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인 줄 알았는데…흰 쌀밥에 얹어 먹으면 꿀맛이라는 '경상도 반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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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던 잎에 숨은 영양과 경상도만의 맛
밥상 위에 올라온 노랗고 바스락거리는 반찬을 처음 본 다른 지역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기 마련이다.

심지어 먹는 음식이 아니라 길가에 떨어진 나뭇잎을 주워 온 것이냐며 오해를 하기도 한다. 깻잎장아찌인 줄 알고 무심코 입에 넣었다가 질긴 식감과 생소한 냄새에 놀라 뱉어내는 일도 흔하다. 하지만 경상도 사람들에게 이 음식은 눈물 나게 반가운 고향의 맛이자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게 만드는 최고의 밑반찬이다. 바로 콩잎반찬 이야기다. 전라도나 경기도 등 다른 지역에서는 콩잎을 먹는다는 사실 자체를 생소하게 여기거나 동물의 먹이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경상도에서는 사계절 내내 밥상에 오르는 친숙한 먹거리다.
나뭇잎 오해 속 척박한 땅에서 피어난 조상들의 지혜
콩잎반찬이 유독 경상도에서만 유명해진 데는 이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얽혀 있다. 경상도 지역은 날씨가 따뜻하지만 전라도 평야처럼 땅이 넓고 기름지지 못해 쌀농사를 크고 넉넉하게 짓기가 어려웠다. 대신 척박한 환경에서도 쑥쑥 잘 자라는 메주콩을 논둑이나 밭둑에 가득 심어 부족한 먹거리를 채웠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먹을 풀이 나지 않아 굶주리기 쉬웠는데, 이때 경상도 사람들은 다른 지역에서 가축의 먹이로 주거나 그냥 버려두던 콩잎에 시선을 돌렸다. 서리가 내리기 전 노랗게 단풍이 든 콩잎을 정성스럽게 모아 소금물에 가득 담가 삭혀 두었다가 겨울철 요긴한 양념 반찬으로 탈바꿈시켰다. 질긴 잎사귀를 소금물에 오래 묵혀두면 한결 부드러워지고 특유의 깊은 맛이 우러나는데, 여기에 매콤하고 짭짤한 양념을 얹어 먹기 시작하면서 경상도만의 독특한 향토 음식으로 굳어졌다. 즉, 주어진 환경에서 먹거리를 한 톨도 버리지 않으려는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서민 음식이 오랜 세월을 거쳐 지역을 대표하는 별미가 됐다.
버려지던 잎사귀에 가득 찬 영양분
버려지던 잎을 아껴 먹던 것에서 시작됐지만 영양학적으로도 훌륭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흔히 콩이 몸에 좋다는 것은 잘 알지만 콩잎 역시 그에 못지않은 영양을 품고 있다. 콩잎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성분은 나이가 들면서 뼈가 약해지기 쉬운 어르신들의 골다공증을 막아주고 뼈를 튼튼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가을 콩잎을 소금물에 삭히는 단계에서 장에 좋은 유익균들이 자연스럽게 자라나 소화를 돕고 장을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깻잎보다 한층 단단하고 거친 결을 가진 콩잎 속의 풍부한 섬유질은 장운동을 활발하게 이끌어 몸속의 노폐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데 탁월하게 일한다. 입맛을 잃기 쉬운 계절에 기운을 북돋워 주는 고마운 건강식인 셈이다.
쓴맛과 군내를 쏙 빼고 깔끔하게 만드는 조리법
집에서 경상도식 콩잎 양념무침을 만드는 방법은 차근차근 따라 하면 생각보다 간단하다. 먼저 시장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삭힌 노란 콩잎 두 줌을 준비한다. 삭힌 콩잎은 특유의 큼큼한 군내와 강한 소금기가 배어있기 때문에 큰 대접에 찬물을 가득 붓고 서너 시간 동안 푹 담가두어야 한다. 중간에 물을 두세 번 갈아주면 짠맛과 냄새가 말끔히 빠져나간다. 그 후 끓는 물에 고르게 씻은 콩잎을 넣고 5분 정도 가볍게 삶아내면 한결 보드라워진다. 삶아낸 콩잎은 다시 찬물에 여러 번 헹군 뒤 손바닥으로 꾹 짜서 물기를 완전히 없애고, 한 장씩 펼치기 좋게 차곡차곡 포개어 놓는다.
이어서 조림을 할 넓은 그릇에 양념장을 만든다. 멸치액젓 반 컵과 진간장 반 컵을 섞어 짭조름한 맛을 내고, 고춧가루 한 컵을 넣어 매콤한 빛깔을 더한다. 여기에 다진 마늘 세 숟갈과 생강즙 반 숟갈을 넣어 잡내를 잡고, 은은한 단맛과 반짝이는 윤기를 더해줄 물엿 한 컵을 골고루 섞어준다. 마지막으로 얇게 썬 파 한 대와 통깨 두 숟갈을 뿌려 양념장을 걸쭉하게 완성한다. 이제 물기를 뺀 콩잎을 두세 장씩 겹쳐 가며 넓은 접시에 펼쳐놓고, 준비한 양념장을 숟가락으로 떠서 콩잎 표면에 얇고 고르게 펴 바른다. 깻잎장아찌를 담글 때처럼 콩잎 서너 장마다 양념을 한 번씩 얹어주는 동작을 차분하게 반복하면 된다. 콩잎 전체에 양념이 골고루 묻으면 반찬통에 차곡차곡 담고 남은 양념장까지 위에 모두 부어준 뒤 뚜껑을 닫아 냉장고에 넣는다.
사흘간의 숙성
이렇게 완성된 콩잎반찬은 조리한 직후에 바로 먹어도 나쁘지 않지만, 냉장고에서 사흘 정도 푹 익혀 숨이 죽고 양념이 속까지 깊숙하게 배어들었을 때 먹어야 진짜 참맛을 알 수 있다. 질기던 잎사귀가 연하게 변하면서 멸치액젓의 깊은 감칠맛이 한데 어우러져 흰 쌀밥 위에 한 장씩 걸쳐 먹기에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반찬이 된다.
타 지역 사람들에게는 나뭇잎을 먹는 것처럼 생소하고 낯선 풍경이겠지만, 한 번 그 쌉싸름하고 고소한 맛에 중독되면 깻잎보다 콩잎을 먼저 찾게 될 정도로 묘한 끌림을 자랑한다. 다가오는 계절에 마땅한 밑반찬이 고민된다면 조상들의 소박한 지혜와 경상도의 깊은 손맛이 깃든 콩잎반찬으로 밥상을 채워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