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원 넘는 망고빙수 질렸다… 올여름 특급 호텔가 장악한 '의외의 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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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망고 독주 깬 토마토, 특급호텔 빙수판 지각변동

해마다 애플망고와 단팥이 주도하던 특급 호텔가의 여름철 빙수 경쟁 구도에 고정관념을 깨는 메뉴가 등장해 소비자의 시선을 끌고 있다.

안다즈 서울 강남 ‘허니 토마토 빙수’
안다즈 서울 강남 ‘허니 토마토 빙수’

여름철 제철 채소로 꼽히는 토마토를 전면에 내세운 빙수들이 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각되는 모습이다.

25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는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여름 시즌을 겨냥해 ‘시그니처 빙수 셀렉션’을 선보였다. 애플망고빙수와 수제단팥 빙수 사이에 야심 차게 배치한 메뉴는 바로 ‘시그니처 티 토마토 빙수’다. 다음 달 국내에 정식 공급되는 덴마크 왕실 헤리티지 브랜드 ‘조지젠슨’의 고급 식기를 기용할 만큼 상품 기획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 메뉴는 하루 이상 유자청에 담가 재워둔 천연 색상의 방울토마토를 듬뿍 올려 풍부한 과즙과 특유의 산미를 전면에 내세운다. 여기에 수제로 제조한 토마토 소스, 요거트 젤라또, 바질 소스를 조화롭게 배합해 입체적인 풍미를 이끌어냈다. 호텔 로비 라운지인 ‘더 로그’의 대표 루이보스 티 상품인 ‘맑은 빛’을 8시간 동안 저온에서 우려낸 뒤 이를 마스카르포네 우유 얼음에 배합해 깊은 맛을 살려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역시 올해 처음으로 토마토를 활용한 빙수 기획에 합류했다. 이곳이 내놓은 ‘주얼 토마토 빙수’는 우리 고유의 자개 보석함을 본뜬 그릇에 여러 색상의 토마토를 보석처럼 정갈하게 담아낸 상품이다. 유기농 토마토를 유자청에 절여 건강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챙기겠다는 기획을 담았다.

안다즈 서울 강남은 25일부터 ‘허니 토마토 빙수’를 시장에 내놓는다. 얼음과 과채류, 견과류 등을 배합해 만드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지방의 차가운 디저트인 ‘그라니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아삭하고 청량한 질감을 살려냈다. 여기에 쓰인 토마토는 월악산 꿀에 사흘 동안 숙성하는 단계를 거쳤다. 바질 소르베와 파마산 치즈로 만든 과자를 곁들여 달콤하면서도 산뜻한 조화를 이룬다.

파라다이스시티의 ‘라운지 파라다이스’가 내놓은 ‘토마토 빙수’도 그라니타 조리법을 원용했다. 꿀에 재운 토마토에 최고급 올리브 오일을 더해 풍미를 끌어올렸으며, 수제로 만든 바질 셔벗을 함께 제공한다. 익숙한 과일 빙수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스스로 알지 못했던 식성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주겠다는 의도다.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의 ‘시그니처 티 토마토 빙수’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의 ‘시그니처 티 토마토 빙수’

특급 호텔들이 이처럼 토마토를 활용한 빙수를 잇따라 출시하는 배경에는 다각적인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우선 매년 가격이 치솟으며 한 그릇에 10만 원을 훌륭히 넘기는 애플망고 빙수에 대한 소비자의 피로감이 누적된 점이 손에 꼽힌다. 지나치게 고가로 형성된 기존 호텔 빙수의 대안을 찾으려는 심리와 완전히 새로운 맛으로 차별화를 꾀하려는 호텔 측의 공급 요건이 맞아떨어졌다.

더욱이 설탕이나 시럽의 단맛 대신 원재료 고유의 풍미와 건강을 우선시하는 소비 성향이 짙어지면서, 맛과 영양을 한꺼번에 붙잡는 이른바 ‘토마토 코어(Tomato Core)’가 새로운 흐름으로 고착되는 양상이다. 채소와 허브, 오일처럼 주로 요리에 쓰이던 식재료를 디저트에 접목해 짭조름하면서도 깊은 맛을 내는 '세이보리(Savory)' 디저트 문화가 국내 최고급 호텔가까지 퍼진 셈이다.

안다즈 서울 강남의 김용호 페이스트리 셰프는 남다른 빙수 메뉴와 건강한 맛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데다 토마토의 품종 자체도 과거보다 풍성해졌다고 짚었다. 아울러 어릴 적 집에서 토마토 겉면에 설탕을 솔솔 뿌려 먹던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 메뉴를 고안하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