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떴다…전 세계 기대작인데 오늘 한국 최초 개봉한 레전드 소재 '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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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괴담이 극장으로, 독학 감독의 파격적 도전
평범함이 부르는 공포, 심리 스릴러의 새로운 경계

인터넷 세대가 만들어낸 공포 신화가 마침내 극장으로 온다.

'백룸' 예고 캡처 / 유튜브 '바이포엠스튜디오 BY4M STUDIO'
'백룸' 예고 캡처 / 유튜브 '바이포엠스튜디오 BY4M STUDIO'

영화 '백룸'이 27일 대한민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했다. 백룸은 노란 벽지와 끝없이 이어지는 형광등 아래, 설명할 수 없는 공간을 말한다.

이곳에 갇힌 두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다. 온라인 괴담이 디지털 컬처로 진화하고, 다시 메이저 스튜디오의 극장 콘텐츠로 탈바꿈하는 과정 그 자체를 상징하는 작품이다.

북미 개봉은 오는 29일로 예정돼 있다. 북미 오프닝 수익은 약 3300만~4200만 달러가 전망되며 A24 역대 오프닝 신기록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05년생, 독학으로 할리우드를 두드리다

이 모든 이야기의 출발점은 2019년 익명 커뮤니티 4chan에 올라온 이미지다. 형광등 아래 노란 벽지가 가득한 텅 빈 방 한 장이 인터넷 전역에 퍼지며 '백룸'이라는 이름의 괴담을 낳았다. 이후 커뮤니티 사용자들이 각자의 설정과 용어를 덧붙이며 하나의 방대한 신화로 발전했다. 그 신화를 영상 언어로 처음 구체화한 인물이 바로 케인 파슨스이다.

유튜브, Kane Pixels

2005년생인 파슨스는 2015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뒤 정규 영화 교육 없이 오픈소스 3D 소프트웨어 블렌더와 어도비 애프터 이펙트를 독학으로 익혔다. 2022년 1월, 당시 16세이던 그가 공개한 9분짜리 단편 '백룸(페이크 다큐멘터리)'은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2000만 회를 돌파했다. 해당 영상은 '인터넷에서 가장 무서운 영상'이라는 별칭이 붙었고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 7638만 회를 기록하고 있다.

파슨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초기 영상의 세계관을 확장한 추가 에피소드 22편을 잇따라 공개했고 이 웹 시리즈는 레딧, 위키, 디스코드 같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온라인 생태계를 형성했다. 팬들은 직접 창작물을 만들고 세계관을 분석하는 영상을 제작하며 '백룸'이라는 문화 현상에 자발적으로 기여했다. 현재까지 웹 시리즈 전체 누적 조회수는 2억 1600만 회에 달한다.

이 폭발적인 반향은 할리우드가 놓칠 수 없는 신호였다. 웹 시리즈 공개 1년 후인 2023년, 파슨스는 17세의 나이로 A24와 장편 영화 연출 계약을 체결했다. A24 역사상 최연소 감독으로 이름을 올리는 순간이었다.

파슨스는 스모쉬와의 인터뷰에서 "영화는 유튜브 시리즈와 똑같은 세계관과 타임라인 안에 소속해 있다"고 밝혀 원작 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한 IP가 메이저 스튜디오의 극장 콘텐츠로 진화한 첫 사례다. 이 계약은 단순한 신인 감독의 데뷔를 넘어 영화 산업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파슨스는 '백룸' 제작 전반에 걸쳐 직접 손을 뻗었다. 밴쿠버에서 3D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세트 도면과 조명 구성, 카메라 동선이 담긴 정교한 3D 모델을 설계했다.

