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삼성전자 영업이익 15% 제도화하는 것은 상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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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별 상한제·주식 보상 확대가 현실적 대안"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의 해법으로 경영실적에 연동한 구간별 상한제 도입, 현금 대신 주식 보상 확대, 노사 합의에 기반한 성과 배분 룰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조의 영업이익 15% 고정 배분 요구는 상법에 위배되고 자본주의 원칙을 흔드는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뉴스1은 지난 14일 '삼성전자 성과급 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를 주제로 서울 종로구 뉴스1 본사에서 개최한 긴급 좌담회에서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명예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이같이 진단했다고 17일 보도했다. 18일 삼성전자 노사의 2차 사후조정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제언인 까닭에 주목을 모은다.
■ "노조 요구, 상법·자본주의 원칙 위반"
매체에 따르면 참석자 대다수는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 15% 성과급 제도화가 상법과 자본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봤다.
최준선 명예교수는 "상법 제462조는 잉여이익을 일차적으로 주주에게 귀속하게 해놨는데, 이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임금·성과급을 한꺼번에 처리한다는 것은 어렵다"며 "근로자는 채권자로 대우받는데 성과급 제도화는 주주의 잔여 청구권과 맞바꾸는 개념"이라고 했다. 그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칙이 무너지는 것으로 상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조동근 명예교수도 "영업이익의 0.1%라도 성과급으로 제도화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서 벗어난다"며 "성과급은 고정 급여가 아닌 상여금이기에 제도화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홍 명예교수는 "주주 입장에서 보면 영업이익의 N% 성과급 제도화는 도덕적 해이"라며 "최초 영업이익에서 성과급을 빼는 것은 분식회계"라고 했다. 그는 "OPI와 생산성격려금(TAI)의 산정 방식이 복잡하다면 룰을 간소화할 일이지 영업이익의 15%를 고정하는 방식은 대법원 판례상으로도 불법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최 명예교수는 이사회의 역할도 짚었다. 그는 "주주·근로자·채권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관리하는 기구가 이사회"라며 "노조의 강압에 이사회가 굴복해 합리적 수준을 넘어서는 보상을 결정한다면 이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 위반이자 배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병훈 명예교수는 결이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법체계엔 상법뿐 아니라 노동법도 있다"며 "기업 운영에 대해 주주뿐 아니라 피고용 신분도 교섭할 수 있고 다툼이 생기면 분쟁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소득 개선 교섭을 하고 쟁의행위로 행동하겠다는 것은 노동법 원리에 비춰 위법 행위라면 국가가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반박했다.
■ "분배 정의 왜곡…노조 연대 의식 부족"
전문가들은 노조의 요구가 분배 정의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홍 명예교수는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으로 57조 2328억 원이 나온 것이 온전히 근로자의 기여로 된 것이냐가 첫 번째 공정성 문제"라며 "AI 특수라는 외부 요인과 정부의 인프라 지원 등이 복합된 결과임에도 이를 독식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손해가 나는 경우엔 나 몰라라 할 텐데 분배 정의에서 지극히 벗어난다"고도 했다.
조동근 명예교수는 "업황 개선과 거대한 AI 흐름으로 창출된 성과를 특정 사업부가 모두 자신의 기여분이라 주장하며 독식하려는 것은 심각한 모럴해저드"라며 "과거 분식회계로 파산한 미국 엔론 사태의 논리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이병훈 명예교수는 노조의 연대 의식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30여 년간 노사관계를 연구한 학자로서 "어마어마한 초과수익을 6만 명이 나눈다 해도 1인당 수억 원씩 돌아가는데, 이는 어느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10년 넘게 밤낮없이 일해야 겨우 만져볼 수 있는 소득"이라며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편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노조의 핵심 가치는 연대와 단결에 있는데, 현재 노조는 가치사슬로 얽혀 헌신한 수많은 하청업체와 지역경제 등은 전혀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며 "명분을 얻으려면 수익의 일부를 떼어내 사회적 약자나 하청업체와 나누겠다는 연대 의식을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내부 분열에 대해서도 "명분을 챙기기는커녕 노조끼리 쪼개지는 취약한 모습을 노출한 채 우리끼리만 독식하겠다는 이기적인 처사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성과급 제도화, 초고비용 사회 우려"
노조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 국가 경제 전체에 미칠 충격도 경고됐다.
