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4개' 섬을 하나로 묶은 바닷길…드라이브·야경 명소 '해상 교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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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대교 건너 만나는 신안 다이아몬드 제도

바다 위를 달려 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신안 여행의 첫 장면을 바꿔 놓았다. 예전에는 배 시간을 확인해야 했던 섬 여정이 이제는 자동차로 이어진다. 천사대교를 건너면 암태도와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까지 신안 서부권 섬길이 하나의 동선으로 펼쳐진다.

천사대교 야경 / ⓒ한국관광콘텐츠랩
천사대교 야경 / ⓒ한국관광콘텐츠랩

천사대교가 바꾼 신안의 길

천사대교는 전라남도 신안군 압해읍 송공리와 암태면을 연결하는 해상 교량이다. 우리나라에서 건설된 교량 중 영종대교, 인천대교, 서해대교에 이어 네 번째로 긴 해상 교량이기도 하다. 2019년 4월 개통 이후 일반 차량 통행이 가능해지면서 신안 서부 도서 지역의 이동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서해 섬으로 가기 위해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리고 여객선 운항 시간에 맞춰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기상 상황에 따라 이동 계획이 바뀌는 일도 적지 않았다. 천사대교 개통 이후에는 섬과 육지를 잇는 도로망이 확보되면서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다.

천사대교 / ⓒ한국관광콘텐츠랩
천사대교 / ⓒ한국관광콘텐츠랩

교량의 기점인 압해읍 송공리는 기존 도로망과 연결된 곳이다. 이곳에서 바다를 건너 암태면으로 이어지는 천사대교가 놓이면서 암태도와 주변 섬은 차량으로 접근하기 쉬워졌다. 야간이나 해무가 낀 날처럼 선박 이용에 제약이 따르던 상황에서도 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된 점은 주민 생활과 관광 이동 모두에 영향을 미쳤다. 섬 주민에게는 육지와 오가는 길이 안정됐고, 신안을 찾는 사람에게는 자동차로 여러 섬을 이어 가는 일정이 가능해졌다.

천사대교는 넓은 바다와 갯벌을 가로지르는 교량이다. 압해읍 송공리에서 출발한 차량은 바다 위 도로를 따라 암태면으로 진입한다. 선박 중심이던 이동 방식과 달리 출발 시간과 동선을 정하기 쉬워졌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다. 물류 이동에서도 육상 교통망이 확보되면서 도서 지역의 접근성은 이전보다 안정적으로 정비됐다. 천사대교는 신안 서부권을 찾는 길에서 교통 시설을 넘어 여행 동선의 기준점이 된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던 생활권이 하나의 도로로 이어지면서 섬을 둘러보는 방식도 달라졌다. 한 섬에 머문 뒤 다시 배편을 확인해야 했던 일정 대신, 교량과 연도교를 따라 여러 섬을 차례로 연결하는 이동이 가능해졌다.

1004개 섬을 담은 이름

천사대교라는 이름은 신안군의 지역 특성을 반영한다. 신안군은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지역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1004의 섬’이라는 이미지를 사용해 왔다. 교량 명칭 역시 숫자 1004와 발음이 같은 ‘천사’를 활용해 정해졌다. 이름만으로도 이 교량이 신안의 수많은 섬을 잇는 상징적 시설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천사대교 / Sdhts-Shutterstock.com
천사대교 / Sdhts-Shutterstock.com

이 명칭은 압해도와 암태도 사이의 연결만을 뜻하지 않는다. 천사대교는 신안의 여러 섬이 하나의 도로망 안에서 오갈 수 있도록 하는 관문에 가깝다. 교량 위로 세워진 주탑과 케이블, 바다 위로 이어지는 도로는 섬과 섬, 섬과 육지가 연결되는 장면을 직접 보여준다. 신안을 처음 찾는 사람에게도 천사대교는 이 지역이 섬을 중심으로 형성된 공간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전한다. 지명만 조합한 시설 이름과 달리 지역이 가진 숫자와 이미지를 함께 담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교량을 건너는 짧은 시간에도 ‘1004의 섬’이라는 신안의 정체성이 여행의 배경으로 남는다.