유튜브, 바이포엠스튜디오 BY4M STUDIO
'백룸' / 바이포엠스튜디오
'백룸' / 바이포엠스튜디오

촬영은 작년 7월 7일 밴쿠버에서 시작해 8월 14일에 마무리됐다. 미술감독 대니 버메트와 함께 약 2800㎡ 규모의 스튜디오 네 곳에 3개월에 걸쳐 세트를 구축했고, 약 3000㎡의 벽지와 2500㎡의 카펫이 사용됐다.

미술감독은 한 달 동안 벽지 디자인만 50종을 제작하고 카메라 테스트를 50회 진행했다. '백룸'을 상징하는 노란 벽지 하나에 이 정도의 공을 들인 건, 원작 팬들이 가장 예민하게 볼 요소라는 파슨스의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파슨스는 "그 벽지는 최초의 이미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백룸'을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핵심 요소이다. 그건 공간을 구분하는 일종의 지문 같은 역할을 하는 동시에, '백룸'이 스스로 형태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물리적 흔적이기도 하다"고 말한 바 있다.

A24 X 제임스 완 X '기묘한 이야기', 전례 없는 제작진이 한 자리에

'백룸'의 제작 라인업은 그 자체로 화제이다. '유전'과 '미드소마'를 통해 작가주의 호러의 새로운 미감을 정립한 A24, '컨저링' 시리즈로 공간 공포의 문법을 다시 쓴 제임스 완이 이끄는 아토믹 몬스터, '기묘한 이야기'의 21 랩스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에 참여했다. 장르 영화의 정점에 선 세 제작사가 같은 작품에 이름을 올린 것은 할리우드에서도 보기 드문 조합이다.

'백룸' / 바이포엠스튜디오
'백룸' / 바이포엠스튜디오

각 제작사의 강점은 '백룸'의 세계관과 맞물린다. A24 특유의 절제된 미장센은 노란 벽지와 형광등이라는 핵심 비주얼과 공명하고, 닫힌 공간 안의 보이지 않는 공포를 정교하게 다뤄온 아토믹 몬스터의 노하우는 출구 없는 무한 공간이라는 설정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된다. 일상의 표면 아래 다른 차원을 그려내는 21 랩스의 감각은 가구 매장 지하에서 펼쳐지는 비현실의 공간이라는 출발점과 이어진다.

제임스 완은 파슨스에게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의 공포는 아주 심리적인 차원에서 작동한다. 파슨스는 텅 빈 공간이 불러오는 묘한 끌림을 정확하게 파고들었다.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알고 자신이 만든 세계를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어서 제작진과 배우 모두가 그의 비전을 신뢰하게 된다. 그런 사람이 팀을 이끈다는 건 정말 큰 힘이다"고 설명했다.

아카데미와 칸이 인정한 두 배우의 만남

주연 캐스팅도 이 작품의 무게를 더한다.

주연으로는 '노예 12년'으로 제86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추이텔 에지오포가 클락 역을 맡았다. 클락은 이혼 후 기울어가는 가구점을 홀로 버티는 인물이다. 어느 늦은 밤, 반복되는 전기 이상 현상을 쫓아 지하로 내려간 그는 벽 너머로 끝없이 이어지는 노란 공간과 마주한다.

'백룸' / 바이포엠스튜디오
'백룸' / 바이포엠스튜디오

처음의 호기심은 점차 집착으로 바뀌고 클락은 현실과 단절된 채 그 공간 속으로 깊이 끌려 들어간다. 에지오포는 "클락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실패했던 기억들에 계속 시달린다. 자신의 실패를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고 인물을 설명했다.

제74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레나테 레인스베는 클락의 심리치료사 메리 클라인을 연기한다. 연락이 끊긴 환자를 찾아 직접 가구점으로 향한 메리는 '백룸' 안에서 자신이 믿어온 현실의 기준이 흔들리는 순간을 맞는다.

자기계발서 '내면의 창'을 펴낸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한 메리는 타인의 마음을 분석해온 치료사였지만, 그 공간 안에서만큼은 자신의 감각조차 믿을 수 없다.

