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화에어로 또 폭발 참사…죽음은 반복되는데 책임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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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2019년 이어 2026년 또 폭발 참사…8년 새 세 번째 대형 인명사고
- '재발 방지' 약속은 어디로 갔나…반복되는 죽음에 안전관리 책임론 확산
- 노동자 13명 앗아간 대전사업장…근본적 안전시스템 점검 목소리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또 사람이 죽었다.

1일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노동자 5명이 목숨을 잃었다. 평범한 일요일 아침 출근길에 나섰던 이들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동료들은 폭발음을 들었고, 하늘로 치솟은 검은 연기는 또 하나의 비극을 알렸다.

위키트리 부산경남취재본부장. / 사진=위키트리DB
위키트리 부산경남취재본부장. / 사진=위키트리DB

사고 직후 회사는 사과문을 냈다. 관계기관은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언론은 속보를 쏟아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사고 소식을 접한 순간 다른 생각부터 떠올렸을 것이다.

"또 한화에어로인가."

안타깝게도 이번 사고는 처음이 아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은 이미 수차례 대형 폭발 사고를 경험한 곳이다. 2018년 폭발 사고로 노동자 5명이 숨졌고, 2019년에도 폭발 사고가 발생해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2026년 다시 5명이 사망했다.

8년 동안 세 차례 대형 폭발 사고.

그 사이 목숨을 잃은 노동자만 13명이다.

더 이상 우연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위험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에서 사고가 한 번 발생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같은 사업장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고, 수많은 노동자가 희생됐다면 문제는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시스템에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기업은 고개를 숙인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안전 강화를 다짐하며, 철저한 조사를 약속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사고는 잊힌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위험한 작업 현장으로 들어간다.

결국 반복되는 것은 사과문이 아니라 죽음이다.

방산기업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산업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국가 안보도 국민의 생명 위에 존재할 수는 없다.

세계적인 방산기업이라는 명성도 노동자의 안전이 담보될 때 의미가 있다.

아무리 첨단 무기를 만들고 수조 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따내더라도 정작 현장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 성과는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특히 방산시설은 일반 제조공장과 다르다.

화약과 추진제, 각종 폭발성 물질을 취급하는 만큼 단 한 번의 방심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더 강력한 안전관리 체계와 더 엄격한 현장 통제가 요구된다.

그럼에도 사고는 반복됐다.

국민들이 묻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는가.

2018년 사고 이후 무엇이 개선됐고, 2019년 사고 이후 어떤 대책이 마련됐으며, 그 대책들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했는가.

만약 충분한 개선이 이뤄졌다면 왜 또 사람이 죽었는가.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수사기관과 관계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원인 규명과 별개로 분명한 사실 하나는 존재한다.

반복된 참사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이 계속 목숨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의 생명은 비용이 아니다.

안전은 생산성과 맞바꿀 수 있는 선택사항도 아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이야기하려면 화려한 광고나 ESG 보고서보다 먼저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가 아침에 출근해 저녁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기업이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이번 사고 역시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유가족들에게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상처로 남는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왜 같은 사업장에서 반복적으로 사람이 죽어야 했는지 끝까지 밝혀야 한다.

사과문은 하루면 쓸 수 있다.

그러나 안전은 하루 만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 번째 참사 앞에서 국민들이 듣고 싶은 것은 또 다른 사과가 아니다.

다시는 이런 죽음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 변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제 답해야 한다.

반복된 죽음 앞에서 무엇을 놓쳤고, 무엇을 바꿀 것인가.

그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번 참사 역시 또 하나의 비극으로 기록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