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호 교육감 후보, 점수보다 성장…기초학력 책임교육 새판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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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 회복·맞춤 지원·미래캠퍼스 전환 제시… “아이 저마다의 속도로 배우는 학교 만들 것”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장관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교육감 후보가 기초학력을 단순한 성적 보완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의 삶과 정서, 관계 회복까지 함께 살펴야 하는 교육 과제로 규정하며 새로운 방향의 ‘기초학력 책임제’ 공약을 내놓았다.
장관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교육감 후보가 효동초등학교 정문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 장관호 교육감 후보 선거사무소
장관호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교육감 후보가 효동초등학교 정문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 장관호 교육감 후보 선거사무소

획일적인 보충수업이나 성적 중심 처방에서 벗어나, 학생 개개인의 속도와 상황을 존중하는 집중 지원형 교육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장 후보는 특히 학습 부진을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만 바라보는 기존 접근을 넘어, 정서적 고립과 불안, 관계 단절이 학습 결손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후보는 이번 공약 발표에서 “국가와 사회가 아이들의 시간과 속도를 빼앗아 왔다”며 “이제는 아이들의 삶을 중심에 두고 저마다의 속도에 맞는 단단한 성장을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순히 뒤처진 학생을 따라오게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처음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촘촘하게 받쳐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설명이다. 교육 현장에서 반복돼 온 입시 중심 경쟁과 주입식 수업이 학생들의 자신감 저하와 정서적 위축을 키웠고, 이것이 다시 학습격차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는 문제의식도 함께 내비쳤다.

이번 공약은 장 후보가 제시해 온 AI 시대 ‘더 생각’ 교육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인공지능과 기술 변화가 빨라지는 시대일수록 단순 암기나 정답 맞히기 능력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관계를 맺고 삶을 설계하는 힘이 중요해진다는 판단이다. 이런 맥락에서 장 후보는 기초학력을 시험 점수 몇 점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이 학교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자기 속도로 성장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다시 정의했다.

◆기초학력 저하 원인, ‘성적’ 아닌 ‘정서적 고립’에 주목

장 후보가 이번 공약에서 가장 먼저 짚은 대목은 기초학력 저하의 원인 진단이다. 그는 많은 학생들이 학업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단순히 공부량 부족이나 학습능력 저하로만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봤다. 학교 현장에는 불안, 위축, 또래 관계의 어려움, 가정환경 변화, 자기효능감 저하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 있고, 이런 요인들이 장기적으로 학습 결손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은 기존의 기초학력 지원 정책과는 결이 다르다. 지금까지는 일정 기준에 미달한 학생을 선별해 보충수업이나 방과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장 후보는 그 이전 단계에서 학생들이 왜 배움에서 멀어지는지부터 살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학습은 정서 안정과 관계 회복 위에서 가능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셈이다.

그는 “친구와 관계를 회복하고 정서가 안정될 때 비로소 배움도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기초학력은 교과서 진도를 따라잡는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학생이 학교 안에서 안전함을 느끼고 자신의 자리를 찾는 경험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교육 현장에서 점점 중요성이 커지는 사회정서학습, 상담 지원, 회복적 생활교육과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첫 단추 교육’으로 출발선 격차 줄인다는 구상

장 후보가 이번 공약의 핵심 정책으로 제시한 것은 ‘첫 단추 교육’이다. 이는 교육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학교와 학습지원이 절실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업 지원과 정서 회복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름 그대로 입학 초기부터 학생의 상태를 면밀히 살피고, 출발선에서 벌어지는 격차를 조기에 줄여 보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는 입학 단계에서 맞춤형 학습 진단을 실시하고, 필요한 학생에게는 전문 인력을 연계해 조기 개입에 나서는 방안이 담겼다. 여기에 심리 상담과 관계 회복 프로그램을 정규 교육과정과 연동해 운영함으로써, 학업 소외가 누적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단순한 학습 보충보다 학생의 학교 적응, 또래 관계, 정서 안정까지 함께 살피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기존 정책과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장 후보는 기초학력 책임제를 ‘뒤처진 학생 관리’ 차원으로 접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낙오 학생을 구제하는 개념이 아니라, 누구든 학습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제 아래 학교 전체가 이를 자연스럽게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초학력 문제를 특정 학생의 부족함으로 낙인찍지 않고, 공교육이 책임져야 할 기본 권리의 문제로 전환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학교를 미래캠퍼스로…유·초·중·고 연계 모델 제시