레인스베는 메리에 대해 "다른 사람을 돕는 데 몰두한 나머지 정작 도움이 필요했던 자기 자신은 돌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파슨스의 '백룸' 세계를 데이비드 린치의 '블루 벨벳'에 빗대며 "의식과 상징을 중심으로 구축된 거대하고 복잡한 세계라는 점에서 린치의 작품들과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평범함이 낳는 공포, 리미널 스페이스

'백룸'의 공포는 점프 스케어에 기대지 않는다. 이 영화의 핵심은 '리미널 스페이스(liminal space)' 미학이다. 텅 빈 쇼핑몰,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는 복도처럼 인공적인 공간인데 사람이 없는 상황이 만들어내는 묘한 불안감이다.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어딘가 잘못됐다는 감각 등 '백룸'의 끝없이 이어지는 사무 공간은 바로 그 감각을 극대화한 무대이다.

'백룸' / 바이포엠스튜디오
'백룸' / 바이포엠스튜디오

에지오포는 이 공포를 "'백룸'은 평범해 보이지만, 바로 그 지나친 평범함 때문에 오히려 더 섬뜩하게 느껴진다. 텅 빈 사무실에 있으니 안전할 것 같은데도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 때문에 오히려 더 불안해지고, '백룸'의 공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고 표현했다.

파슨스는 이 공포의 근원에 대해 "'백룸'은 우리가 점점 빠져들고 있는 획일화된 산업 사회에 대한 피로감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모든 것이 똑같이 반복되기만 하면 감각이 마비되고, 결국 인간의 뇌는 무질서한 소음 속에서도 의미와 규칙을 찾으려 한다. 사람은 사회에서 고립되면 주변과 단절되고 음모론적인 사고에 빠지기 쉽다. 만약 그런 삶을 영원히, 매일같이 반복해야 한다면 얼마나 공포스럽겠는가"라고 말했다.

세트의 핵심 공간인 '버티고 룸'은 40층 높이로 솟아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됐고, 그 안에는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는 계단들이 놓여 있다. 미로처럼 끝없이 이어진 세트 안에서 배우와 스태프가 길을 잃지 않도록 제작진은 매일 지도를 새로 만들어야 했다.

음향 역시 공포의 한 축이다. 파슨스는 음향 디자이너 에우제니오 바타글리아, 몰입형 사운드 프로듀서 에도 밴 브리먼과 함께 천장 조명의 윙윙거리는 소리와 인간이 아닌 존재의 날카로운 비명 소리를 정교하게 설계했다. 그는 "이 영화는 상당 부분을 음악으로 이야기한다. 유튜브 시리즈의 음악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영화에서도 익숙한 선율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포는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서 온다

'백룸'의 진짜 질문은 '이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남는가'가 아니다. '왜 이 공간에 끌리는가'이다. 파슨스가 구축한 세계에서 '백룸'은 단순한 미로가 아니라 인간 내면의 현실을 비추는 장치이다.

'백룸' / 바이포엠스튜디오
'백룸' / 바이포엠스튜디오

파슨스 역시 "클락은 그곳에서 위안을 느끼며 더 이상 자신의 충동을 억누르지 않는다. 끝없이 추락하던 사람에게 현실에 체념한 채 평온하게 머무를 수 있는 능력을 선물해 주는 것 같지만, 결국 그것은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악순환으로 변질된다"고 설명했다.

에지오포는 "'백룸'을 잘 아는 관객이라면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요소들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확장됐는지 보는 일이 무척 흥미로울 것이다.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 역시 파슨스 특유의 독보적인 상상력과 세계관에 매료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파슨스는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 경우 9화짜리 드라마 시리즈로 세계관을 완결 짓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인터넷 괴담에서 출발해 디지털 신드롬으로, 그리고 A24의 스크린으로.

이 공간이 한국 관객을 가장 먼저 맞이한다. 영화 '백룸'은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