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3.8% 터지며 종영한 '21세기 대군부인'에…서경덕 교수가 날린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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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덕 “무엇보다 이번 논란의 가장 큰 문제는...”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이 13.8%(전국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의 시청률로 종영했음에도, 역사왜곡 논란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제작비 300억 원이 투입된 대작임에도 마지막 방영을 코앞에 두고 터진 치명적인 고증 오류가 드라마 전체 평가에 큰 오점을 남겼다.

즉위식 한 장면이 기폭제가 됐다

주요 논란의 발단은지난 15일 방송된 11회 이안대군(변우석)의 즉위식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서 신하들은 새 왕을 향해 "천세" 또는 "천천세"를 외쳤고, 왕은 줄이 9개인 구류면류관을 착용했다.

(왼쪽)'21세기 대군부인' 주연 아이유, 변우석. (오른쪽)서경덕 교수. / MBC 제공, 뉴스1
(왼쪽)'21세기 대군부인' 주연 아이유, 변우석. (오른쪽)서경덕 교수. / MBC 제공, 뉴스1

문제는 이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중국 황제 아래에 종속된 제후국 군주에게나 적용되는 예법이라는 데 있다. 역사적으로 독립된 자주국이나 황제국의 군주는 줄이 12개인 십이면류관을 착용하고, 신하들은 "만세"를 외쳐야 한다. 대한제국이 1897년 고종 황제 즉위를 통해 스스로 자주독립국임을 대내외에 선포한 역사적 맥락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드라마 속 대한민국 왕실이 중국의 속국 수준으로 묘사됐다는 비판이 즉각 터져 나왔다.

고증 오류는 즉위식에만 그치지 않았다. 왕실에서 가장 높은 어른인 대비마마가 아랫사람인 대군 앞에 무릎을 꿇는 장면이 연출됐고, 차(茶) 문화를 다루는 장면에서도 한국 전통 다도 예법이 아닌 중국식 다도 예법이 그대로 노출됐다. 작품이 가상의 입헌군주제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대체역사극임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의 자주성과 역사적 문맥은 지켜야 했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전문가들의 일침 "정신 좀 차리자"

역사 교육계와 외교 분야 전문가들이 잇따라 공개 비판에 나섰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교육대학 교수는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서 교수는 "최근 MBC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의 역사왜곡 논란이 커지고 있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현재 중화권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도 관련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이번 논란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국 동북공정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MBC '21세기 대군부인' 논란 된 '천천세' 장면. / MBC-최태성 인스타그램
MBC '21세기 대군부인' 논란 된 '천천세' 장면. / MBC-최태성 인스타그램

이어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이 함께 보는 역사물 콘텐츠라면 정확한 고증뿐만 아니라 주변국의 역사왜곡 상황도 유심히 체크해야 하는데 이 부분을 놓친 것이 가장 뼈아프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1년 SBS '조선구마사' 논란을 예로 들며 "이 두 사례를 거울 삼아 재발 방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글에 다수 네티즌이 공감하며 함께 분노했다. 댓글창에는 "21세기 매국" "제작사는 제발 각성하시길. 빌미를 주지 말자" "중국 자본 잠식 결과...돈이면 나몰라라 하는 연예인들도 문제" "각계각층에 올바른 역사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국 투자를 받아도 한국 문화를 지켜가면서 받아낼 수 없다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라. 돈이 걸린 문제라고 정체성까지 팔아먹냐 MBC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다 정신 차리는 계기가 되길" 등의 반응들이 쏟아졌다.

한국사 강사 최태성 역시 인스타그램에 문제 장면을 직접 공유하며 "줄이 9개? 황제는 12개야", "천천세? 황제는 만만세야"라고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배우들의 출연료는 몇 억씩 아낌없이 지불하면서 역사 고증 비용은 몇 십만 원으로 왜 퉁치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직격했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고증이 구조적으로 홀대받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그는 더 나아가 "역사학계도 역사물 고증 연구소 하나 만들어야 한다"며 대본, 복장, 세트장까지 원스톱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는 이 드라마가 디즈니+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송출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반크는 "중국이 한국사를 자국 역사 체계 안에 편입하려는 이른바 동북공정 논리를 한국 스스로 인정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며 글로벌 디즈니를 상대로 오류 시정 캠페인에 착수했다.

