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200명 참석한 함평군 5·18 기념식, 미래세대가 직접 무대서 오월정신 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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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손으로 쓰는 오월의 기억, 미래세대가 만드는 민주주의
헌법에 새겨질 5·18정신, 46년 후 청소년들의 결연한 외침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전남 함평군이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열고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오월 영령들을 추모했다.
22일 오전 함평읍 어울림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제45주년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함평군
22일 오전 함평읍 어울림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제45주년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함평군

단순한 기념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가 함께 5·18의 정신을 오늘의 가치로 되새기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특히 학생 참여형 프로그램과 헌법 전문 수록 염원을 담은 피켓이 함께 등장하면서, 5·18을 과거의 역사로만 남기지 않고 현재와 미래의 공동 가치로 이어가려는 의지가 행사 전반에 짙게 배어났다.

함평군은 22일 오전 함평읍 어울림커뮤니티센터에서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함평군 기념식이 개최됐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함평지회와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함평지회가 공동으로 마련했으며, 기념식장에는 강하춘 함평부군수와 정철희 함평군의회 의장 직무대리 부의장, 김남용 전남서부보훈지청장, 5·18 민주유공자와 유족 등 200여 명이 참석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민주주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겼다.

추모를 넘어 기억의 자리로

이날 기념식은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도 공동체적 연대의 온기를 함께 품은 행사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1980년 5월 광주의 아픔과 저항, 그리고 그 정신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남긴 의미를 되짚으며,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결코 저절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함평군이 마련한 이번 기념식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를 살아가는 지역민들이 민주주의의 무게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승할 것인가를 묻는 자리이기도 했다.

행사에는 국가와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한 보훈 대상자들과 유가족, 행정과 의회 관계자, 학생과 주민들이 함께했다. 세대와 계층을 아우른 참석자들의 모습은 5·18이 특정 세대의 기억에 머무는 사건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함께 이어가야 할 역사적 자산임을 보여줬다. 함평 지역에서도 그 의미를 잊지 않고 되새기려는 노력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오케스트라 선율로 연 기념식

기념식의 문은 함평군 꿈키움드림오케스트라팀과 함평연합학생 오케스트라팀의 연합 합주가 열었다. 학생들이 중심이 된 연주는 행사의 시작부터 남다른 울림을 안겼다. 오월의 기억을 되새기는 자리에서 미래 세대가 직접 무대에 올라 선율로 뜻을 전한 것은 상징성이 컸다. 이는 5·18의 정신이 단지 기성세대의 회고에 머무르지 않고, 청소년과 지역사회가 함께 공감하고 이어가야 할 가치임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이어 상영된 유네스코가 조명한 5·18민주화운동 관련 영상은 참석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상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한 이들의 숭고한 뜻을 다시 돌아보게 했고, 5월 광주의 역사가 지역과 세대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기억되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행사장 안팎은 한동안 숙연한 분위기에 휩싸였고, 참석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오월 영령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 참여형 체험부스가 더한 의미

이번 기념식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시민참여형 체험부스 운영이었다. 행사장에서는 ‘오월 영령에게 엽서 쓰기’ 프로그램이 마련돼 학생과 참가자들이 직접 마음을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단지 보는 행사, 듣는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직접 생각하고 표현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민주주의와 인권, 보훈의 의미를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자신의 언어로 새겨보게 하는 교육적 효과도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학생들이 5·18민주화운동의 의미를 체험을 통해 접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역사는 교과서 속 문장만으로 완전히 전달되기 어렵다. 직접 손으로 글을 쓰고, 희생자들을 떠올리며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은 민주주의의 가치가 개인의 감정과 책임으로 연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함평군이 이번 기념식에서 체험 요소를 강화한 것은 미래 세대에게 오월의 정신을 보다 생생하게 전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헌법 전문 수록 염원, 한목소리로 되새긴 오월 정신

이날 행사에서는 5·18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바라는 마음을 담은 피켓도 참석자들의 시선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피켓을 들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제창하며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의 가치를 되새겼다. 노래를 함께 부르는 장면은 기념식의 정점을 이루는 순간이었다. 단지 추모의 감정만이 아니라, 오월의 정신을 현재의 민주주의 과제와 연결하려는 집단적 의지가 또렷하게 드러난 장면이기도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해마다 5·18 기념식의 핵심 장면으로 꼽히지만, 이번 함평 기념식에서는 피켓 메시지와 어우러지며 더욱 강한 상징성을 만들어냈다. 참석자들은 오월 정신이 오늘의 헌법 가치 속에도 분명히 자리해야 한다는 뜻을 행동으로 표현했다. 이는 5·18을 기념하는 것을 넘어, 그 정신을 제도와 사회문화 속에 더욱 깊이 뿌리내리게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지역사회에도 폭넓게 형성돼 있음을 보여줬다.

함평군 관계자는 “우리 아이들과 청년들이 5·18을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 민주주의의 근본을 세운 역사로 기억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함께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는 이번 기념식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를 기리는 데서 멈추지 않고, 다음 세대가 그 가치를 자신의 삶과 사회 안에서 이어가도록 만드는 일, 그것이야말로 지역사회가 오월을 기억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이라는 뜻이다.

이번 함평군 기념식은 추모와 교육, 참여와 다짐이 조화를 이룬 자리였다. 오월 영령을 향한 경건한 마음 위에 학생들의 참여, 지역사회의 연대,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재확인이 겹쳐지며 행사의 의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4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5·18의 정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기억은 지역 곳곳에서 새로운 세대와 만나며 다시 살아난다는 사실을 함평의 이날 기념식이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