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시청률 13.8% 찍었는데…나흘 만에 폐기 청원 5만 명 넘은 '한국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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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 드라마, 국민청원 5만명 넘어 국회 회부
중국식 복식·예법 무분별 차용, 문화 정체성 훼손 논란

역사 왜곡 논란을 빚은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을 겨냥한 콘텐츠 폐기 국민청원이 나흘 만에 5만 명을 넘어섰다. 이로 인해 국회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을 충족했다.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스틸컷 캡처 / MBC 드라마 홈페이지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 스틸컷 캡처 / MBC 드라마 홈페이지

26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 22일 올라온 '역사 왜곡, 동북공정 논란 드라마 방영 중단 및 미디어 플랫폼 내 콘텐츠 폐기 조치 요청에 관한 청원'이 이날 5만 111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 요건을 충족했다.

청원은 공개 이틀 만에 2만 명을 넘어선 뒤 사흘째 3만 명, 나흘째 4만 명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확산됐다. 국민동의청원은 30일 이내 5만 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소관 상임위원회에 자동 회부돼 청원심사소위원회 심사를 거치게 된다. 심사에서 채택되면 본회의에 상정되고, 최종 통과 시 국회나 정부의 법적·행정적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청원인은 "가상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중국식 복식과 예법, 어휘를 무분별하게 차용해 명백한 문화 공정 및 역사 왜곡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국민 정서를 심각하게 유린하고 대한민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전 세계에 왜곡 전파하는 행위"라며 드라마의 즉각적인 방영 중단과 국내외 VOD·OTT 플랫폼 전면 폐기를 요구했다.

또한 현행 방송법 제5조인 '방송은 민족의 주체성을 드높이고 국민 정서를 올바르게 함양해야 한다'는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청원인은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는 콘텐츠에 단순 징계나 자막 수정만으로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 향후 유사 사례 제작사에 대한 정부 지원 배제 및 방송 허가 제한도 요구 목록에 포함했다.

논란의 발단은 지난 15일 방영된 11회 즉위식 장면이었다. 극 중 이안대군(변우석)이 왕위에 오르는 장면에서 자주국 황제를 상징하는 십이면류관 대신 제후국에서 쓰는 구류면류관을 착용하고, 신하들이 '만세' 대신 '천세'를 외쳤다.

한국을 속국처럼 묘사했다는 동북공정 우려가 불거졌고, 드라마 초반부터 제기됐던 조선 예법에 어긋난 호칭과 행동, 중국식 다도법 장면까지 더해지며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드라마는 자체 최고 시청률 13.8%로 MBC 역대 금토드라마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나, 이로 인해 종영 직후 사면초가에 몰렸다.

지난 4월 '21세기 대군부인' 제작발표회 참석한 변우석과 아이유 / 뉴스1
지난 4월 '21세기 대군부인' 제작발표회 참석한 변우석과 아이유 / 뉴스1

제작진과 배우들의 연이은 사과에도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제작진은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역사적 맥락이 교차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인정했고, 아이유와 변우석은 각자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박준화 감독과 유지원 작가도 잇따라 고개를 숙였다.

MBC는 결국 지난 22일 즉위식 장면 전체를 삭제하기로 결정했으나, 비판 여론은 오히려 더 거세졌다. 공식 팝업스토어는 당초 오는 28일까지 운영 예정이었지만 개장 7일 만인 지난 25일 조기 종료됐다.

파장은 제도권으로도 번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이 작품에 두 차례에 걸쳐 제작지원금 전액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며 지원금 회수 가능성이 거론됐다. 콘진원 관계자는 해당 작품의 논란과 규정 위반 여부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콘텐츠지원사업관리규칙에 따르면 결과 평가 불합격 시 30일 이내 지원금 전액과 발생 이자를 반환해야 한다.

청원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정부 차원의 추가 조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