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로 만든다… 강원도 '영월' 강 위에 놓인 정말 신비로운 나무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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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나무 기둥을 박아 기초를 다진 '판운리 섶다리'
소박한 농촌 풍경과 고즈넉한 정취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 판운리 평창강 위에는 신비로운 나무다리가 하나 놓여 있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들어진 이 다리는 현대식 교량이 즐비한 오늘날에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한국 전통의 미학을 느낄 수 있는 영월의 숨겨진 명소를 소개한다.

영월 판운리 섶다리. / 영월군 공식 블로그, AI
영월 판운리 섶다리. / 영월군 공식 블로그, AI

영월 판운리에 자리한 섶다리는 단순히 물 위를 지나는 통로를 넘어 마을 사람들의 삶과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상징물이다. 과거 이곳은 평창강이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어 마을 사람들이 장터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을 건너야 하는 고립된 지역이었다. 주민들은 매년 가을 추수가 끝나고 강물이 줄어드는 시기가 되면 산에서 나무를 해와 다리를 놓기 시작했다.

섶다리는 여름철 불어난 강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매년 새로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은 마을 주민들이 한데 모여 협동심을 기르고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섶다리라는 이름은 잎나무와 풋나무를 뜻하는 '섶'에서 유래했다. 다리의 상판을 섶나무로 덮는 독특한 제작 방식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다리를 만드는 과정은 매우 치밀하고 과학적이다. 먼저 강바닥에 'Y'자 모양의 물푸레나무 기둥을 박아 기초를 다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물푸레나무는 물속에서도 쉽게 썩지 않고 단단함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어 교각의 재료로 안성맞춤이다.

판운리 섶다리. / 영월군 공식 블로그, AI
판운리 섶다리. / 영월군 공식 블로그, AI

기둥 위에 소나무나 참나무로 만든 가로보를 얹은 뒤 그 위를 잔가지와 솔가지(섶)로 촘촘히 덮는다. 마지막으로 그 위에 흙을 두껍게 깔아 다지면 사람이 걷기에 충분히 단단하고 안정적인 노면이 완성된다. 부드러운 촉감과 다리를 건널 때마다 들리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정겨운 청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판운리 섶다리가 위치한 평창강 일대는 굽이치는 강줄기와 기암괴석이 조화를 이뤄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 특히 가을철 주변 산들이 단풍으로 물들 때 황톳빛 섶다리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맑은 강물과 그 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들도 가슴 속 답답함을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섶다리뿐만 아니라 판운리 특유의 소박한 농촌 풍경과 고즈넉한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인근의 주천면 소재지로 나가면 전통시장인 주천시장에서 시골의 넉넉한 인심과 로컬 음식을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판운리로 향하는 길

판운리 섶다리. / 영월군 공식 블로그, AI
판운리 섶다리. / 영월군 공식 블로그, AI

판운리는 대중교통보다는 자차로 방문하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수도권에서 출발할 경우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다 중앙고속도로로 진입해 신림 IC에서 빠져나와 주천 방면으로 향하면 된다. 신림 IC에서 판운리까지는 약 20분 내외가 소요된다. 가는 길목마다 펼쳐지는 강원도 특유의 산세와 풍경 덕분에 드라이브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영월 시내버스 터미널이나 주천 공용버스터미널을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주천 터미널에서 판운리로 향하는 농어촌 버스가 운행되지만, 배차 간격이 길어 사전에 시간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영월역이나 영월 터미널에서 택시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거리가 꽤 멀어 비용 부담이 있다.

섶다리는 누구나 무료로 방문 가능하며, 24시간 개방돼 있다. 매년 10월~11월경 설치돼 이듬해 여름 장마철 전까지 유지된다.

구글지도, 판운리 섶다리

억겁의 시간이 빚어낸 천연 조각품, 요선암 돌개구멍

영월 요선암 돌개구멍.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영월 요선암 돌개구멍.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섶다리에서 주천강 물줄기를 따라 차로 약 10분 정도 이동하면 자연이 수만 년에 걸쳐 깎아낸 신비로운 비경을 마주하게 된다. 무릉도원면 무릉리에 위치한 '요선암 돌개구멍'은 천연기념물 제543호로 지정된 귀중한 지질 유산이다.

