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2' 자리 대체 편성으로 이 드라마가 낙점됐다고?…눈길 끈 tvN 편성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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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논란으로 '시그널2' 6월 편성 취소, 과연 그 자리는?

tvN이 올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던 '두번째 시그널(이하 '시그널2')'의 6월 편성을 사실상 포기하고, 그 자리에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를 대체 편성하기로 했다. 배우 조진웅의 이른바 '소년범' 논란과 잇따른 은퇴 선언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조진웅이 연예계를 떠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tvN은 아직까지 공식 방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방송계 역대급 기대작 한 편이 공중에 떠 있는 상황이 됐다.

tvN 레전드 작품으로 회자되는 '시그널'. / tvN 제공
tvN 레전드 작품으로 회자되는 '시그널'. / tvN 제공

조진웅 은퇴로 '시그널2' 6월 방영 무산

'시그널2'는 2016년 tvN에서 방영돼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드라마 '시그널'의 후속작이다. 지난해 8월 이미 촬영을 모두 마쳤고, tvN은 원작 방영 10주년이자 채널 개국 20주년에 해당하는 올해 6월에 맞춰 편성 계획을 세워뒀다. 현재 방영 중인 신혜선·공명 주연 '은밀한 감사'의 후속작으로 배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조진웅 씨에 대한 청소년 시절 범죄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내용이었고, 이후 조진웅은 직접 은퇴를 선언했다. 논란이 불거진 직후 tvN은 "시청자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구체적인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딜레마는 크다. 이 작품에는 막대한 제작비와 수백 명의 인력이 투입됐고, 완성된 편집본까지 존재한다. 그러나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배우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를 방영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피하기 어렵다. tvN 내부에서도 방영과 보류 사이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결국 6월 빈자리는 다른 작품으로 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빈자리 채운 '파친코', 어떤 작품인가

'파친코' 포스터. / 애플TV 제공
'파친코' 포스터. / 애플TV 제공

그 자리를 채우게 된 작품이 바로 '파친코'다. tvN이 최근 공개한 신작 편성 계획에 따르면 '파친코' 시즌1은 6월 6일부터 매주 토·일요일 밤 9시 10분에, 시즌2는 7월 18일부터 매주 토·일요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 시즌1과 시즌2가 연달아 편성되는 구조다.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동명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대하드라마다.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로 먼저 공개됐으며, 이미 해외에서 작품성과 완성도를 폭넓게 인정받은 작품이다.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 고국을 떠나 일본과 미국에서 생존을 이어가야 했던 한국인 이민자 가족 4대의 삶을 담고 있다.

수 휴가 쇼러너 겸 각본을 맡았고, 한국어·일본어·영어 세 가지 언어가 동시에 사용된다.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자이니치(재일조선인)의 방언과 정체성 혼란을 사실감 있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시즌1과 시즌2, 어디서 어디까지 다루나

시즌1은 2022년 3월부터 4월까지 8부작으로 공개됐다. 1910년대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서 시작해 1989년 도쿄까지를 오가는 두 개의 타임라인을 교차 편집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과거 타임라인에서는 영도의 어시장 소녀 선자가 수산물 중개상 고한수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가 유부남임을 알고 이별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이후 목사 백이삭과 결혼한 선자는 일본 오사카의 빈민가 이카이노로 이주하고, 극심한 차별과 가난 속에서도 살아남는다. 현재 타임라인(1989년)에서는 선자의 손자 솔로몬 백이 미국 유학 후 도쿄의 외국계 금융사에서 성공을 좇는 과정이 병행된다. 그는 대형 부동산 거래를 성사시키려다 자신의 혈통과 정체성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파친코' 주연 김민하, 이민호. / 애플TV 제공
'파친코' 주연 김민하, 이민호. / 애플TV 제공

시즌2는 2024년 8월부터 10월까지 8부작으로 공개됐다. 배경은 제2차 세계대전이 절정에 달한 1945년 오사카와, 거품경제 정점의 1989년 도쿄다. 선자는 미군 폭격과 극심한 식량 부족 속에서 두 아들 노아와 모자수를 지키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고한수가 다시 등장해 선자 가족을 배후에서 보호하면서 복잡한 도덕적 긴장이 형성된다. 1989년 타임라인에서는 위기에 몰렸던 솔로몬이 밑바닥부터 재기를 시도하고, 노년의 선자는 과거의 상실과 마주한다.

