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에 소주 공식 깨졌다…요즘 MZ 직원들이 꼽는 '의외의 회식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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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음주자 늘더니 바뀐 회식 문화
"회식인데 고기집 말고 어디 가면 좋을까요"

몇 년 전만 해도 낯선 질문이었다. 삼겹살에 소주, 이어지는 2차가 한국 직장 회식의 공식이었다. 그 공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직원이 늘었고, 저녁 이후 시간을 개인 시간으로 지키려는 분위기가 자리를 잡았다. 회식 자리가 바뀌자 패밀리레스토랑이 수혜를 보고 있다.
술이 줄고 저녁이 짧아졌다
한국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은 2015년 정점 이후 12% 감소했다.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빠른 감소세다. 소주와 맥주 같은 전통 주류의 판매가 줄고, 무알콜 맥주와 과일 탄산음료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저속노화 트렌드가 퍼지면서 건강 중심의 소비 패턴이 뚜렷해졌고, 음주를 수반하는 회식 문화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커졌다.
회식 형태도 달라졌다. 저녁 시간을 개인에게 돌려주고 점심시간을 활용해 함께 식사하는 점심 회식이 많은 직장인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체 부서가 참여하는 대규모 회식보다 두세 명 단위의 소규모 식사 자리가 친밀감을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술집이나 고기집이 아닌 장소를 찾는 수요가 자연스럽게 생겨났고, 패밀리레스토랑이 그 수요를 받아냈다.
왜 하필 패밀리레스토랑인가
패밀리레스토랑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다. 음료와 음식 자체가 메인이 되는 구조여서, 비음주자와 음주자가 같은 테이블에 앉아도 공백이 없다. 코스 형식으로 샐러드, 수프, 메인 요리, 디저트가 순서대로 나오는 방식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게 만든다. 2차가 없어도 식사 시간 자체가 충분히 길다. 가격대도 1인당 3~5만 원 선으로, 고기집에서 술까지 곁들였을 때와 비교하면 오히려 총 비용이 낮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팀원 각자가 원하는 메뉴를 고를 수 있다는 점도 회식 갈등을 줄이는 요소다.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아도 되는 식사 자리라는 점이 MZ세대에게 먹히고 있다.
아웃백이 꺼낸 카드, 씨즐링
이 흐름에서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가 내놓은 전략이 눈길을 끈다.

지난 11일 다이닝브랜즈그룹이 아웃백 명동점에서 공개한 신메뉴 '씨즐링(Sizzling)'이다. 230도의 뜨거운 플레이트 위에 스테이크가 올라오면서 육즙과 수분이 끓어오르는 소리가 난다. 잘려진 단면이 마이야르 반응으로 진한 색을 내며 하얀 증기를 피어올린다. 맛을 넘어 보고 듣는 즐거움까지 챙긴 메뉴다.
씨즐링 에디션은 샐러드와 수프를 시작으로 파스타, 스테이크, 디저트까지 이어지는 코스 구성이다.
스테이크는 230도 뜨거운 플레이트 위에 올라와 육즙과 수분이 끓어오르는 소리를 낸다. 잘려진 단면이 마이야르 반응으로 진한 색을 띠고 하얀 증기가 피어오른다. 맛 이전에 보고 듣는 즐거움부터 시작된다. 스테이크 소스와 겨자소스 두 가지가 함께 나오는데, 스테이크 소스는 육향을 살려주고 겨자소스는 깔끔하게 잡아준다. 같은 고기를 두 가지 방식으로 즐길 수 있어 질리지 않는다.

파스타는 아웃백의 공식 메뉴인 투움바 파스타다. 크림 베이스지만 매콤한 풍미가 더해져 느끼하지 않다. 무겁지 않게 먹을 수 있어 이어질 스테이크 코스를 망치지 않는다는 점이 코스 구성에서 중요하다.
씨즐링 감바스도 인상적이다. 마늘과 올리브오일, 매콤한 풍미가 어우러진 국물 안에 통통한 새우가 담겨 나온다. 새우 자체의 탄력이 살아 있고 소스가 진하다. 여기서 끝내면 아깝다. 남은 감바스 소스에 프라이드 라이스를 추가해 볶아달라고 하면 된다. 일반 볶음밥과 달리 감바스 특유의 알싸한 감칠맛이 밥에 배어들어 느끼함을 잡아준다. 한국인의 식사 마무리 공식인 볶음밥이 코스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셈이다. 이렇게 활용하면 한 세트로 3~4명이 먹기에도 양이 충분하다.
이번 에디션의 숨은 주인공은 디저트인 '씨즐링 브라우니 w.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다. 차가운 아이스크림 위로 뜨거운 초콜릿 시럽을 부으면 철판에서 끓는 소리가 난다. 꾸덕한 브라우니와 코코넛 칩이 식감을 잡아주고, 달콤함과 쌉싸름함, 차가움과 뜨거움이 한 접시 안에서 즐길 수 있다.

씨즐링 에디션의 2인 세트 가격은 16만 6000원이다. 스테이크·파스타·샐러드·감바스·디저트가 포함된 구성으로, 실제로는 성인 3~4명이 충분히 나눠 먹을 수 있는 양이다. 1인당 환산하면 4만~5만 원대로, 술까지 곁들이는 고기집 회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회식 문화가 바뀌면서 생겨난 새로운 수요를 누가 먼저 채우느냐의 싸움이기도 하다. 술 없이도 2시간을 채울 수 있는 코스, 보고 듣는 즐거움이 있는 메뉴, 한 사람도 소외되지 않는 구성. 패밀리레스토랑이 다시 직장인 회식 장소로 떠오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