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탄소중립 94% 이행…2045 목표 달성 속도낸다
작성일
5815억 들여 154개 사업 추진…온실가스 31만여톤 줄이며 기업 참여·도시숲 성과도 가시화

온실가스 감축 실적도 당초 목표치를 웃돌며, 시가 내세운 2045 탄소중립 도시 전환 구상이 일정 부분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전국 최초로 도입한 기업 참여형 탄소감축 사업과 도시숲 확대 정책이 눈에 띄는 결과를 내면서, 산업과 생활환경 전반에서 탄소중립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광주광역시는 지난 22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2026년 제1차 기후위기대응위원회 정기회의’를 열고 2025년도 탄소중립 이행 결과를 심의·의결했다. 시는 이날 회의에서 제시된 의견을 반영해 최종 결과보고서를 이달 말까지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번 회의는 단순한 실적 보고에 그치지 않고, 광주시가 현재 어느 지점까지 탄소중립 정책을 이행했는지 점검하고 향후 보완 과제를 추려내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154개 사업 추진…대부분 목표 달성 또는 정상 진행
광주시는 지난해 탄소중립 관련 사업에 총 5815억원을 투입해 모두 154개 사업을 추진했다. 이 가운데 신규 사업 등 평가 제외 대상 21개를 뺀 133개 사업을 기준으로 이행실적을 점검한 결과, 87개 사업은 목표를 달성했고 38개 사업은 정상 추진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8개 사업은 일부 지연되거나 목표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하면 목표 달성 또는 정상 추진 비율은 94%로, 전반적인 사업 이행도는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수치는 단순한 행정 성과를 넘어, 광주시가 탄소중립 정책을 선언적 수준에서 벗어나 실제 사업으로 집행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후위기 대응은 대체로 중장기 과제의 성격이 강해 단기간에 체감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지만, 사업별 추진 상황을 계량적으로 점검하고 그 결과를 외부 위원회 심의를 통해 검증받는 과정은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는 요소로 꼽힌다. 특히 예산 규모와 추진 사업 수를 고려하면, 이번 94%라는 수치는 광주시가 기후 대응 정책을 비교적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읽힌다.
다만 일부 사업이 지연되거나 미달성 상태에 머물렀다는 점은 향후 점검이 필요한 부분이다. 탄소중립은 특정 부서의 단독 과제가 아니라 교통, 산업, 건축, 에너지, 환경, 도시계획 등 시정 전 분야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가능한 만큼, 미진한 분야에 대한 원인 분석과 보완책 마련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실가스 31만4890톤 감축…당초 목표 웃돌아
온실가스 감축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광주시는 지난해 30만1800톤CO2eq 감축을 목표로 삼았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1만3090톤CO2eq 많은 31만4890톤CO2eq을 줄인 것으로 집계됐다.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셈이다. 시는 이를 30년생 소나무 3460만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탄소량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탄소 감축을 수치로만 제시할 경우 시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숲의 흡수량과 비교한 이 같은 설명은 정책 효과를 보다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량이 목표를 넘어섰다는 점은 광주시가 추진한 여러 정책이 실제 배출 저감으로 이어졌음을 뜻한다. 탄소중립 정책은 흔히 계획 수립이나 제도 정비 단계에서 성과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감축량이 목표치를 넘겼다는 것은 실행력 측면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더욱이 기후위기 대응이 갈수록 지역정부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광주시가 수치상 초과 달성 성과를 냈다는 사실은 향후 정책 확대의 근거로도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감축 성과를 지속 가능한 흐름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단년도 실적을 넘어 구조적 감축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 있다. 산업 구조, 에너지 사용 방식, 교통체계, 도시 녹지 확충 등 각 분야에서 장기적으로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반을 얼마나 튼튼히 구축하느냐가 2045 탄소중립 달성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기업탄소액션·도시숲 확대, 광주형 감축정책 부각
이번 성과 가운데 특히 주목받은 사업은 산업 부문의 ‘기업탄소액션’과 흡수원 부문의 ‘도시생태숲 조성 및 관리’ 사업이다. 기업탄소액션은 광주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정책으로, 법적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없는 중소·중견기업이 자발적으로 배출을 줄이고 배출권 모의거래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사업이다. 기후 대응을 대기업 중심의 규제 정책으로만 보지 않고, 지역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확산시키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기업탄소액션은 총 4차례 모의거래를 진행했고, 참여한 지역기업 24개사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3년 평균 배출량 대비 5559톤CO2eq을 감축하는 성과를 냈다. 이는 기업이 단순히 행정 지침에 따라 움직인 것이 아니라, 자발적 참여와 경쟁 방식 속에서 감축 동기를 키워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탄소중립이 행정기관의 과제만이 아니라 지역 기업의 경영 전략과도 맞물릴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도시생태숲 조성 및 관리 사업도 성과가 두드러졌다. 이 사업은 도시열섬과 폭염, 미세먼지 등에 대응하면서 도시 기후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말 그대로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어 탄소를 흡수하는 기반을 넓히는 정책이다. 광주시는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총 124만7909그루를 식재했고, 그 결과 4492톤CO2eq의 온실가스를 감축한 것으로 분석했다. 도시숲은 탄소 흡수뿐 아니라 시민 생활환경 개선, 열섬 완화, 경관 향상, 생태계 복원 등 복합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탄소중립 시대의 핵심 정책 수단으로 꼽힌다.
◆2045 탄소중립 향해…전 분야 감축 강화 과제
광주시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2045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전방위 감축 노력을 더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강기정 시장은 회의에서 “2045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전 분야에서 감축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기후위기대응위원회를 통해 정책 추진 상황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강한 감축 전략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2045 탄소중립은 단순한 환경정책을 넘어 도시 운영의 전반적 틀을 바꾸는 과제다. 에너지 전환, 친환경 교통체계 구축, 건축물 효율 개선, 산업부문 저탄소화, 자원순환 확대, 기후적응 정책 강화 등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즉, 어느 한 분야의 성과만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렵고, 각 부문이 동시에 속도를 내야 가능한 장기 프로젝트라는 뜻이다. 이번 회의 역시 지난해 실적을 평가하는 동시에 앞으로 어떤 영역에서 감축의 폭과 속도를 키워야 하는지 점검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기후위기대응위원회의 역할도 앞으로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행정 내부 판단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현장성과 전문성을 보완하고, 시민사회와 산업계,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탄소중립은 규제와 지원, 시민 참여, 산업 전환이 함께 작동해야 하는 만큼, 다양한 주체가 함께 방향을 논의하는 협치 구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위원회의 기능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의 이번 탄소중립 이행 성과는 숫자만 놓고 보면 분명 긍정적이다. 사업 이행률 94%, 온실가스 감축 목표 초과 달성, 기업과 도시숲 분야의 가시적 성과는 광주형 기후 대응 정책이 일정한 궤도에 올라섰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탄소중립은 해마다 성과를 쌓아야만 도달할 수 있는 장기 목표인 만큼, 중요한 것은 지금의 성과를 구조적 변화로 연결하는 일이다. 광주시가 이번 평가를 계기로 미달성 사업의 원인을 보완하고, 산업·교통·도시공간 전반의 저탄소 전환을 더욱 촘촘히 설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결국 2045 탄소중립은 한두 해의 성적표가 아니라, 도시 전체의 체질을 얼마나 끈기 있게 바꾸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