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오월, 헌법에 새길 때까지”… 금남로 달군 46번째 민주주의의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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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46주년 전야제 광주민주광장서 성황리 개최… 전국서 모인 인파 ‘연대와 기억’ 다짐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1980년 5월, 총칼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았던 광주의 외침은 오늘날 헌법이라는 민주주의의 반석 위에 온전히 새겨져야 합니다."
올해 전야제는 ‘오월, 일상의 민주주의로’라는 큰 주제 아래 치러졌다. 1980년 당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민주주의를 논했던 ‘민족민주화대성회’의 숭고한 정신을, 박제된 과거가 아닌 2026년 현재 우리의 일상 속 민주주의로 이어가자는 굳은 의지가 담겼다. 행사는 단순한 기념식을 넘어 1부 ‘오월’, 2부 ‘연대’, 3부 ‘일상의 민주주의’로 구성되었으며, 시민과 배우들이 호흡을 맞추는 생동감 넘치는 마당극 형식으로 진행되어 광장에 모인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시계탑이 1980년 5월 18일을 상징하는 오후 5시 18분을 가리키자, 광장의 분위기는 일순간 숙연해졌다. 오월 풍물단의 장엄한 합굿이 광장을 울리고, 시계탑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선율이 장엄하게 흘러나오자 수만 명의 시민들은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숙이고 오월 영령들을 향한 묵념을 올렸다.
무대 위에서는 오월 정신을 대한민국의 근간인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한다는 절절한 촉구가 쏟아졌다. 연단에 오른 우원식 국회의장은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아내는 것은 내란 세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피로 지켜낸 오월 영령들 앞에 마땅히 다해야 할 국회의 핵심 책무였다”고 회고하며, “최근 헌법 개정 과정에서 5·18 정신 수록이 끝내 무산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 국회가 끝까지 책임지고 이를 반드시 완수해 낼 것”이라고 강력히 다짐해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복희 '518열매' 대표는 과거 국가 폭력 속에서 자행된 젠더 폭력의 끔찍한 실상과 치유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우리 사회가 소외된 피해자들을 잊지 않고 연대해야 함을 거듭 강조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목소리에서도 오월을 향한 애틋함과 헌법 수록 무산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묻어났다. 매년 5월이면 어김없이 부산에서 광주를 찾는다는 박신열 씨는 “오월 광주에 진 빚을 갚는다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이번 개헌에서 5·18 정신 수록이 무산되어 몹시 분노하지만, 80년 광주가 그랬듯 결국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거대한 힘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굳게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2부 ‘연대’ 무대에서는 세월호, 이태원 참사 등 재난 참사 유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올라 생명 존중과 안전 사회 구축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나아가 전화(戰火)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와 이란 등 국제 분쟁 지역의 평화를 기원하며 광주의 ‘대동 정신’을 세계로 확장하는 뜻깊은 시간도 가졌다.
이운기 광주시민사회단체 대표는 무대에 올라 “최근 발생한 12·3 내란 사태를 보듯 반민주적 위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내란 세력에 대한 철저한 심판과 5·18 헌법 전문 수록이 병행되지 않는 한 민주주의의 진정한 완성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밤이 깊어질수록 금남로의 열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오월어머니집과 오월노래단의 애절하면서도 강인한 공연이 이어질 때,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의 손을 맞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떼창하며 46년 전 그날의 뭉클한 연대를 재현했다. 마지막 3부 순서로 마련된 뮤지컬 ‘오월, 기억을 이어 평화를 이루다’와 백금렬·촛불밴드의 열정적인 공연이 대미를 장식할 때까지, 5·18민주광장은 일상 속 민주주의를 지켜내겠다는 시민들의 함성과 환호로 지칠 줄 모르고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