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투표는 모세의 지팡이다…초저출생·초고령 시대, 풀뿌리 민주주의의 운명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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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사전투표율 역대 최고 경신…정치 혐오를 넘어 투표함 앞에 서야 할 이유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역 일꾼 선출을 넘어 훨씬 더 깊은 의미를 품고 있다. 초저출생·초고령 사회로의 진입과 함께 '돌봄통합지원법'이 본격 시행되는 첫해,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좌우할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막중해졌기 때문이다. 누가 지역을 이끄느냐에 따라 내 이웃의 노후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그리고 소외된 이들의 삶이 달라진다.
■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깨어나는 지역 민주주의
고무적인 신호가 먼저 들어왔다. 이번 사전투표율은 제8회 지방선거(20.62%)보다 2.89%포인트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지방선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022년 제20대 대선 사전투표율(36.93%)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지역 정치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이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더 많은 시민들이 지방선거를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로 여기지 않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내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지방정치라는 사실을 유권자들이 몸으로 깨닫고 있는 것이다.
■ 실망과 불신을 넘어…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
물론 지방자치의 역사가 마냥 자랑스럽지만은 않다. 그동안 수많은 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주민들에게 깊은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 그 결과 지방선거 투표율은 54~60% 수준에 머물며 정치 혐오의 민낯을 드러내왔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투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역설적이게도 정치가 실망스러울수록 투표함 앞에 서야 할 이유는 더욱 커진다. 풀뿌리 정치가 바로 서야 정치 혁신과 개혁도 가능하다. 지방선거는 미래의 국가 지도자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정치적 인큐베이터'다. 오늘 지역에서 검증된 일꾼이 내일의 국가 지도자가 된다. 유권자에게 부여된 투표권은 그래서 신성한 사명이다.
■ 초저출생·초고령 시대…지방정치가 삶을 결정한다
이번 선거가 특별히 중요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초저출생·초고령 사회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서 있다. 이 파도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는 결국 지역 현장에서 결판난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모들이 지역 안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사회적 불평등의 그늘에 가려진 소외된 이웃들이 따뜻한 손길을 받을 수 있는지. 이 모든 것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손에 달려 있다. 갈등을 넘어 국민 대통합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대표자를 세우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 크리스천의 투표, 홍해를 가르는 모세의 지팡이
크리스천에게 있어 이번 선거는 신앙적 소명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교회는 정치적 중립과 공직선거법을 준수하면서도 성경적 가치관에 입각해 지역사회를 섬길 올바른 지도자를 선출해야 할 책임을 안고 있다.
투표는 홍해를 갈랐던 모세의 지팡이와 같다. 한 표 한 표가 모여 부정부패를 걷어내고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가 실천되는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어가는 힘이 된다. 주민자치와 생활자치를 실현하고 참여와 공정으로 행복한 마을 정치를 이끌어갈 참된 일꾼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세워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대한민국 정치 혁신과 개혁의 진정한 주인공은 거창한 구호를 외치는 정치인이 아니다. 6월 3일 투표소 앞에 묵묵히 줄을 서는 평범한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