요선암(邀仙岩)이라는 이름은 '신선을 맞이하는 바위'라는 뜻을 품고 있다. 조선 시대 서예가이자 문신인 양사언이 평창강의 수려한 풍경에 반해 바위에 이 글자를 새겼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곳에 들어서면 하얗고 거대한 너럭바위들이 강변을 따라 끝없이 펼쳐져 있다. 마치 현실 세계를 벗어나 선계(仙界)에 발을 들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바위 위에는 마치 누군가 정교한 도구로 구멍을 뚫어놓은 듯한 수십 개의 웅덩이가 파여 있다. 이것이 바로 '돌개구멍(포트홀)'이다. 강물과 함께 흘러 내려오던 자갈과 모래가 바위의 오목한 틈에 들어가 소용돌이치면서 바위를 갉아낸 지형이다. 이 돌개구멍은 맑은 날 햇살이 바위에 반사돼 강물과 어우러질 때 극대화된다. 매끄럽게 다듬어진 바위 구멍마다 강물이 고여 작은 호수를 이루고, 그 안에 푸른 하늘이 담기는 모습이 감탄을 자아낸다.

요선암은 판운리 섶다리와 가까운 편이며, 인근에 전용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주차장에서 요선암까지는 산책로를 따라 5분 정도만 걸으면 도착할 수 있다. 다만 바위 지형 특성상 비가 오거나 습기가 많은 날에는 표면이 매우 미끄러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구글지도, 요선암 돌개구멍

강물 건너 만나는 장터의 정, 영월 주천시장

영월 주천시장. / 대한민국 구석구석, AI
영월 주천시장. / 대한민국 구석구석, AI

판운리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위치한 주천시장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이곳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상업 공간을 넘어 영월 서부권역의 문화를 지탱해 온 유서 깊은 전통시장이다.

주천(酒泉)이라는 지명 자체는 '술이 솟는 샘'이라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시장 인근에는 양반에게는 술이 나오고 상민에게는 물이 나왔다는 설화가 깃든 술샘 유적지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도 매월 1, 6일 열리는 오일장날이면 영월 전역에서 모여든 상인들과 주민들로 발 디딜 틈 없는 활기를 띤다.

시장의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골목마다 스며있는 투박한 정서는 대도시 시장과는 또 다른 안도감을 준다. 지역 주민들이 직접 채취해 나온 산나물과 귀한 약초들이 노점에 깔리고, 뻥튀기 기계의 우렁찬 소리가 정적을 깨는 풍경이 펼쳐진다.

메밀전병. / Hyung min Choi-shutterstock.com
메밀전병. / Hyung min Choi-shutterstock.com

주천시장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한우와 강원도 특유의 메밀전병이다. 주천면 일대는 한우 유통의 중심지로 정평이 나 있어, 품질 좋은 소고기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 특히 직접 고기를 골라 상차림 비용만 내고 구워 먹는 정육 식당들은 주천시장의 빼놓을 수 없는 풍경 중 하나다.

고기뿐만 아니라 시장 골목 안쪽에서 부쳐내는 메밀전과 전병도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얇게 부쳐낸 메밀 반죽에 매콤한 김치 속을 꽉 채운 전병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감칠맛을 낸다. 또 올챙이국수와 함께 곁들이면 강원도 농촌의 소박한 성찬이 완성된다. 여기에 시장에서 직접 빚은 전통주 한 잔을 곁들이면 주천(酒泉)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주천시장 인근에는 주천면 공영주차장이 넓게 마련돼 있어 차로 방문하기 좋다. 시장 중심부와 불과 도보 1~2분 거리에 주차장이 위치해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고 이동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다만 장날(오일장)에는 인근 지역에서 몰려든 인파와 상인들의 차량으로 주차 공간이 일찍 만차될 수 있다.

유튜브, 너도 가봤으면 해
구글지도, 주천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