이홍 명예교수는 "상여금이 임금화돼 고정비용으로 자리 잡으면 퇴직금 산정 기준이 치솟아 1인당 6억에서 10억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온다"며 "우리나라는 초고비용 노동사회로 갈 것이고 버티지 못한 기업들이 한국을 탈출하는 산업 공동화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1위인 삼성전자는 감당할 수 있어도 다른 기업들은 불가능하다고도 했다.

조동근 명예교수는 "미래도 보면서 협의해야 한다"며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면 경쟁 상대인) TSMC가 웃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가 자살행위를 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홍 명예교수는 삼성전자 측에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 등 매번 적자 사업부에도 보너스를 줬는데 EVA(경제적 부가가치)라는 방식을 이상하게 운영했다"며 "삼성전자가 실수한 것"이라고 했다. 이병훈 명예교수도 "삼성전자는 이미 일방적으로 OPI 제도를 운용해왔다"며 "직원들이 알지도 못하는 산식을 일방적으로 정해서 하는 것은 안 된다"고 지적했다.
■ "구간별 상한·RSU 확대가 현실적 대안"
해법으로는 구간별 성과급 상한제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확대가 제시됐다.
이홍 명예교수는 "현재 인센티브가 연봉의 50% 수준까지 묶여 있는데 이를 해제하되 일정 구간별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식은 가능하다"며 "50%, 70%, 90%, 110% 식으로 단계별 구간을 나눠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이익의 15%를 통째로 고정하는 방식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SU에 대해서는 이홍 명예교수가 "기존 RSU 제도가 일부 고성과자와 경영진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노동자들도 '내 회사'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주식을 공유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주식을 받겠다는 것은 결국 회사 성장에 장기적으로 함께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최준선 명예교수도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장기 인센티브 체계를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건 아쉬운 부분"이라며 RSU·스톡옵션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병훈 명예교수는 성과 배분 구조 자체를 노사가 함께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해외 기업들도 핵심 인재 유지를 위해 RSU나 스톡옵션 같은 장기 보상 체계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다"며 "플러스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마이너스 상황에서도 함께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초기 합의 과정에서 힘겨루기가 있더라도 상호 학습을 거쳐 명확한 분배 룰을 제도화해 갈등 비용을 줄이는 것은 필요하다"면서도 "문제는 노동이 플러스만 나누자고 할 것이 아니라 마이너스 실적이 발생했을 때 고통을 분담하고 회사를 살리는 데 책임지는 성숙한 태도도 갖춰야 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 초과이익 사회 환원 모델…찬반 엇갈려"
초과이익 일부를 공익 기금 형태로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도 논의됐으나 찬반이 엇갈렸다.
이홍 명예교수는 미국 록펠러재단·포드재단 사례를 거론하며 "노사 합의를 통해 공익법인 형태로 장기 기금을 운용하는 모델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록펠러재단은 석유 재벌 존 D. 록펠러가 1913년 설립해 공공보건·교육·기후·빈곤 문제 해결에 재원을 투입해 왔으며, 포드재단은 포드자동차 창업 가문이 조성한 공익재단으로 인권·교육·사회혁신 분야 지원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명예교수는 "국민과 협력업체,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만든 성과라면 일부를 사회적으로 활용하는 고민도 가능하다"며 "공익법인 형태로 운영하면 투명성 확보와 장기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했다.
반면 최준선 명예교수는 신중론을 폈다. 그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처럼 외국인 주주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글로벌 기업에서 초과이익을 별도 기금 형태로 사회 환원하자는 논의는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낯설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기업이 이미 법인세와 각종 세금을 부담하는 상황에서 추가 기금 조성까지 제도화하면 주주가치 훼손이나 사실상 이중과세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조동근 명예교수도 "성과 보상을 현금이 아닌 RSU 등 주식 기반으로 전환하는 대안에는 동의하지만, 기업에 이익이 났다고 국가나 외부 단체가 무리하게 기금 조성을 압박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병훈 명예교수는 거시적 관점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AI 대전환기, 로봇 도입 등으로 인한 대규모 일자리 상실 위기 상황"이라며 "일시적인 초과 이익을 단순히 나눠주기 방식으로 분배해선 안 되고, 산업과 고용 구조 재편을 돕는 펀드나 로봇세 도입 등 거시적인 분배 차원의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