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어른인 경비 아저씨들이 저를 볼 때마다...” 중학생 글, 반응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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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의 행태가 쟁점이 되고 있더라”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i young-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i young-shutterstock.com

아파트 경비원이 주민에게 90도 인사를 하도록 강요받은 정황을 비판한 한 중학생의 글이 깊은 공감을 얻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을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이라고 소개한 A 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A 씨는 "아침마다 지하 2층 주차장을 통해 지하철역으로 가는데 얼마 전부터 경비 아저씨들이 출근하는 주민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보다 한참 어른인 경비 아저씨들이 저를 볼 때마다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그런 일이 계속되다 보니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어 제가 먼저 90도로 인사를 드리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A 씨는 인터넷을 통해 경비원의 행동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A 씨는 "우리 아파트의 행태가 쟁점이 되고 있더라. 알고 보니 대표 회의에서 몇몇 분들이 왜 우리 아파트는 출근 시간에 경비가 인사하지 않느냐고 지속해서 불만을 제기했고, 결국 그런 일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에 대해 "너무 부끄럽다. 이런 일이 제가 사는 곳에서 일어난 것도 부끄럽고, 이런 문제가 온라인에서 이슈가 될 때까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은 스스로도 부끄럽다"고 털어놨다.

A 씨는 "기사로만 보던 갑질이 우리 아파트에서도 일어날 줄은 정말 몰랐다"며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회의에서 지속해서 안건을 제시했던 분들은 본인 부모님께서 이런 일을 겪으면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경비 아저씨들이 아침마다 나와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남을 존중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사연이 전해지며 학생의 성숙한 태도에 대한 칭찬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뉘 집 자식인지 교육을 정말 잘 받고 자랐다", "떡잎이 푸르다. 뭘 해도 잘 될 학생", "미래가 보인다. 부모님이 자식 농사를 잘 지으셨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인사를 받는 게 부담스럽다는 걸 학생이 먼저 느낀 게 대단하다", "학생 말처럼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존중을 해라", "학생 글을 읽고 아파트 관계자들은 자신을 돌아보길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 입주민의 경비원을 향한 부당한 요구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폭언과 폭행은 물론이고 대리 주차, 개인 택배 배달 등 본연의 업무가 아닌 부당한 지시를 강요하는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해 왔다.

심지어 입주민의 괴롭힘에 시달리던 경비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까지 발생하자 국회는 2021년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해 경비원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부당한 지시를 금지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개정된 법령에 따르면 경비원은 경비 업무 외에 청소, 분리수거 등 제한적인 업무만 수행할 수 있으며 개인적인 심부름이나 부당한 지시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원의 대다수는 용역 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이거나 단기 계약직 형태를 띠고 있어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사무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로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

경비원이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계약 연장이 거부되는 방식으로 사실상 해고를 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관계 부처가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근로 감독을 실시하고 있지만 은밀하게 이뤄지는 부당한 관행을 모두 적발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정비와 함께 입주민들의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파트 공동체 내에서 경비원을 고용된 종속 관계가 아닌 공동주택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는 필수 인력으로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