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들은 우리가 (북한축구) 이기는 걸 원치 않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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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FC 위민 선수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 서운함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 출전하는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입국하고 있다. / 뉴스1 (공동취재)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 출전하는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입국하고 있다. / 뉴스1 (공동취재)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이하 내고향)의 방한 경기를 앞두고 상대팀인 수원FC 위민 선수들 사이에서 서운함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북한 팀 응원을 위해 나선 민간단체들에 남북협력기금 3억 원을 지원하기로 하자 수원FC 위민이 이기는 걸 원치 않는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스포츠조선 최근 보도에 따르면 수원FC 위민 선수단 일부에서 "그분들은 우리가 이기는 걸 원치 않는 걸까요", "우리가 결승 올라가는 걸 싫어할 것 같아요", "우리가 결승에 올라가면 경기장이 텅텅 비지 않을까요"라는 자조 섞인 말들이 흘러나왔다.
2017년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여자축구 아시안컵 남북 예선전에서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북한 응원단(장철구 종합대학 학생들). / 뉴스1(평양공동취재단)
2017년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여자축구 아시안컵 남북 예선전에서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북한 응원단(장철구 종합대학 학생들). / 뉴스1(평양공동취재단)

발단은 통일부의 응원단 지원이다. 통일부는 오는 20일 수원에서 치러지는 내고향 경기를 응원하겠다고 나선 국내 민간 단체들에 남북협력기금 3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남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 200여 개 단체가 약 3000명 규모의 공동응원단을 결성해 수원FC 위민과 내고향을 함께 응원하겠다고 선언했다. 7000석 규모 경기장에서 3000석이 공동응원단 몫으로 배정됐다.

문제는 이 경기가 친선전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5-2026 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단판 승부로 우승 상금 100만 달러(약 14억7000만 원)가 걸린 실전이다. WK리그 우승 상금이 2000만 원에 불과한 현실에서 수원FC 위민은 지소연, 김혜리, 최유리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이 대회를 준비해왔다. 홈에서 열리는 국제대회임에도 경기장 절반 가까운 좌석을 상대팀과 함께 응원하는 인원이 채우는 상황이 된 셈이다. 수원FC 서포터즈 포트리스는 공동응원단 결성이 구단 및 서포터즈와 어떤 사전 협의도 없이 이뤄졌다며 반발하고, 수원FC만의 응원을 진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 출전하는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입국하고 있다. / 뉴스1 (공동취재)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 출전하는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입국하고 있다. / 뉴스1 (공동취재)

숙소 배정도 논란이 됐다. 수원FC 위민은 당초 사용 예정이던 수원 시내 호텔을 내고향 선수단에 내주고 다른 호텔로 짐을 옮겼다. 홈팀이 원정팀에 숙소를 양보한 꼴이 됐다.

내고향은 전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북한 스포츠 선수단의 방한은 2018년 12월 이후 8년 만이고, 여자 축구로 한정하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이다. 선수 23명, 스태프 12명 등 총 35명이 중국 베이징에서 훈련을 마친 뒤 중국국제항공편으로 들어왔다.

실향민 단체 회원들이 현수막을 들고 환영 인사를 건넸으나 선수단은 웃음기 없이 앞만 보며 1분 남짓 만에 공항을 빠져나갔다. 경찰 에스코트를 받으며 수원의 한 호텔에 도착한 뒤 곧바로 야외 훈련장으로 향해 비공개 훈련에 들어갔다. 숙소 도착 때와 달리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일부 선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지기도 했다.

내고향은 20일 오후 7시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수원FC 위민과 맞붙는다. 내고향은 조별리그에서 수원FC 위민을 3대0으로 꺾은 강팀이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힌다. 같은 날 오후 2시 멜버른 시티 FC(호주)와 도쿄 베르디(일본)의 준결승도 치러진다. 두 경기 승자가 23일 결승에서 맞붙는다. 준우승 상금은 50만 달러다. 내고향은 결승에 진출하면 24일 출국하며, 준결승에서 탈락하면 21일 한국을 떠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 출전하는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입국하고 있다. / 뉴스1 (공동취재)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에 출전하는 북한 여자축구팀 ‘내고향여자축구단’이 1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로 입국하고 있다. / 뉴스1 (공동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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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