신안 다이아몬드 제도를 잇는 관문

천사대교가 지닌 또 하나의 의미는 ‘신안 다이아몬드 제도’를 연결한다는 점이다. 비금도, 도초도, 하의도, 신의도, 장산도, 안좌도, 팔금도, 암태도, 자은도 등 9개 면의 섬들은 지도상에서 다이아몬드 형태로 펼쳐져 있어 신안 다이아몬드 제도로 불린다. 천사대교는 이 권역을 연결하는 최단 거리 육상 교통망을 완성한 교량이다.

천사대교 / ⓒ한국관광콘텐츠랩
천사대교 / ⓒ한국관광콘텐츠랩

개통 전에는 섬마다 여객선 운항 경로가 달랐고, 섬 사이를 이동할 때도 배편과 환승을 고려해야 했다. 압해읍 송공리에서 암태면으로 바로 이어지는 도로가 생기면서 다이아몬드 제도 동쪽 관문은 육상 교통망과 맞닿게 됐다. 특히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는 이미 연도교를 통해 순차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선형 도로망을 이루고 있던 섬들이다.

천사대교 개통은 압해도와 암태도 사이의 결합에 그치지 않고, 이 길을 통해 연결된 자은도·팔금도·안좌도까지 육지 접근성을 동시에 높였다. 섬 하나를 목적지로 정해 이동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여러 섬을 한 코스로 묶는 일정도 쉬워졌다. 자은도의 해변, 팔금도의 섬길, 안좌도의 문화 자원이 천사대교를 거친 하나의 흐름 안에 들어온다.

천사대교 / ⓒ한국관광콘텐츠랩
천사대교 / ⓒ한국관광콘텐츠랩

이제 차량은 천사대교를 건너 암태도에 들어선 뒤 북쪽 자은도나 남쪽 팔금도, 안좌도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비금도와 도초도, 하의도, 신의도, 장산도처럼 여전히 선박 이동이 필요한 섬도 천사대교의 영향을 받는다. 암태도나 안좌도 인근 여객선 터미널을 활용해 배와 차량을 이어 타는 복합 이동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천사대교는 신안 다이아몬드 제도의 여러 섬을 하나의 길 위에서 이어 주는 중심축이 됐다. 자동차 이동과 선박 이동이 이어지는 구조는 신안의 넓은 도서 지형을 현실적인 여행 동선으로 바꾸는 데도 역할을 한다.

암태도와 자은도로 이어지는 동선

천사대교를 건너 암태면에 들어서면 섬 안의 명소도 자연스럽게 여행 동선에 들어온다. 암태도 기동삼거리에 있는 노부부 벽화는 담장 너머 동백나무의 둥근 수형을 머리 모양처럼 활용한 벽화로 알려져 있다. 교량을 지나 섬 안쪽으로 이동하는 길에 만나는 장소여서 암태도 방문 동선과 함께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암태도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
암태도 전경 / ⓒ한국관광콘텐츠랩

암태도 서쪽의 추포해수욕장은 과거 노둣길을 통해 오가던 추포도와 관련된 해변으로, 육로 연결 뒤 접근성이 나아진 곳이다. 넓은 갯벌과 모래사장이 함께 나타나는 서해안 해변의 특징도 볼 수 있다. 천사대교가 만든 접근성은 이런 섬 안쪽 명소까지 이어진다. 교량을 건넌 뒤 목적지를 하나만 정하지 않고 해변과 마을, 갯벌을 차례로 둘러보는 동선이 가능하다.

암태도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연도교를 통해 자은도에 닿는다. 자은도는 백사장과 소나무 숲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섬으로 알려져 있다. 분계해수욕장에는 바닷바람을 막아 온 방풍림이 해변을 따라 형성돼 있으며, 숲 안에는 여인의 형상을 닮았다는 이름의 여인송이 보존돼 있다. 백길해수욕장은 완만한 경사와 고운 모래로 알려진 해변이다.

자은도 남서쪽에는 갯벌과 해양 생태, 문화 예술을 함께 다루는 1004뮤지엄파크가 조성돼 있어 바다와 섬의 생태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자은도 일정은 해변 산책과 해양 생태 관람을 함께 묶기 좋다. 천사대교를 통해 암태도에 들어선 뒤 자은도로 방향을 잡으면 신안 북부 해안의 풍경을 차례로 만난다.

