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철근 누락 후폭풍… 동탄·파주까지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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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X-A 전 구간 연결' 일정 연기 불가피
지체상금 등 배상 책임 피하기 어려울듯

17일 서울 강남구 GTX-A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 공사 현장의 모습. / 뉴스1
17일 서울 강남구 GTX-A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 공사 현장의 모습. / 뉴스1

현대건설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삼성역 부실시공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전 구간 개통 일정을 흔들고 있다. 현대건설이 GTX-A 삼성역 공사에서 핵심 구조물 철근을 대거 빠뜨린 채 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오는 8월로 예정됐던 전 구간 개통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경기권 직장인들의 출퇴근 혁명을 기대했던 동탄·파주 일대도 술렁이고 있다.

20일 정부에 따르면 문제가 된 곳은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 지하 5층 GTX 승강장부 기둥이다. 현대건설은 이 구간 기둥 80본을 시공하면서 설계도에 명시된 주철근 2열 배치를 지키지 않고 1열만 넣었다. 결과적으로 80본 중 50본이 준공 기준에 미달했고, 빠진 철근의 무게만 178톤에 달했다. 현대건설 측은 현장 작업자가 설계 도면의 영문 표기인 '투번들(two bundle)'을 잘못 이해한 탓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철근 작업자, 현장 관리자, 감리단 등 세 단계 검증을 모두 통과한 오류를 단순 실수로 볼 수 있느냐는 지적이 거세다. 건설노조는 "현대건설이 설계대로 자재를 발주했다면 철근이 대량으로 남았을 것이고, 품질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육안으로도 잡아낼 수 있었다"고 꼬집었다.

현대건설이 이 사실을 처음 파악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지하 5층 공사를 마친 뒤 지하 4층 도면 검토 과정에서 뒤늦게 오류를 발견했다. 문제는 현대건설이 이를 인지하고도 공사를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했다는 점이다. 삼성역 환승센터 사업은 이미 완공 일정이 10년 가까이 밀려온 상황이었다. 공기 압박에 쫓겨 부실 시공 사실을 알면서도 현장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현대건설은 보강책으로 기둥 전체를 두께 22㎜ 고강도 강판으로 감싸 용접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추가 공사비 약 30억 원은 전액 자사 부담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속열차가 상시 통과하는 구조물 특성상 반복 진동과 인장력, 전단력을 이 공법이 장기간 버텨낼 수 있는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토부도 현대건설과 서울시가 제시한 보강안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공인기관을 통한 별도 검증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전날 서울시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건설에 영업정지 등 엄중한 행정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원청인 현대건설이 책임을 현장 노동자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국토교통부 역시 특별 현장점검 결과에 따라 현대건설에 벌점·시정명령·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이 서울시와 계약한 준공 시점인 2028년 10월을 맞추지 못할 경우 지체상금 등 별도 배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7일 서울 강남구 GTX-A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 공사 현장의 모습. / 뉴스1
17일 서울 강남구 GTX-A 삼성역 구간 ‘철근 누락’ 공사 현장의 모습. / 뉴스1

보고 체계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오류를 인지한 직후 서울시에 보고했으나, 국토부에는 약 6개월 뒤인 지난달 29일에야 관련 내용이 전달됐다. 서울시의 늑장 보고 책임도 크지만, 현대건설이 발주처 하나만 붙들고 6개월을 끌어온 구조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이날에는 해당 공사 현장 천장에서 균열이 최소 422개 발견됐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서울시는 이를 인지하고도 균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철근 누락에 대해 철도공단과의 회의에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통 전망은 불투명하다. GTX-A는 현재 운정중앙~서울역, 수서~동탄 두 구간으로 나뉘어 운행 중이다. 서울역~수서역이 이어져야 하나의 노선이 완성된다. 정부는 삼성역 공사가 끝나지 않아도 열차를 무정차 통과시키는 방식으로 오는 8월 전 구간을 연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대건설의 보강 공사 착공이 지연되고 외부 검증 절차까지 겹치면서 무정차 개통 시점은 연말 이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2028년 말 삼성역 정식 개통 일정도 영향권에 들어갔다. 파주 운정중앙역에서 삼성역까지 30분, 동탄역에서 삼성역까지 20분이라는 기대가 허공에 뜬 것이다. 부동산 업계는 개통 일정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호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GTX-A 수혜 기대에 들떠 있던 시민 사이에선 현대건설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커지고 있다. 삼성역 인근에 거주하는 김 모(29) 씨는 "기본적인 것도 못 지킨 회사가 내놓은 보강 방안을 선뜻 믿을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