출연진 면면…윤여정·이민호·김민하

'파친코' 캐스팅은 작품의 규모를 그대로 반영한다. 주인공 선자는 세 명의 배우가 나눠 연기한다. 유년기 선자는 유나, 젊은 시절 선자는 김민하, 노년 선자는 아카데미 수상 배우 윤여정이 맡았다. 한 인물의 전 생애를 서로 다른 배우로 나누는 방식은 이 드라마가 단순한 연대기가 아니라 '삶의 층위' 자체를 다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한수 역은 이민호가 맡았다. 제주도 출신으로 일본 야쿠자 조직과 결탁해 부와 권력을 쥔 인물로, 선자의 삶에 평생 그림자를 드리우며 자신의 핏줄인 노아에 집착한다. 백이삭 역은 노상현이 연기했고, 솔로몬 백은 진하가 맡아 경계에 선 현대 이민자 세대의 혼란을 표현했다. 정은채는 오사카에서 선자를 맞이하는 동서 경희로 등장하며, 시즌2에 새롭게 합류한 김성규는 한수의 측근이자 선자 가족과 깊은 인연을 맺는 김창호를 연기했다.

'파친코' 윤여정. / 애플TV 제공
'파친코' 윤여정. / 애플TV 제공

수상 실적이 입증하는 작품성

'파친코'는 공개 이후 11개 이상의 국제 시상식에서 수상했다.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최우수 외국어 시리즈상, 피바디상,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올해의 프로그램상, 고섬 어워즈 작품상이 대표적이다.

해외 주요 매체의 평가도 구체적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TV의 그 어떤 작품과도 다른 장대한 서사"라고 평했고, 미국 엔터테인먼트 매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걸작에 매우 근접한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파친코' 시즌1 스틸컷. / 애플TV 제공
'파친코' 시즌1 스틸컷. / 애플TV 제공

이 작품이 다루는 자이니치, 즉 재일조선인의 이야기는 그간 글로벌 주류 OTT 플랫폼에서 본격적으로 조명된 적이 없었다. '파친코'는 역사의 틈새에 놓여 있던 이 집단의 삶을 전 세계 시청자에게 처음으로 정면으로 들이민 작품이라는 점에서 방송사적 의미를 갖는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배우들이 화려한 파친코 점포 안에서 춤추는 연출은 이 드라마의 핵심 메시지를 압축한다. 역사라는 통제 불가능한 게임 안에서 숫자로만 처리되던 이들이 파멸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선언이다. tvN은 '시그널2'의 공백을 채우는 자리에 단순한 대체작이 아닌, 이미 전 세계에서 검증된 작품을 선택했다.

'시그널2'의 향방은

시청자들이 가장 궁금해할 지점은 결국 '시그널2'가 언제, 어떤 형태로든 방송될 수 있느냐는 문제다. tvN은 현재까지 편집·재편집, 조진웅 분량 삭제, 배우 교체 등 어떤 방안도 공식화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편집을 통한 분량 조정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조진웅이 극의 핵심 축을 담당하는 구조상 현실적인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그널' 조진웅. / tvN 제공
'시그널' 조진웅. / tvN 제공

방영이 무기한 지연될 경우 이미 투입된 제작비와 스태프들의 노동, 공동 출연진의 기회비용이 모두 허공으로 날아간다.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를수록 작품이 완전히 폐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송계 안팎에서는 tvN이 '파친코' 편성 이후에도 '시그널2' 처리 방향을 두고 오랜 시간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