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13번?” 손흥민 멀티골 폭발…등번호가 ‘7번’ 아닌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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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번호 13번 속 진짜 에이스 7번, 손흥민의 두 골이 증명한 것
고지대 전술 작전까지, 손흥민 멀티골 속 숨겨진 월드컵 준비

손흥민이 전반에만 두 골을 몰아치며 대표팀 에이스의 존재감을 다시 입증했다. 그런데 이날 그라운드에서 더 큰 궁금증을 낳은 장면도 있었다. 손흥민의 등번호가 익숙한 ‘7번’이 아니라 ‘13번’이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브리검 영 대학교 BYU 사우스필드 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앞두고 열린 대한민국과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브리검 영 대학교 BYU 사우스필드 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앞두고 열린 대한민국과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뉴스1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31일(한국시간) 오전 10시 미국 유타주 프로보의 브리검영대(BYU)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친선전에서 낯선 등번호를 달고 경기에 나섰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상징과도 같은 7번 대신 13번을 달았다. 7번은 수비수 이태석이 착용했다.

손흥민은 왜 ‘7번’이 아닌 ‘13번’을 달았나

대표팀 선수들이 평소와 다른 등번호를 달고 나선 배경에는 아직 월드컵 본선에서 사용할 공식 등번호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 있다. OSEN 등 보도에 따르면 공식 등번호 1~26번은 다음 달 1일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홍명보 감독의 전략적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월드컵 조별리그 상대국들의 전술 분석에 조금이라도 혼선을 주기 위해 낯선 백넘버를 활용했다는 설명이다. 현대 축구에서는 비디오 분석과 데이터 분석이 워낙 정교해 등번호 변경만으로 상대 분석을 크게 흔들기는 어렵다. 손흥민, 김민재, 이재성처럼 유럽 무대에서 오래 뛴 주축 선수들은 얼굴과 플레이 스타일이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브리검 영 대학교 BYU 사우스필드 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앞두고 열린 대한민국과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평가전에서 페널티킥을 차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브리검 영 대학교 BYU 사우스필드 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앞두고 열린 대한민국과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평가전에서 페널티킥을 차고 있다 / 뉴스1

그럼에도 대표팀은 활용 가능한 요소를 모두 동원했다. 손흥민은 13번, 김민재는 평소 익숙한 4번 대신 16번을 달았다. 깜짝 수비수로 주목받은 이기혁은 스트라이커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9번을 달고 뛰었다. 등번호 하나까지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겠다는 대표팀의 의지가 드러난 장면이었다.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은 일부 선수들은 명단에서 빠졌다. 대신 월드컵 최종 명단에 들지는 못했지만 훈련 파트너로 동행한 조위제와 강상윤이 각각 18번, 24번을 달고 벤치에 앉았다. 본선을 앞둔 대표팀의 운영 방식과 준비 과정이 동시에 드러난 경기였다.

전반 3분 사이 두 골, 손흥민이 직접 지운 우려

등번호는 낯설었지만, 경기력은 익숙한 손흥민 그대로였다. 손흥민은 전반에만 멀티골을 터뜨리며 한국 공격을 이끌었다.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40분, 손흥민은 침묵을 깼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브리검 영 대학교 BYU 사우스필드 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앞두고 열린 대한민국과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김문환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브리검 영 대학교 BYU 사우스필드 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앞두고 열린 대한민국과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김문환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 뉴스1

김진규가 전방으로 찔러준 로빙 패스를 김문환이 침착하게 잡아뒀고, 손흥민은 수비수를 등진 채 문전으로 빠르게 파고들었다. 이어 지체 없는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열었다. 공간을 읽는 움직임, 마무리 타이밍, 슈팅 간결함까지 손흥민다운 장면이었다.

선제골 이후 불과 3분 만에 추가골도 나왔다. 배준호가 얻어낸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선 손흥민은 과감하게 골대 왼쪽을 겨냥했다. 상대 골키퍼 자바리 브라이스가 방향을 읽고 몸을 날렸지만, 공은 그대로 골망 왼쪽 구석을 갈랐다.

손흥민은 올해 소속팀인 미국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정규리그에서 도움 9개를 기록했지만 득점은 없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득점 감각 저하와 이른바 ‘에이징 커브’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결정적인 순간 두 차례 득점포를 가동하며 우려를 지워냈다.

13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있었지만, 경기 내용만큼은 여전히 대표팀의 에이스 7번이었다.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볼리비아전 이후 약 6개월 만에 A매치 득점을 신고했고, A매치 통산 55호와 56호 골을 잇달아 작성했다. 한국 남자 선수 A매치 통산 최다 득점 1위인 차범근 전 감독의 58골과는 이제 두 골 차다.

고지대 적응 시험대, 대표팀은 5-0 흐름으로 본선 준비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브리검 영 대학교 BYU 사우스필드 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앞두고 열리는 대한민국과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평가전에 앞서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 뉴스1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브리검 영 대학교 BYU 사우스필드 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앞두고 열리는 대한민국과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평가전에 앞서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 뉴스1

이번 평가전의 핵심 목적은 단순한 승리만이 아니었다. 대표팀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과 2차전을 멕시코 과달라하라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치른다. 이 경기장은 해발 1571m 고지대에 있다. 트리니다드토바고전이 열린 BYU 사우스필드 역시 해발 1390m에 달한다.

고지대 환경에서는 선수들의 호흡, 체력 배분, 회복 속도가 평지와 다르게 작용한다. 대표팀 입장에서는 실제 본선과 유사한 환경에서 경기 감각을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홍명보호가 이 경기를 고지대 적응의 실전 테스트로 삼은 이유다.

손흥민의 멀티골 이후 대표팀은 흐름을 더 강하게 가져갔다. 조규성의 멀티골과 황희찬의 쐐기골까지 이어지며 한국은 5-0으로 경기를 주도했다. 주축 공격수들이 골맛을 본 점은 본선을 앞둔 대표팀에 긍정적인 신호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조규성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브리검 영 대학교 BYU 사우스필드 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앞두고 열린 대한민국과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뉴스1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조규성이 30일(현지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브리검 영 대학교 BYU 사우스필드 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앞두고 열린 대한민국과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 뉴스1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의 등번호는 13번이었다. 그러나 결정력, 움직임, 책임감은 여전히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7번의 그것이었다. 낯선 번호로도 가장 익숙한 결과를 만든 손흥민이 본선 무대에서 차범근 전 감독의 대기록에 얼마나 더 가까이 다가설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