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앉았던 자리가 어디냐”…안동 시민들이 오랜만에 웃음 지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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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로 침체된 안동, 정상회담으로 관광 특수 기대
한일정상회담 만찬상에 안동 음식이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북 안동 도심이 오랜만에 활기를 찾았다.

정상회담 당일인 지난 19일 저녁 안동구시장 찜닭 골목은 평일임에도 관광객과 시민들로 북적였다. 골목 입구마다 찜닭 냄새가 퍼졌고, 식당 앞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메뉴판을 들여다보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배달 오토바이가 골목 안팎으로 쉴 새 없이 드나들었다.
정상회담 하루 전인 18일 저녁, 이재명 대통령이 수행단과 함께 찜닭 골목을 찾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 일행이 들른 '행복 찜닭'의 강현주(33) 사장은 "대통령과 수행단까지 40여 명이 와서 식사하고 갔다"며 "대통령이 골목을 찾아준 것 자체가 상인들에게는 매우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에도 안동에 오면 찜닭 골목 다른 식당들을 찾아 식사하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날 시민들은 식당 밖에서 "대통령이 어디에 앉았느냐", "무슨 메뉴를 먹었느냐"를 물으며 안을 둘러봤다. 한 찜닭 가게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에 다시 찾아줘 상인들이 힘을 많이 얻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도 이날 골목을 찾았다. 일부는 "정상회담 만찬 메뉴에 안동 음식이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왔다"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 만찬에는 안동찜닭의 원형으로 알려진 조선시대 닭요리 '전계아'(煎鷄兒)와 안동 한우 갈비구이, 전통주인 태사주와 안동소주 등이 올랐다.
전계아가 무엇?
만찬 메뉴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계아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졌다. 전계아는 닭고기를 참기름에 지져 간장·청주·꿀 등으로 졸여낸 음식으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조리서이자 보물인 수운잡방(需雲雜方)에 소개돼 있다. 귀한 손님을 맞이할 때 내놓던 특별한 음식으로 기록돼 있기도 하다. 수운잡방은 탁청정 김유와 계암 김령이 저술한 조리서로, 현재 광산김씨 설월당 종가의 김도은 종부가 명맥을 잇고 있다. 안동찜닭이 다른 지역 찜닭과 달리 간장소스를 섞어 졸이는 방식인 것도 전계아에서 유래한다. 안동구시장 상인 김모(60대) 씨는 "정상회담 이후 손님들이 전통주나 찜닭 원조 이야기를 많이 물어본다"며 "안동이 전국적으로 다시 알려지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했다.
안동에서 꼭 먹어야 할 것들
찜닭 골목 외에도 안동에는 지명을 빼면 설명이 안 되는 음식들이 있다. 안동구시장에는 찜닭 가게 30여 곳이 모여 찜닭 골목을 이루고, 한우 식당 15여 곳이 한우 갈비 골목을 형성하고 있다. 안동 한우는 마블링이 고루 분포해 쫄깃한 식감과 풍부한 향이 특징이다. 그 중에서도 마늘 양념을 갈비 사이사이 무쳐 낸 마늘 갈비가 안동식 특별 메뉴로 꼽힌다.
간고등어는 바다와 태백산맥으로 막힌 내륙 도시 안동의 지형적 조건에서 탄생했다. 영덕 강구항에서 안동까지 고등어를 운반하는 데 이틀이 걸렸고, 상하지 않게 하려면 소금간이 필수였다. 염장 처리를 거친 고등어는 비린내가 줄고 육질이 쫄깃해져 오히려 맛이 깊어졌다. 구이·조림·찜 어떤 방식으로도 조리되며, 대부분 식당에서 찌개와 정갈한 반찬을 곁들인 간고등어 정식으로 낸다.

헛제삿밥은 안동이 유교 문화의 본향이라는 사실과 맞닿아 있다. 유교 문화의 본 고장으로 제사를 더욱 숭상해온 안동에서, 평상시에는 제사밥을 먹지 못하므로 제사 음식과 같은 재료를 마련해 비빔밥을 먹은 것이 헛제삿밥의 유래다. 무채·콩나물·고사리 등 나물 여섯 가지에 간장을 넣고 비벼 먹으며, 탕국·각종 전·간고등어·상어고기가 함께 나온다.
안동식혜는 안동을 중심으로 경상북도 북부 지방에서만 먹는 음식으로,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방식으로 만든다. 일반 식혜와 달리 끓이지 않고 무·고춧가루·생강즙을 넣어 엿기름물로 발효시킨다. 유산균이 살아 있어 소화를 돕고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살얼음이 살짝 낀 상태로 먹는 겨울 별식이지만 요즘은 계절 관계없이 헛제삿밥 상에 함께 올라온다. 안동 국시는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어 면을 만들어 특유의 고소한 맛이 나며, 기계가 아닌 손으로 직접 만들어 '손국수'라 불린다. 여름에는 삶은 면을 시원한 육수에 말아내는 '건진국수'가 인기다.
산불 이후 침체됐던 지역에 희망이
지역 숙박업계도 이번 특수를 체감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숙박한 것으로 알려진 안동의 한 호텔은 이번 주말 예약이 모두 찼다. 하회마을 인근 한옥 숙소와 게스트하우스도 예약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안동시 옥동에서 숙박업을 하는 한 업주는 "정상회담 이후 안동 분위기를 느껴보려는 관광객 문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외국인 예약도 평소보다 많아진 상황"이라고 했다.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는 지난해 경주 APEC 정상회의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황남빵을 맛본 뒤 판매량이 크게 늘었던 사례가 회자됐다. 이번 정상회담이 그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다. 그 기대에는 절실함도 배어 있다. 지난해 3월 경북 북부를 휩쓴 대형 산불 이후 지역 관광 경기가 위축됐고, 찜닭 골목도 한동안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찜닭 골목의 상인들은 이번 정상회담 이후 관광객이 늘고 골목 분위기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안동 시민 이모(54) 씨는 "지난해 경북 북부 대형 산불 이후 관광객이 많이 줄어 상인들이 힘들어했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동에 사람들이 다시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찜닭 골목 한 상인은 "한동안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정상회담 이후 관광객이 늘고 골목 분위기도 살아나는 것 같아 오랜만에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박모(47) 씨도 "요즘 뉴스에서 계속 안동 이야기가 나오니까 지역 주민 입장에서도 힘이 난다"며 "안동 음식과 문화가 전국에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