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록 전남도지사, 5·18 왜곡 마케팅 규탄…“역사 조롱 기업 미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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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코리아 5·18 관련 마케팅 논란에 강경 성명…역사왜곡 차단 장치와 오월정신 헌법전문 수록 촉구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스타벅스코리아의 5·18민주화운동 관련 마케팅 논란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역사 왜곡과 희화화를 막기 위한 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 지사는 21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역사를 조롱하고 왜곡하는 기업에 미래는 없다”고 강조하며, 이번 사안을 단순한 기업 홍보 실수 차원이 아닌 민주주의 역사와 희생자에 대한 모욕으로 규정했다.

김 지사는 특히 5·18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아 온 국민이 광주의 희생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되새기고 있는 시점에 해당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사안의 무게가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월 영령의 뜻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함께해야 할 시기에, 특정 기업이 이를 연상시키는 문구와 표현을 마케팅에 활용한 것은 매우 참담한 일”이라며 “이는 단지 지역의 상처를 건드린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 전체를 가볍게 여긴 처사”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논란이 된 마케팅은 ‘단테데이’, ‘탱크데이’, ‘나수데이’ 등 일련의 표현이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떠올리게 했다는 점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김 지사는 이 같은 표현들이 역사적 고통의 맥락을 외면한 채 상업적 홍보 문구로 소비됐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특히 단어 선택과 문구 배치가 우연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민감한 역사적 기억을 자극했다는 점에서 기업의 역사 인식과 공적 책임 의식이 심각하게 결여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마케팅 과정에서 사용된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이 표현이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군부 정권이 진실을 축소·은폐하려고 했던 발언인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켜 6월항쟁으로 이어졌던 현대사의 비극적 장면을 기업이 가벼운 홍보 문구처럼 사용한 것은 결코 용납하기 어렵다”며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의 희생을 상업적으로 소환한 셈”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또한 이번 논란을 기업 차원의 사과나 일부 책임자 문책 정도로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김 지사는 “회장의 사죄나 최고경영자 해임, 실무자 징계 수준에서 끝낼 문제가 아니다”며 “역사를 희화화하거나 왜곡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한 사회적, 제도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이미지 실추 문제를 넘어 공공의 기억과 역사적 가치에 대한 침해라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 지사는 나아가 정부와 국회를 향해 역사 왜곡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독일이 홀로코스트 미화와 옹호를 법으로 엄격히 처벌하듯, 우리 사회도 민주주의와 인권의 역사를 조롱하거나 왜곡하는 행위에 대해 명확히 대응할 수 있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5·18민주화운동을 비롯한 현대사의 중대한 비극이 더 이상 상업적 소재나 왜곡의 대상으로 소비되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 지사는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그는 “오월정신을 헌법 전문에 명시해 민주주의와 인권, 공동체 연대의 가치를 국가적 원칙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며 “헌법적 가치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이 같은 폄훼와 왜곡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5·18정신의 헌법 수록은 단순한 상징 조치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합의이자 재발 방지의 근본적 장치라는 점도 함께 부각했다.

이번 성명은 단순히 특정 기업의 논란을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 인식의 공공성과 기업 윤리,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시 묻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지역의 아픈 기억을 기반으로 세워진 민주주의 역사가 상업적 수단으로 소모될 때 어떤 파장이 발생하는지 분명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향후 기업들의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 전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 안팎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과 폄훼를 막기 위한 제도 논의가 본격화할지 주목하고 있다. 김영록 지사의 이번 발언은 역사 앞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또 민주주의의 기억을 지키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어떤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지를 다시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