팔금도와 안좌도까지 이어지는 섬길

암태도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팔금도와 안좌도로 이어진다. 팔금도는 봄철 유채꽃밭이 조성되는 섬으로 언급된다. 바다와 가까운 섬길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계절에 따라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팔금도를 지나 신안1교를 건너면 안좌도에 닿는다.

안좌도 읍동리에는 김환기 화백의 생가가 보존돼 있다. 이 공간은 그가 유년 시절을 보낸 장소로, 목조 기와집의 형태가 남아 있어 섬의 역사와 예술 자원을 함께 보여준다. 섬 여행의 동선이 해변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 인물과 문화 자원으로 확장되는 구간이다.

김환기 고택 / ⓒ한국관광콘텐츠랩
김환기 고택 / ⓒ한국관광콘텐츠랩

안좌도 남단에는 반월도와 박지도가 있다. 두 섬은 안좌도 본섬과 ‘퍼플교’로 불리는 보행교를 통해 연결된다. 반월도와 박지도는 마을 지붕과 도로, 다리 등 여러 공간을 보랏빛으로 정비한 섬으로 알려져 있다. 퍼플교를 따라 걸으면 주변 갯벌과 바다를 가까이 볼 수 있다. 배를 타지 않고도 안좌도에서 인근 섬으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천사대교 이후 달라진 신안 섬 여행의 흐름을 보여준다. 자동차로 천사대교를 건너고, 연도교를 지나 안좌도에 도착한 뒤, 다시 보행교로 작은 섬을 잇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갯벌과 바다가 낸 신안의 맛

천사대교는 관광 동선뿐 아니라 신안의 농수산물이 육지로 이동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신안 다이아몬드 제도 일대는 넓은 갯벌과 바다를 기반으로 다양한 식재료를 품고 있다. 그중 갯벌낙지는 신안의 수산물로 자주 거론된다. 지역에서는 낙지를 맑게 끓여 내는 연포탕, 매콤하고 새콤한 양념에 버무리는 낙지초무침 등으로 즐긴다. 섬 여행 중 지역 식당을 찾는다면 신안 바다의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짱뚱어를 푹 고아 시래기와 양념을 넣고 끓이는 짱뚱어탕도 갯벌을 기반으로 한 음식이다. 여름철 서해안에서 잡히는 민어 역시 신안 일대에서 언급되는 식재료다. 회로 먹거나 맑은탕으로 끓여 먹는 방식이 알려져 있다. 천사대교 개통 뒤 차량 이동이 쉬워지면서 이런 식재료가 산지에서 내륙으로 이동하는 과정도 한결 수월해졌다. 교량이 섬으로 들어가는 길을 열었다면, 섬의 식재료가 밖으로 나가는 길도 함께 넓어진 셈이다. 신안 여행에서 음식은 별도의 장식이 아니라 갯벌과 바다가 만든 생활의 일부로 연결된다.

천사대교 / ⓒ한국관광콘텐츠랩
천사대교 / ⓒ한국관광콘텐츠랩

천사대교 여행은 교량만 보고 끝나는 일정이 아니다. 압해읍 송공리에서 암태면으로 이어지는 해상 교량을 지나 암태도,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까지 차례로 연결하면 신안 서부권 섬들의 지형과 생활권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바다 위 도로와 연도교, 해변과 갯벌, 섬마을의 문화 자원이 하나의 동선 안에 들어오는 점이 이 길의 특징이다. 이동 과정에서 교량, 연도교, 보행교가 차례로 이어지는 점도 신안 서부권 여행의 특징으로 꼽힌다. 한 번의 진입으로 여러 섬의 지형과 마을, 해안 풍경을 연결해 볼 수 있어 천사대교는 일정 전체의 출발선이 된다. 천사대교는 신안의 여러 섬을 잇는 교통축이자, 서해 섬 여행을 시작하는 관문이다.

천사대교 / 구글 지도
home 양주영 기자 zoo123@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