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악의 라면” “공짜로도 안 먹을 맛”... 대체 어떤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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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볶음면 베꼈다는 라면... “욕 나오게 맵고 시고 쓰다”
검은 포장지, 불을 뿜는 닭 캐릭터, 매운맛을 강조한 붉은 글씨.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처음 봤을 때와 거의 같은 인상이다. 그런데 이 제품의 뒷면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원산지가 찍혀 있다. 북한이 만든 '매운김치맛 비빔국수'다.

이 제품이 세상에 알려진 건 지난해 9월이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통생통사 강동완TV'를 통해 처음 공개했다. 강 교수는 북한 박물관 건립을 위해 북한 물건을 수집하던 중 중국 현지 지인을 통해 이 제품을 직접 입수했다고 밝혔다.
포장부터 조리법까지 불닭볶음면 판박이
제조사는 '라선령선합영회사'이며, 생산지는 라선시 선봉구역 관곡동이다. 원산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표기돼 있고, 중국 등록번호도 함께 적혀 있다. 중량은 126g, 열량은 475㎉다. 주원료는 밀가루, 정제소금, 기름, 매운김치, 닭고기복합장조미료, 참깨, 김, 남새복합조미료로 구성됐다. 보관기간은 9개월이다.
포장 디자인의 유사성은 노골적이다. 불닭볶음면의 마스코트 '호치'를 닮은 닭 캐릭터가 불을 뿜는 그림이 검은 배경 위에 자리 잡고 있고, 흰색과 붉은색 글씨 조합까지 불닭볶음면 패키지를 그대로 차용한 모양새다. 내용물 구성도 유사해서 액상 스프와 김가루, 참깨 등이 함께 들어 있고, 면은 비닐로 개별 랩핑됐다.

조리법도 비슷하다. 봉지 뒷면에는 "끓는 물 500㎖에 국수를 넣고 4분 정도 끓인 후 건져 물기를 뺀 다음 장조미료와 남새조미료를 각각 넣고 버무려준다"고 적혀 있다. 불닭볶음면의 조리법과 방식이 거의 같다. 여기에 "구미에 맞게 김치, 닭알, 파 등을 넣으면 맛이 아주 좋습니다"라는 추가 안내도 붙어 있다. '닭알'은 달걀의 북한식 표현이다. 이 제품은 5개 묶음으로 판매된다. 북한에서는 라면을 '즉석 국'이라고 부른다.
먹어본 사람의 후기 "역사상 최악의 라면"
'매운김치맛 비빔국수'를 직접 먹은 네티즌이 올린 후기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며 화제를 모은다. 시식자는 불닭볶음면보다 5배는 맵고, 이상한 비릿맛에 신맛과 쓴맛까지 복합적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억지로 매운맛만 극대화한 맛이라면서 "돈 주고 안 사먹을 맛", "공짜로도 안 먹을 맛", "역사상 최악의 라면"이라고 했다. 계란을 올려봐도 달라지지 않았다. 마지막 한 줄이 모든 걸 요약했다. "불닭볶음면은 맛있게 맵다면 이건 그냥 욕 나오게 맵고 시고 쓰다.“
왜 북한은 이 제품을 만들었나
'매운김치맛 비빔국수'는 북한 내수용이 아니다. 라선령선합영회사는 수출을 위해 세워진 공장이다. 처음부터 중국 수출을 겨냥해 기획됐다. 포장지에 중국 등록번호가 명기돼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배경에는 북한의 만성적인 외화 부족 문제가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면서 북한의 공식 수출 루트는 극히 제한돼 있다. 이 상황에서 라선 경제특구는 북한이 중국과 교역을 이어가는 핵심 창구 역할을 해왔다. 라선경제무역지대는 북한과 중국이 2010년 공동 개발·관리를 합의한 특수경제지대다.

불닭볶음면은 이 전략의 좋은 참조점이 됐다.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되며 글로벌 히트 상품이 된 불닭볶음면은 중국 시장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제재 국면에서 마땅한 수출 상품이 없는 북한 입장에서는 이미 검증된 상품의 디자인과 조리법을 그대로 베껴 중국 소비자들에게 저렴하게 내놓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지였던 셈이다.
강 교수는 유튜브 영상에서 "남한을 주적이라 하면서도 돈이 되는 구조 속에서는 남한 제품을 베끼는 모습이 드러난다"고 평했다. 그는 "디자인, 상표, 저작권 모든 문제가 있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라고도 지적했다. 북한은 2023년 12월 남한을 '적대적·교전 중인 국가'로 공식 규정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그 적대국의 베스트셀러를 베껴 중국 시장에 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