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보수 텃밭’ 영덕에 스며든 파란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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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지선 영덕 선거구 분석

박병준 기자 / 위키트리 대구경북취재본부
박병준 기자 / 위키트리 대구경북취재본부
[영덕=위키트리]박병준 기자=보수 색채가 짙다 못해 ‘국민의힘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오랜 세월 지배해 온 경북 영덕군. 이곳의 정치 지형이 이번 6·3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묘한 균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군수, 도의원은 물론 기초의원(군의원) 가·나 선거구까지 ‘전 선거구 후보 공천’이라는 승부수를 던졌기 때문이다.

과거 후보를 찾지 못해 무투표 당선을 지켜보거나 아예 선거판 자체를 열지 못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어차피 안 된다’는 패배주의를 깨고 링 위에 올라선 여야 후보들의 역학 관계를 콕 짚어 분석하고 향후 선거 정국을 전망해 본다.

◆군수 선거 분석: 민주 강부송 vs 국힘 조주홍 그리고 ‘무소속 변수’

국민의힘 경선에서 현직 군수를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기세를 올린 조주홍 후보와 민주당의 터줏대감이자 본선으로 직행한 강부송 후보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여기에 박병일, 장성욱 무소속 후보들이 가세하며 전형적인 ‘다자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더불어민주당 강부송 후보는 '에너지 전환형 연금 사업' 등 공공 주도 성장을 내세워 소멸 위기의 영덕을 구할 대안을 자처하며, 꾸준히 지역 표밭을 다져온 인지도와 고정 지지층이 무기다.국민의힘 조주홍 후보: 경선 통과의 기세를 몰아 ‘경영형 군정’과 ‘예산 1조 원 시대’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핵심 변수 (무소속의 파괴력)는 국힘 경선 과정에서 이탈한 보수 성향 무소속 후보들이 표를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관건이다.

보수 표심이 무소속으로 분산될 경우, 조직력을 탄탄히 다진 민주당 강부송 후보가 어부지리(漁父之利) 격으로 틈새를 파고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도의원 선거 분석: 프로축구 골키퍼 출신 청년 vs 베테랑 도의원의 ‘스토리 매치’

도의원 선거는 단 1석을 두고 여야의 청장년이 정면충돌하는 가장 뜨거운 격전지 중 하나다.

더불어민주당 임민혁 후보는 K리그 프로축구 골키퍼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의 32세 청년이다.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스포츠 정신과 젊은 패기, '응급의료센터 신설'을 무기로 참신함을 갈망하는 젊은 층과 중도층을 공략 중이다.

국민의힘 황재철 후보는 이미 예결위원장을 지낸 베테랑 현직 도의원이다.

영덕의 도의원이 1명뿐인 상황에서 "경험 없는 초보가 감당할 수 없다"며 의정 경험과 예산 확보 능력을 앞세워 록(Rock) 고정 보수층을 수성하고 있다.

◆군의원 선거 분석: 풀뿌리 정치, ‘파란 물결’은 문턱을 넘을까?

군의원 선거구 역시 민주당이 전원 후보를 내며 국힘 후보들과 백병전을 벌이고 있다.

가선거구에는 민주당 김미애 vs 국민의힘 나현주·박현규·배재영, 나선거구에는 민주당 신명용 vs 국민의힘 김성호·신정희·조상준, 무소속 김영준 후보 등이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싹쓸이’를 노리고 있지만, 표 분산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있다.

반면 민주당 후보들은 ‘단일 대오’로 나서 민주당 성향의 고정표를 온전히 흡수할 수 있는 구조다.

군의원 선거는 지역 밀착형 투표 성향이 강해, 민주당 후보들이 참신함과 생활 밀착형 공약으로 파고든다면 의회 진입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는 선거는 없다, 민주주의의 승리",민주당이 영덕군 전 선거구에 후보를 낸 것은 단순한 '구색 맞추기'가 아니다.

이는 지역 정치 지형의 체질 개선을 의미한다.

과거 보수 텃밭에서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나온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으로 치부됐다.

빨간 옷을 입지 않으면 명함조차 받지 않던 영덕의 시골 장터에서, 이제는 파란 옷을 입은 30대 청년 정치인이 활보하고 여성 후보가 군의회 문을 두드린다.

이번 선거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영덕 군민들은 '선택의 권리'를 되찾았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오만할 수 없게 만드는 '꿀밤' 같은 견제 세력이 생기는 것이고, 군민들에게는 '경쟁 체제'를 통한 지역 발전이라는 실리가 돌아가게 된다.

보수 성향 무소속 후보들의 난립으로 보수 표심이 분열된 틈을 타, 험지에서 다져진 민주당의 조직력이 가동된다면 군수 선거부터 군의원 선거까지 예측 불허의 '역대급 혼전'과 함께 역사상 가장 많은 '파란색 당선자'를 배출하는 이변이 연출될 수도 있다.

기업의 경쟁이 소비자를 행복하게 하듯이 정당의 경쟁은 미래를 행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