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작정하고 턴 역대급 음란 사이트... 회원 상당수가 '부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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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덕 없는 집성촌’ 목적 내걸고 사이트 운영

경찰의 단속 모습. / 연합뉴스TV
경찰의 단속 모습. / 연합뉴스TV

개방적 성문화를 지향하는 집성촌을 만들겠다는 목적을 버젓이 내걸고 회원이 수천 명이나 되는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4년여간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일당의 총책은 2016년 강제 폐쇄된 국내 최대 성착취물 사이트 '소라넷' 계열 카페 회원 출신으로 드러났다. 그는 소라넷 이용자 기반을 흡수해 새 사이트를 차린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3대가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 음란물 사이트인 아너스클럽의 운영자 60대 A씨 등 운영진 8명과 회원 7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다른 회원 49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A씨 등은 2022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4년여간 아너스클럽을 개설·운영하면서 회원들의 집단 성행위 장면을 담은 사진·영상 700여건을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하거나 유포를 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사이트는 '부부 만남', '커플 만남' 등을 내세우며 개방적 성문화를 지향하는 이른바 '폴리아모리' 모임을 표방했다. 운영진은 경기와 부산·대구 일대에서 오프라인 정기 모임을 열고 집단 성행위 장면을 직접 촬영해 온라인에 공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단순히 사이트를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너랜드'라는 이름의 자신들만의 공동체 건설을 목표로 내걸었다. 경찰이 확보한 사이트 게시물에는 "숲속 청정지역에 평생 꿈꿔오던 근사한 집을 짓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손수 밥도 세탁도 하지 않고 매일 승마, 골프, 테니스, 드민트 탁구, 사우나, 마사지, 오프로드를 즐기며 해외여행과 요트로 일년의 반은 일주 여행을 하고,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 환상적이고 멋진 삶을 사는 세상이 있다면 어떻겠느냐"는 내용의 권유 글이 담겨 있었다. 이어 "우리는 이곳을 아너랜드라고 부르려 한다. 아너랜드에서는 기존의 도덕성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닌 자유로운 판타지를 구현할 수 있는 곳, 용기 있는 자들만의 세상"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숙영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3대장은 "매일 승마도 하고 골프도 하고 여행도 가면서 임야 약 30만 평을 매입해 자신들만의 집성촌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고, 부부가 많았다"고 밝혔다.

아너스클럽 본 사이트 외에 다음카페 회원 2361명, 텔레그램 채널 참여자 736명, 텔레그램 대화방 참여자 944명, X(옛 트위터) 팔로워 6214명 등 여러 플랫폼에 걸쳐 폭넓은 이용자망을 구축했다. 사이트 회원 6325명을 포함하면 실질적인 활동 인원은 이보다 훨씬 많다. 50, 60대 부부부터 젊은 미혼 남녀까지 회원 구성도 다양했다.

운영 방식도 체계적이었다. 회원을 1등급 '태아'부터 9등급 '박사'까지 9단계로 분류하고, 각 단계별 조건을 충족해야만 등급을 올려주는 방식으로 관리했다. 등급에 따라 게시판 접근 권한이 달라지는 구조로, 텔레그램 성착취물 유포 사건 '박사방'을 연상케 하는 시스템이다. 가입비와 회비는 1만~2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금전적 이익보다는 공동체 구축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불법 촬영물 유포와 성범죄 모의 등으로 물의를 빚다 2016년 강제 폐쇄된 소라넷 계열 카페 회원 출신으로 확인됐다. A씨는 소라넷 폐쇄 이후 기존 카페 회원 정보를 넘겨받아 특정 성적 취향을 가진 이들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아너스클럽을 개설했다. 경찰은 소라넷이 문을 닫은 뒤에도 음지에서 명맥을 이어오던 모임의 흐름이 아너스클럽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사이트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운영진을 특정하고 지난달 15일 사이트를 폐쇄했다. 다음카페와 텔레그램 대화방, X 계정에 대해서도 자료를 압수한 뒤 삭제·차단 및 폐쇄 조치를 마쳤다.

소라넷은 2000년대 초반 개설돼 불법 촬영물 유포와 성범죄 모의의 온상으로 악명을 떨치다 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지속적인 추적 끝에 2016년 폐쇄된 바 있다. 당시 회원 수는 100만 명을 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라넷 폐쇄 이후에도 이용자들이 텔레그램·다크웹 등으로 흩어져 유사 범죄를 이어왔다는 사실이 수차례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소라넷이 폐쇄된 지 10년이 지났어도 이용자 네트워크가 새로운 형태로 지속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찰 관계자는 음란물 사이트 개설·운영자뿐 아니라 회원들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도박 사이트와 연계해 기업형 구조로 진화하는 불법 음란물 사이트에 대한 수사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했다.

연합뉴스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