 콘텐츠로 젊은 층 유입을 겨냥한다. 달리는 즐거움과 목포의 골목 문화, 먹거리를 엮어낸 이 프로그램은 MZ세대의 취향을 정확히 겨냥한 기획이다. 반값이라는 경제적 매력까지 더해 젊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목포로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된다.
구례군 '도시민 유입부터 정착까지 귀농귀촌 4-STEP 리빙스테이' 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도시민들을 위한 단계별 맞춤 프로그램이다. 막연한 귀촌의 꿈을 현실로 연결하는 4단계 과정을 통해 체험에서 정착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로를 만들어준다. 지리산 자락의 청정 자연을 품은 구례가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진군 '강진품애(愛) 살아볼래(來)' 는 지역 체험과 주민 교류 중심의 생활인구 확대 모델을 추진한다. 사업 이름에 담긴 '품애'와 '살아볼래'라는 중의적 표현처럼 강진의 품 안에서 진짜 삶을 경험해보라는 초대장이다. 청자와 다산의 고장 강진이 품고 있는 깊은 문화적 자원이 체류형 콘텐츠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무안군 '무안황토갯벌랜드 생활인구 증대사업' 은 가족 단위 체류형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과 소비 활성화를 도모한다. 무안의 상징인 황토갯벌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은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 여행객들에게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는 동시에 지역 내 소비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진도군 '일단 한번 진도나가게!(1박 2일 진도 빼기)' 는 이름부터 유쾌하다. SNS 기반 콘텐츠 확산을 통한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재방문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진도 빼기'라는 재치 있는 표현처럼 한번 발을 들이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진도의 매력을 SNS를 통해 전국에 퍼뜨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 지속 가능성에 방점…우수 모델은 전 시군으로 확산
전남도는 이번 사업의 심사 과정에서 단순한 아이디어의 참신함보다 사업의 지속 가능성과 생활인구 확대 효과, 지역 파급효과를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계속해서 사람을 불러들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관계확장 프로그램형, 일·여가 결합형, 홍보콘텐츠형 등 다양한 생활인구 모델을 발굴해 정책 실효성을 높이고 성과가 검증된 우수 모델은 전 시군으로 확산할 방침이다.
윤연화 전남도 인구청년이민국장은 "생활인구는 단순 방문객이 아니라 지역과 관계를 맺고 다시 찾게 만드는 지역 활력의 핵심 축"이라며 "전남·광주 통합 생활권과 연계해 체류형·관계형 인구정책을 지속 확대하고 우수 모델은 전 시군으로 확산하겠다"고 강조했다.
달리고, 머물고, 경험하고, 다시 찾는 사람들. 그 한 명 한 명이 쌓여 지방소멸의 파도를 막아내는 방파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전남의 새로운 인구 실험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