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라인업에 이 영화가…‘범죄도시’ 감독 제작, 초호화 캐스팅 ‘한국 영화’
작성일
AI 기술로 만든 61분 장편영화, 넷플릭스에서 재조명받다
극장 참패 넘은 '중간계', AI 활용의 가능성을 묻다
AI를 활용한 61분 분량의 장편 영화 ‘중간계’가 넷플릭스 시청자들과 만난다. 극장 개봉 당시 관객 수는 2만 8000명대에 그쳤지만, 국내에서 AI 기술을 본격 활용한 장편 영화라는 점에서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넷플릭스 코리아에 따르면 ‘중간계’는 다음 달 5일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난해 10월 15일 개봉한 이 작품은 이승과 저승 사이의 공간인 ‘중간계’에 갇힌 사람들과 이들의 영혼을 소멸시키려는 저승사자들의 추격전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메가폰은 강윤성 감독이 잡았다. 강 감독은 영화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드라마 ‘카지노’, ‘파인: 촌뜨기들’ 등을 통해 장르물 연출력을 보여준 인물이다. 여기에 변요한, 김강우, 방효린, 임형준, 양세종 등이 출연하며 배우진 역시 눈길을 끈다.
‘중간계’가 일반적인 판타지 액션 영화와 다른 지점은 제작 방식이다. 그간 AI를 활용한 영상물이 대체로 20분 안팎의 단편에 머물렀다면, ‘중간계’는 61분이라는 장편 분량으로 제작됐다. 완성도와 별개로 국내 상업영화 영역에서 AI 활용 가능성을 시험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승사자·크리처·폭발 장면까지 AI 활용

‘중간계’에는 AI로 제작된 캐릭터와 장면이 대거 등장한다. 영화 속 저승사자와 크리처 등 16종의 캐릭터가 AI를 통해 구현됐고, 크리처들의 액션, 차량 폭발, 광화문 광장 붕괴 장면 등에도 AI 기술이 활용됐다. AI만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은 VFX를 결합해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강윤성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 기존 크리처물과는 다른 방식의 촬영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원래 크리처물을 만들 때 그린 스크린에서 촬영한 뒤 배우를 분리하고, 크리처를 만들어서 배우와 연동할 수 있게끔 연출해야 하는데, AI는 실제 외벽 소스가 있어야 크리처를 만들 수 있어서 그린 스크린 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며 "그래서 현장에서 바로 촬영을 진행하며 정리했다"고 말했다.
AI 활용은 제작 기간과 비용 절감에도 영향을 미쳤다. 강 감독은 "차량 폭파 장면이 못해도 4~5일 걸릴 일인데, AI로 하니 1~2시간이면 끝났다"고 밝혔다. 권한슬 AI 연출은 "AI가 신을 알아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고, 한 장면, 한 장면을 AI로 그려내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이번 영화에 20명 정도 인원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술적 한계도 분명했다. AI로 만든 크리처와 실사 배우가 완전히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생성형 AI 이미지 특유의 질감이 큰 스크린에서 이질적으로 보였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차량 폭파나 광화문 광장 붕괴처럼 기존 제작비 규모에서는 쉽게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을 시도했다는 점은 눈길을 끌었다.
변요한·김강우·방효린·임형준, 중간계에 갇힌 인물들

이야기는 해외에서 불법 자금을 끌어모은 젊은 재력가 재범의 모친 장례식장에서 시작된다. 그곳에는 국정원 요원 장원, 형사 민영, 여배우 설아, 방송국 PD 석태 등 각자의 목적을 품은 인물들이 모여든다. 장례식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인물들의 관계와 속내가 서서히 드러난다.
작품은 초반 20여 분 동안 인물 관계를 차근차근 쌓아 올린다. 국정원, 경찰, 범죄조직, 연예계 인물이 얽히며 재력가를 둘러싼 긴장감이 만들어진다. 이후 뜻밖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인물들이 생과 사의 경계인 중간계에서 눈을 뜨면서 본격적인 추격 액션이 시작된다.
중간계로 넘어간 뒤에는 저승사자들의 추적이 중심이 된다. 인물들은 정체불명의 존재를 피해 달아나고, 크리처와 마주하며, 건물이 무너지는 혼돈 속에서 생존을 시도한다. 61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안에 여러 인물과 세계관, 액션 장면을 압축해 담은 구조다.

실사 연기는 배우들이 맡아 작품의 현실감을 보탰다. 변요한은 국정원 요원 장원 역을, 김강우는 형사 민영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았다. 방효린과 임형준 역시 각각의 캐릭터를 통해 중간계에 갇힌 인물들의 혼란과 생존 본능을 표현했다. AI가 구현한 판타지 요소 위에 실제 배우들의 연기를 결합하려 한 시도다.
관객 2만8000명대 그쳤지만 “시도는 의미 있다”
‘중간계’는 극장 개봉 당시 2만 8000명대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CG와 AI 이미지의 이질감, 장면 간 연결의 미숙함, 짧은 분량 안에 많은 설정을 담아낸 데 따른 밀도 문제 등이 지적됐다.

그럼에도 관객 반응에는 가능성을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일부 관객은 “첫 AI 활용 영화라 어설픈 게 많지만 시작이 중요하다”, “훗날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언급될 수도 있겠다”, “아직 부족하지만 더 큰 가능성을 봤다”, “새로운 시도, 새로운 영화”라는 반응을 보였다. 완성도보다 시도 자체에 의미를 둔 평가가 적지 않았던 셈이다.
AI 활용을 둘러싼 논쟁도 이어질 전망이다. 창작 영역에서 AI가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 저작권 문제와 인력 대체 우려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강 감독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작의 영역을 AI가 건드니까, 배우나 연출자에게 그런 두려움이 남아 있다"면서도 "어찌 됐든 AI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하나의 도구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이해해야 하는 시대다, 그래서 저작권 문제는 앞으로도 첨예하게 다뤄질 부분"이라고 했다.

권한슬 AI 연출도 창작자의 의도를 강조했다. 그는 "그렇기에 창작자 의도가 중요하다"며 "AI는 나를 대신해 그림을 그려줄 수 있는 도구이고, 의도 자체는 창작자가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강 감독은 AI 기술이 제작비 상승 부담을 줄이고 더 많은 작품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산업이 효율을 따르는 만큼 영화에서도 AI 활용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인력이 일자리를 잃기보다 더 많은 작품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는 긍정적인 관점도 내놨다.
‘중간계’는 이미 2편 시나리오까지 완성된 상태다. 강 감독은 언론시사회에서 시리즈형 영화로 이어갈 계획을 공식화했다. 2시간 분량의 이야기를 1, 2편으로 나눠 순차 공개하겠다는 구상이다. 넷플릭스 공개를 계기로 ‘중간계’가 극장 개봉 당시보다 더 넓은 관객층을 만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중간계’가 넷플릭스를 통해 어떤 반응을 얻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지만, AI를 장편 상업영화 제작에 본격 활용했다는 점만으로도 이 작품은 한국 영화계의 중요한 실험으로 남는다. 극장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한 관객들이 이번에는 기술적 아쉬움보다 새로운 시도의 가능성에 더 주목할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