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통기타 남성 영상 확산… “낭만” vs “민폐” 갑론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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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버스킹도 있어야지 살맛” vs “단 한 명이라도 괴로워한다면 민폐”

한 남성이 서울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대중교통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개인의 돌발 행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전동차 안에서 한 중년 남성이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11초짜리 영상이 21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지하철에서 기타 치는 할아버지’란 제목의 영상을 보면 전동차 안에 기타 울림과 노랫소리가 크게 퍼지고 있고, 주변 승객들은 별다른 제지나 항의 없이 휴대폰을 보거나 무덤덤한 반응을 보인다.
지하철 객실 버스킹 영상을 본 누리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린다.
찬성 쪽에서는 "2호선 빌런이라고들 하는데 저런 버스킹도 있어야지 사람 살맛 나지"라거나 "아직 세상에 낭만은 살아있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지하철이라는 삭막한 공간에서 뜻밖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는 시각이다. 지하철 안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종교 전도나 불법 상행위, 배려 없는 고성 통화에 비하면 이 정도 돌발 연주는 용인할 수 있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한 누리꾼은 "프랑스 지하철에서 멋지게 불렀던 노신사가 기억난다. 저런 낭만 정도는 충분히 즐길 수 있지 않냐"라고 말했다.
반면 "딴엔 낭만이라 여기겠지" 등의 냉소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도중에 피하거나 하차할 수 없는 전동차 안에서 특정인의 연주를 강제로 들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다수 승객에게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런 쪽에 선 네티즌들은 "단 한 명이라도 괴로워한다면 민폐", "승강장에서 했어야 낭만이지 객차 안에서 하는 건 민폐" 등의 지적을 내놨다.
논란이 번지자 한 MLB파크 회원은 작가 조승연이 유튜브 채널 '조승연의 탐구생활'에 올린 영상을 소개하며 지하철 객실 버스킹을 ‘민폐’로 받아들이는 이들에게 사고의 전환을 권유했다.
조승연은 <‘이거 민폐 아닌가요?’에 대한 솔직한 생각 털어보기>란 제목의 영상에서 한국 사회가 과거 '아시아의 이탈리아'로 불리던 시끌벅적하고 정 넘치는 문화에서 불과 20여 년 만에 일본이나 북유럽에 가까운 '무마찰 사회'로 급격히 변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자유(네거티브 프리덤)'가 온라인에서 쉽게 공감대를 얻는 데 반해 '무언가를 할 자유(포지티브 프리덤)'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밀도 도시에서 완전한 무마찰을 추구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고, 억눌린 인간의 본성이 어느 순간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동차 내 버스킹은 법률이 금지하는 행위다. 철도안전법은 ‘역시설 등 공중이 이용하는 철도시설 또는 철도차량에서 폭언 또는 고성방가 등 소란을 피우는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 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서울교통공사 여객운송약관도 전동차·역사 내 무허가 음악 연주, 물품 판매, 연설 등 타인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행위를 전면 제한하고 있다.
공공장소 버스킹에 적용되는 소음 관련 법령도 별도로 존재한다. 공원이나 광장 등 공공장소에서 공연 시 사용하는 이동식 스피커 소음은 소음·진동관리법 제24조에 따른 이동소음원 규제 대상에 해당한다. 관할 지자체장은 이동소음 규제지역을 지정해 사용 금지나 사용 시간 제한을 명할 수 있다. 음향기기 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해 이웃을 시끄럽게 한 경우에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규제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