장 후보는 기초학력 지원을 학교 안의 별도 프로그램으로만 보지 않고, 전남·광주 통합 교육체제에 맞춘 학교 구조 개편과 연결해 설명했다. 그는 학교를 ‘미래캠퍼스’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도 함께 제시했다. 유치원부터 초·중·고까지 연계된 통합 캠퍼스를 통해 돌봄과 교육의 연속성을 높이고, 학생의 성장 과정을 장기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향이다.

이 구상은 학령 단계마다 교육이 단절적으로 운영되면서 발생하는 적응 문제와 공백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이들이 학교급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경쟁과 불안에 노출되기보다, 보다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단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장 후보는 이를 통해 획일적인 경쟁 중심 학교를 넘어, 학생이 스스로 찾아오고 머물고 싶은 학교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가 지역의 생태·예술·기술 자원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는 지역과 동떨어진 표준화 교육에서 벗어나, 각 학교가 지역사회와 연결된 배움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전남과 광주의 교육 여건 차이, 도농 간 자원 격차를 고려할 때 학교별 특성과 지역성을 살린 교육과정 자율화는 향후 통합 교육체제 논의의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교사 행정 줄이고 작은학교 살리는 지원책도 포함

교사 지원책 역시 이번 공약의 주요 축 가운데 하나다. 장 후보는 학생 맞춤형 기초학력 책임제가 성공하려면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 상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권역별 교사 워킹그룹을 운영해 공동 연구와 수업 협력을 강화하고, 교육청 차원의 전담 지원체계를 통해 과도한 행정업무를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기초학력 지원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각종 진단과 기록, 프로그램 운영, 보고 업무가 교사들에게 과도하게 쏠리면 정책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장 후보의 공약은 이러한 문제를 반영해 교사를 단순 집행자가 아니라 교육과정 설계와 학생 성장 지원의 주체로 세우겠다는 방향성을 담고 있다.

이와 함께 제시된 ‘작은학교 체험 학기제’도 눈길을 끈다. 이는 도시 학생들이 4주에서 12주 동안 전남의 작은학교 교육과정에 참여해 생태 감수성과 공동체 경험을 쌓도록 하는 도농 상생형 교육 모델이다. 장 후보는 이 제도를 통해 도시 학생에게는 새로운 배움의 장을 제공하고, 학생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작은학교에는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단순 체험학습을 넘어 지역과 학교를 연결하는 순환형 교육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정책으로 해석된다.

장 후보는 “실력과 인성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며 “아이들의 속도와 시간을 되돌려주는 교육으로 전남·광주 교육을 가장 따뜻하고 든든하게 다시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공약은 성적 경쟁을 앞세운 기존 교육정책과는 다른 결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학생을 빠르게 끌고 가는 교육이 아니라, 한 명 한 명이 자기 속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가 기다리고 받쳐주는 교육으로 방향을 틀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공약이 실제 정책으로 구체화될 경우 기초학력 지원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단순 보충학습에서 벗어나 정서 회복, 관계 형성, 지역 연계, 학교 구조 개편까지 포괄하는 접근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실현하려면 전문 인력 확보와 예산, 학교 현장과의 협의, 통합 교육체제 속 실행 모델 정교화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과제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학생의 삶과 속도를 중심에 둔 교육으로 기초학력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장관호 후보의 이번 제안은 선거 국면을 넘어 향후 지역 교육정책 논의에서도 적지 않은 파장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