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는 데 1시간 반, 만드는 데 15분…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기절초풍하는 뜻밖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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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한 달, 한국은 20분…한국의 경쟁력 비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입을 모아 감탄하는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다. 바로 어딜 가나 빠르게 처리되는 일 처리 속도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외국인들이 쇼핑백을 들고 길을 지나고 있다. / 뉴스1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외국인들이 쇼핑백을 들고 길을 지나고 있다. / 뉴스1

그중에서도 안경 제작 속도는 해외에서 온 방문객들에게 거의 마법에 가까운 충격을 준다. 한국인들에게는 안경원에 들어가서 시력을 재고, 테를 고른 뒤, 단 15분에서 20분 만에 새 안경을 받아 들고 나오는 것이 아주 당연한 일상이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눈에는 이 속도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 신기한 광경으로 비친다.

유럽이나 북미 지역을 비롯한 많은 해외 국가에서는 안경 하나를 맞추기 위해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 안경원에서 벌어지는 초고속 안경 제작의 비밀과 해외 안경점의 실상, 그리고 한국 안경업계가 가진 경쟁력을 짚어본다.

"안경 렌즈 깎으러 다른 나라로 보냅니다" 해외 안경점의 현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핀란드 출신 외국인은 한국 안경원의 제작 속도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핀란드에서는 안경을 하나 맞추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핀란드 현지 안경점에는 안경 렌즈를 정밀하게 자르고 맞추는 첨단 기계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한 안경점에 안경이 진열돼 있다. / 뉴스1
서울시내 한 안경점에 안경이 진열돼 있다. / 뉴스1

이 때문에 핀란드에서 안경을 주문하면, 안경점에서 손님의 시력 정보와 고른 안경테를 이웃 나라에 있는 전문 가공 공장으로 보낸다. 공장이 있는 다른 나라에서 렌즈를 깎고 테에 맞춘 뒤, 완성된 안경을 다시 핀란드로 배송하는 구조다. 국경을 두 번이나 넘나드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다 보니 시간은 일주일 이상 걸릴 수밖에 없고, 배송비와 인건비가 추가되어 안경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싸진다.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북미 지역도 사정은 비슷하다. 먼저 안과에 가서 시력 검사를 따로 받아야 한다. 안과 의사에게 시력 처방전을 받은 뒤, 이 종이를 들고 다시 안경점을 찾아가야 한다. 안경점에서도 렌즈 재고가 없으면 공장에 주문을 넣고 기다려야 하므로 보통 열흘에서 이주일은 기다려야 안경을 손에 쥐게 된다. 안경을 바꾸고 싶어도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지루해서 엄두를 내기 힘들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15분 만에 끝내는 한국 안경원의 위엄

반면 한국의 안경원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안경원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시력 검사부터 안경 완성까지 모든 과정이 한자리에서 막힘없이 이뤄진다.

유튜브, hello1stkorea

소비자가 안경테를 고르는 데는 1시간 반 동안 고민하며 오랜 시간을 보내지만, 막상 안경사가 작업실 안으로 들어가 렌즈를 깎고 조립하는 시간은 단 15분에서 20분이면 충분하다. 안경사가 기계에 렌즈를 넣고 쓱 돌리면 손님이 고른 안경테 모양에 맞게 순식간에 렌즈가 깎여 나온다.

더 재미있는 점은 이 속도조차 늦었다고 생각하는 한국 안경사들의 태도다. 작업실에서 안경을 조립해 나온 안경사가 "조금 늦어져서 죄송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면, 외국인들은 속으로 "대체 뭐가 늦었다는 거지" 하며 당황하곤 한다. 겨우 10분, 15분 기다려놓고 사과를 받는 상황 자체가 외국인들에게는 신선한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다. 한국 안경사들의 솜씨는 정밀함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렌즈 초점을 정확하게 맞추고, 손님의 귀 높이나 코 모양에 맞게 안경테 다리를 미세하게 조절해 주는 서비스까지 완벽하게 해낸다. 빠르면서도 품질이 좋으니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에 여행 가면 꼭 안경을 맞춰 와야 한다"는 입소문이 나는 것도 당연하다.

한국 안경점이 이토록 빠른 진짜 이유

한국 안경원이 이처럼 초스피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한국 안경사들의 높은 전문성이다. 한국에서 안경사가 되려면 대학에서 안경광학을 전공하고 국가시험을 치러 면허를 따야 한다. 즉, 시력 검사부터 렌즈 가공, 피팅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서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안경원마다 상주하고 있다. 외국처럼 안과 의사와 안경 가공 기술자가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아 중간 과정이 싹 생략된다.

둘째는 완벽한 재고 관리다. 한국의 웬만한 안경원들은 손님들이 주로 찾는 다양한 도수와 기능을 가진 렌즈를 매장 내에 종류별로 수백 장씩 쌓아두고 있다. 압축 렌즈나 난시용 렌즈 등 웬만한 조건의 렌즈는 그 자리에서 바로 꺼내 쓸 수 있다. 시력이 아주 나빠서 특수 제작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공장에 주문을 넣고 기다릴 필요가 없다.

셋째는 첨단 자동화 기계의 보급이다. 한국 안경원 뒷면 작업실에는 렌즈를 정확한 형태로 깎아내는 자동 옥습기 등 최신 장비가 기본으로 갖춰져 있다. 안경테의 모양을 기계가 알아서 읽어 낸 뒤, 그 모양 그대로 렌즈를 오차 없이 깎아내므로 사람이 손으로 하던 과거 방식보다 시간이 수십 배 단축됐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된 K-안경

이러한 장점 덕분에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안경원은 꼭 들러야 할 필수 관광 코스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물가가 비싼 유럽이나 미국인들에게 한국 안경원은 가격과 속도, 서비스 면에서 3박자를 모두 갖춘 매력적인 곳이다.

외국에서는 안경 하나 맞출 돈으로 한국에서는 세 개, 네 개를 맞출 수 있고, 그것도 여행 일정 중에 잠깐 짬을 내어 20분 만에 받아 갈 수 있으니 방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선글라스나 유행하는 디자인의 안경테를 종류별로 여러 개 사 가는 외국인들도 많다.

한국인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해서 특별하게 느끼지 못했던 15분 안경 배달 서비스는, 사실 한국의 뛰어난 의료 의료기기 기술과 안경사들의 숙련도, 그리고 한국 특유의 빠른 문화가 결합해 만들어낸 위대한 경쟁력이다. 주방 구석에서 잠자던 설탕의 유통기한처럼, 우리가 잘 모르고 지나쳤던 한국 안경원의 초고속 서비스는 지금도 수많은 외국인을 깜짝 놀라게 하며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