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려서 죽을 줄 몰랐다”…캐리어 시신 유기 조재복, 첫 재판서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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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판서 “죽을 줄 몰랐다”…조재복, 살해 고의 부인
재판부 “아내 증인신문 진행”…다음 재판 7월 2일 예정

장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캐리어에 담아 하천변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재복이 첫 재판에서 살해 고의를 부인했다.

대구 '캐리어 시신' 사건 존속살해·시체유기 혐의 피의자 조재복 / 대구경찰청 제공
대구 '캐리어 시신' 사건 존속살해·시체유기 혐의 피의자 조재복 / 대구경찰청 제공

장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캐리어에 담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조재복이 21일 대구지법 형사13부(채희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차 공판에서 “장모님이 죽을 거라고는 진짜 몰랐다”며 살해 의도를 부인했다고 이날 연합뉴스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조재복은 이날 법정에서 “장모님이 죽을 거라고는 진짜 몰랐다”며 살해 의도를 부인했다. 이어 아내가 장모의 상태를 알린 뒤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짙은 올리브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온 그는 재판부 질문에 직접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첫 재판서 “죽일 생각 없었다” 주장

이날 재판의 핵심 쟁점은 존속살해 혐의의 고의 인정 여부였다. 변호인은 존속살해의 미필적 고의와 시체유기 혐의를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조재복의 법정 진술은 달랐다. 그는 살해 의도가 없었다는 취지의 말을 반복했고 재판부가 미필적 고의의 의미를 설명하자 “그 생각까지는 못 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복은 존속살해와 시체유기 혐의 외에도 특수중감금치상 등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조재복이 집 안에 카메라를 설치해 아내와 장모의 행동을 감시하고 도주하지 못하도록 통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두 사람을 종속시키는 등 가혹 행위를 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변호인 측은 감금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가장으로서 돈을 관리했을 뿐 경제적으로 종속시킨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또 홈캠은 반려견을 돌보기 위한 용도였고 감시 목적은 아니었다고 했다. 피해자들이 임의로 외출할 수 있었고 출입을 막는 시정장치도 없었다는 주장도 내놨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에서 조재복의 아내를 증인으로 불러 사건 경위와 피해 상황 등을 확인하기로 했다. 아내의 증언은 폭행과 감금 혐의는 물론 향후 양형 판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딸 지키려 들어간 원룸서 숨진 장모

조재복은 지난 3월 대구 중구 한 오피스텔형 원룸에서 함께 살던 장모 A씨를 장시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조재복은 3월 17일 오후 10시께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약 10시간 동안 둔기와 손발로 A 씨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A 씨 시신에서는 갈비뼈와 골반 등 여러 부위 골절이 확인됐다. 사인은 외부 충격에 의한 다발성 손상으로 추정됐다.

사진은 3월 18일 이들 부부가 캐리어를 끌고 중구 주거지에서 신천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중 일부 / 연합뉴스
사진은 3월 18일 이들 부부가 캐리어를 끌고 중구 주거지에서 신천으로 이동하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중 일부 / 연합뉴스

A 씨가 딸 부부의 원룸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9월 딸이 결혼한 뒤부터였다. 딸이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자 곁에서 지키기 위해 함께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재복이 올해 2월부터 A 씨를 지속적으로 폭행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홈캠 영상에는 A 씨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도 폭행이 이어진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복은 폭행 도중 아내와 함께 담배를 피우며 쉬었다가 다시 폭행을 이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조재복은 범행 이유에 대해 “평소 시끄럽게 굴고 물건을 정리하지 않아 화가 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신천서 떠오른 캐리어, 함께 송치된 아내는 석방

이번 사건은 지난 3월 31일 대구 북구 칠성동 잠수교 아래 신천에서 시민이 물 위에 떠 있는 캐리어를 발견해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당시 많은 비로 수심이 높아지면서 물속에 가라앉아 있던 캐리어가 떠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캐리어를 열었을 때 안에서는 A 씨 시신이 발견됐다. 조재복이 A 씨를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유기한 지 약 2주 만이었다.

조재복은 A 씨가 숨진 뒤 약 1시간 만에 자신의 여행용 캐리어에 시신을 넣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캐리어는 세로 50cm, 가로 40cm, 두께 30cm 정도 크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아내와 함께 캐리어를 끌고 원룸에서 도보 10~20분 거리인 신천변으로 이동해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버렸다.

당초 조재복의 아내 최 씨도 함께 구속 송치됐지만 검찰은 최 씨를 불기소 처분하고 석방했다. 최 씨가 어머니 시신 유기 과정에 일부 관여한 사실은 확인됐지만 자발적 가담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은 최 씨가 송치 당시 늑골이 골절된 상태였고 지속적인 폭행과 감금 속에서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봤다. 이에 형법상 강요된 행위 조항을 적용했다. 검찰은 최 씨의 신체적·정신적 회복을 위해 의료기관 치료를 지원하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일상 복귀를 돕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4월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조재복의 이름과 나이, 사진을 공개했다. 조재복은 공개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유족도 신상공개에 동의했다.

조재복의 다음 재판은 오는 7월 2일 오전 대구지법에서 열린다.

유튜브,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