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판 보면 한숨만…5년 새 가장 많이 오른 서울 외식 메뉴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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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1만원 코앞, 삼겹살 2만원 돌파

여름이 오면 밥상 앞에 앉기 전부터 한숨이 나온다.

서울 시내 냉면집의 메뉴판 모습. / 연합뉴스
서울 시내 냉면집의 메뉴판 모습. / 연합뉴스

냉면과 삼계탕 가격이 또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 지역 냉면 평균 가격은 1만 2538원이다. 2022년만 해도 1만원에 못 미치던 가격이 4년 만에 25.8% 뛰었다. 짜장면, 김밥, 칼국수까지 서민 음식 전반이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이 여름을 앞두고 다시 쌓이고 있다.

평양냉면 노포들도 줄줄이 올렸다

서울 냉면 평균 가격의 상승세는 꾸준하다. 2022년 4월 처음으로 1만원을 넘긴 이후 2023년 6월 1만 1000원, 2023년 12월 1만 2000원을 돌파했고 올해 초 1만 2538원까지 올라왔다. 유명 노포들의 인상 속도는 평균보다 더 가파르다. 우래옥은 최근 평양냉면 한 그릇을 1만 6000원에서 1만 8000원으로 올렸다. 필동면옥은 1만 4000원에서 1만 5000원, 을밀대는 1만 5000원에서 1만 6000원이 됐다. 2만원짜리 냉면을 파는 식당도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원재료비 상승이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냉면 육수에 주로 쓰이는 한우 양지(1등급) 소비자가격은 100g당 약 66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이상 올랐다. 여기에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 전기·수도 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음식점 운영 비용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삼계탕은 2만원, 치킨은 3만원 문턱

삼계탕 평균 가격도 처음으로 1만 8000원을 넘어섰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 지역 삼계탕 평균 가격은 1만 8154원이다. 고려삼계탕 등 유명 삼계탕집의 기본 메뉴는 이미 2만원이다. 삼계탕 가격을 밀어 올리는 건 닭값이다.

삼계탕 자료사진. / SUNGMOON HAN-shutterstock.com
삼계탕 자료사진. / SUNGMOON HAN-shutterstock.com

이란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국제유가 상승으로 사료값이 들썩이고, 주요 닭고기 공급업체들은 최근 대형마트와 대리점 납품 가격을 5~10% 인상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본사에 닭 5박스를 주문해도 2박스만 들어온다"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치킨도 마찬가지다. 배달비를 포함하면 3만원에 육박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육계 업계에서는 무더위와 초복이 다가올수록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단기 공급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기준으로 2020년 대비 2025년 서울 외식 품목별 상승률을 보면 짜장면이 44%로 가장 높고, 김밥 41%, 냉면 34%, 칼국수 31%, 비빔밥 30%, 김치찌개 28%, 삼겹살 22%, 삼계탕 20% 순이다. 5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모든 외식 메뉴가 20~40% 넘게 오른 셈이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도 서울 주요 외식 8개 품목은 전년 동월 대비 3~5% 오름세를 유지했다. 김밥이 5.7%로 가장 높고, 칼국수 4.9%, 김치찌개 백반 4.7%, 삼계탕 4.2%, 냉면 4.2% 순이었다. 칼국수는 9692원으로 1만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삼겹살은 1인분(200g)이 이미 2만원을 넘어섰다.

서울 종로 일대 칼국수 판매 식당. / 연합뉴스
서울 종로 일대 칼국수 판매 식당. / 연합뉴스

짜장면은 5년 새 가장 많이 오른 외식 메뉴지만 채소 가격 하락은 가격을 낮추는 데 거의 기여하지 못했다. 중식은 채소보다 육류와 소스 비중이 높고 인건비·임대료 같은 고정비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일부 고급 중식당에서는 한우와 가리비 등을 넣은 짜장면을 3만원에 내놓는 사례도 생겼다. 짜장면과 탕수육 소자를 함께 시키면 이제 3만 5000원 안팎을 써야 한다.

외식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 행태도 달라지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과 밀키트 매출이 꾸준히 늘고, 집밥 빈도가 높아지는 흐름이 유통업계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GS25·CU·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의 도시락 매출은 2024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외식 한 끼 값이 1만원을 훌쩍 넘어서면서 편의점이 실질적인 외식 대체재로 올라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런치플레이션'…직장인 점심이 가장 타격

외식 물가 상승의 타격이 가장 직접적으로 오는 건 직장인 점심이다. 서울 도심 기준으로 평범한 한 끼가 1만원 아래로 해결되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외식비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고, 외식비 지출 부담이 커질수록 소비 전반이 위축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점심을 편의점이나 사내 식당으로 대체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는 건 이미 익숙한 풍경이 됐다. '런치플레이션'(점심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라는 말이 일상어로 쓰일 만큼, 점심 한 끼 해결이 체감 물가의 기준점이 됐다. 원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가 모두 내려가지 않는 한 이 추세가 단기간에 꺾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