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9000억이면 포상금 900억…신고포상금 무제한 시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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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포상금 상한 폐지…과징금 10%까지 지급
담합 등 내부 신고 유도, 악용 방지 장치도 함께 마련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등 불공정거래행위 신고자에게 지급하는 포상금 상한을 폐지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는 신고포상금 지급 한도를 없애고 과징금의 최대 10%까지 포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등 위반행위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지급 규정’ 개정안을 다음 달 10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21일 밝혔다.

신고포상금 상한 폐지, 과징금 10%까지 지급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신고포상금 지급 상한 폐지다. 현재는 법 위반 유형에 따라 포상금 한도가 최소 1억 원에서 최대 30억 원으로 정해져 있다. 담합 사건은 최대 30억 원, 부당지원·사익편취 행위는 최대 20억 원이다.

공정위는 기존 한도 체계가 대규모 담합 사건의 내부 신고를 유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봤다. 내부고발자는 회사 내 불이익이나 법적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과징금 규모가 아무리 커도 받을 수 있는 포상금이 제한돼 있어 신고 유인이 약하다는 판단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모든 법 위반 행위별 포상금 지급 한도가 사라진다. 방문판매법 위반행위의 경우 향후 시행령 개정을 거쳐 지급 한도를 폐지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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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상금 산정 방식도 단순해진다. 현재는 과징금 구간별로 일정 요율을 적용한 뒤 증거 수준에 따른 비율을 반영하는 구조다. 앞으로는 과징금 총액의 10%를 포상금 지급 기준금액으로 삼고 신고자의 기여도와 증거 수준 등을 반영해 최종 지급액을 정한다.

공정위가 제시한 예시를 보면 최상 수준의 증거를 제출해 과징금 1000억 원이 부과된 담합 사건을 신고하면 현행 제도에서는 최대 28억 5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현행 산식은 50억 원까지 10%, 50억 원 초과 200억 원까지 5%, 200억 원 초과분에 2%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1000억 원 기준으로 계산하면 50억 원 구간에서 5억 원, 다음 150억 원 구간에서 7억 5000만 원, 나머지 800억 원 구간에서 16억 원이 산정돼 총 28억 5000만 원이 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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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이 적용되면 계산 방식은 훨씬 간단해진다. 과징금 총액 1000억 원의 10%인 100억 원이 포상금 기준금액이 된다. 증거 수준에 따른 포상률은 최상 100%, 상 80%, 중 50%, 하 30%로 나뉜다.

최근 담합 제재 규모를 보면 포상금 상한 폐지의 파급력도 커질 수 있다. 공정위는 전날인 20일 6년간 밀가루 공급 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국내 제분업계 사건에 총 6710억 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개정안이 적용되는 사건이었다면 과징금 10% 기준 단순 계산 시 포상금 규모는 최대 671억 원 수준까지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지급액은 신고자가 제출한 증거 수준과 사건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결정된다.

내부 신고 유도, 악용 방지 장치도 마련

공정위는 부당지원과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증거 인정 범위도 넓히기로 했다. 현재는 거래 내역과 거래 조건 관련 정보만 포상률 판단 기준으로 인정하지만 앞으로는 지원 의도와 관련된 정보도 위반행위 입증에 필요하면 증거 범위에 포함한다.

이는 외부에서는 구조를 확인하기 어려운 사건의 특성을 고려한 조치다. 특정 회사나 총수 일가 등 특수관계인을 유리하게 지원하는 행위는 내부 자료나 의사결정 과정을 알아야 입증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공정위는 이런 정보가 신고 과정에서 제출되면 포상금 산정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기술유용행위 근절을 위한 기술보호감시관 포상률 상향 근거도 마련된다. 기술보호감시관은 원사업자가 하도급 거래 과정에서 기술자료를 부당하게 요구하거나 유용한 정황을 수집해 공정위에 제보하는 역할을 한다. 공정위는 하도급 현장에서 발생하는 기술유용행위가 갑을관계 특성상 신고가 쉽지 않은 만큼 지속적인 감시와 제보 활동을 포상률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제도 악용을 막기 위한 장치도 함께 들어간다. 신고자의 조사 협조 수준과 법 위반행위 가담 여부 등을 고려해 포상금을 최대 30% 범위에서 감액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신고 유인이 줄어들지 않도록 감액은 필요 최소한도로 이뤄진다.

내부 가담 신고자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면제될 수 있도록 관련 내부 절차를 마련한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상 보호조치도 받을 수 있도록 해 신고자가 불이익을 입지 않게 한다는 계획이다.

포상금 지급 시점도 바뀐다. 앞으로 과징금이 국고에 처음 납부되면 기본포상금을 먼저 지급하고 행정소송 등 불복 절차가 끝나 과징금이 최종 확정된 뒤 해당 금액이 납부되면 잔여포상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공정위는 행정예고와 관련 절차를 거쳐 개정안을 상반기 중 확정해 시행할 계획이다. 개정안은 시행 이후 신고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과징금이란?


과징금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떠올리는 형사처벌인 벌금과는 성격이 다르다. 벌금은 검찰 기소와 재판을 거쳐 법원이 선고하는 형사처벌이다. 반면 과징금은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행정기관이 기업의 위법 행위에 대해 부과하는 행정 제재다.

특히 담합이나 시장 교란 행위는 기업이 부당하게 이익을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 처벌만으로는 억제 효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위법 행위 규모와 관련 매출액 등을 기준으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해 부당 이익을 환수하고 재발을 막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과징금은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금전적 제재라는 점에서 부담이 매우 크다. 규모가 큰 사건의 경우 수천억 원대까지 부과되기도 한다. 다만 형사처벌과는 별개이기 때문에 과징금이 부과됐다고 해서 형사 책임까지 자동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사안에 따라 검찰 고발이나 별도 형사재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