MBC '21세기 대군부인' 논란 된 '구류면류관' 장면. / MBC-최태성 인스타그램
MBC '21세기 대군부인' 논란 된 '구류면류관' 장면. / MBC-최태성 인스타그램

중화권 언론은 이미 조롱 중

국내 논란이 확산되는 사이, 중화권 언론과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 상황을 발 빠르게 다루기 시작했다. 시나닷컴 등 중국 매체들은 "한국 드라마가 왕의 등극식에서 '천세'를 외쳐 스스로 중국의 번속국으로 낮추고 역사를 왜곡해 한국 네티즌들을 분노하게 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한국 드라마 제작진의 실수를 중국 측이 자국에 유리한 서사로 소비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는 단순한 제작 실수의 문제가 아니다. 동북공정은 중국이 2002년부터 약 5년에 걸쳐 추진한 국가 주도 역사 연구 프로젝트로, 고구려·발해 등 한반도 북부와 만주 지역의 역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하려는 시도였다. 당시 국내에서 거센 반발을 불렀던 이 프로젝트의 핵심 논리 중 하나가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제후국"이라는 주장이었다. 드라마에서 구류면류관과 '천세' 호칭이 무비판적으로 사용된 것이 바로 이 맥락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우려다.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화될수록 이 문제의 파급력은 커진다. 역사적 배경지식 없이 드라마를 접하는 해외 시청자들에게 구류면류관과 '천세' 장면은 그냥 하나의 연출로 각인될 수 있고, 이는 중화권이 오랫동안 심어온 "한국은 중국의 속국"이라는 왜곡된 역사 인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작진과 주연 배우들의 사과

비판이 거세지자 마지막회 방영일인 지난 16일 제작진이 먼저 공식 입장을 냈다. MBC '21세기 대군부인' 제작진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세계관 설정과 역사적 고증 이슈로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증 부실을 인정했다. 제작진은 향후 재방송, VOD, 디즈니+ 플랫폼에 업로드된 영상에서 부적절한 오디오 및 자막을 전면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다.

MBC '21세기 대군부인' 주연 아이유, 변우석. / MBC 제공
MBC '21세기 대군부인' 주연 아이유, 변우석. / MBC 제공

이틀 뒤인 18일에는 주연 배우 이지은(아이유)과 변우석이 각각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문을 공개했다. 이지은은 "작품의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큰 실망을 끼쳤다"며 "대본을 신중하게 공부하지 못하고 문제의식을 제때 갖지 못한 스스로가 부끄럽다"고 밝혔다. 변우석은 자필 사과문을 통해 "촬영 과정에서 작품에 담긴 역사적 맥락과 의미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고민이 부족했다"며 "배우로서 연기뿐 아니라 작품이 가진 메시지까지 책임감 있게 살피겠다"고 했다.

300억짜리 드라마, 고증 비용은 얼마였나

'21세기 대군부인'은 21세기 입헌군주제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재벌 출신 평민 성희주(아이유)와 왕의 아들이지만 아무것도 가질 수 없는 이안대군(변우석)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300억 원이라는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됐고, 13.8%의 시청률로 마무리된 흥행작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최태성 강사가 지적한 것처럼, 정작 역사 고증에 들어간 비용과 시간이 얼마나 됐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역사물 고증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방영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중국식 소품과 음식 장면 논란으로 방영 2회 만에 조기 종영됐다. 당시에도 제작진의 사과와 수정 약속이 이어졌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또 같은 유형의 논란이 반복됐다. 최태성이 "이쯤 되면 우리는 붕어인가"라고 자조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MBC '21세기 대군부인' 포스터. / MBC 제공
MBC '21세기 대군부인' 포스터. / MBC 제공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목하는 해법은 제도화다. 개별 제작사의 자체 고증에 맡기는 현재의 수공업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역사학계가 참여하는 공인 고증 기관을 설립해 역사물 제작 전 과정에서 대본, 복장, 세트까지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다시 힘을 얻고 있다.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질수록, 고증 실패가 가져오는 외교적·문화적 손실도 함께 커진다는 점을 이번 사태는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

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