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비밀이 있었네…동전 테두리에 '톱니바퀴' 모양이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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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 방지용 공정…영국 물리학자 뉴턴이 낸 아이디어

매일 손에 쥐고, 지갑 속에 넣고, 때로는 서랍 한 귀퉁이에 방치하는 동전. 그런데 그 동전의 옆면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50원, 100원, 500원짜리에는 어김없이 촘촘한 톱니 무늬가 새겨져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기 쉬운 이 작은 요철에는 긴 역사가 담겨 있다.

AI로 생성한 자료사진. 동전의 톱니바퀴 모양은 위조 방지 기능을 할 수 있다.
AI로 생성한 자료사진. 동전의 톱니바퀴 모양은 위조 방지 기능을 할 수 있다.

위조를 막으려는 인류의 지혜, 동전 테두리 톱니의 탄생

동전 테두리의 톱니 무늬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그 본질은 위조와 변조 방지다. 톱니의 개수를 정확하게 맞춰 새기는 작업은 고도의 기술력과 상당한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손쉽게 흉내 내기 어렵다.

이 발상의 시작은 17세기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7세기 영국은 은화를 주요 화폐로 사용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 은화의 액면 가치보다 실제 제작에 들어간 은 자체의 시장가치가 더 높은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이 틈을 노린 이들이 은화의 테두리를 조금씩 깎아내 그 부스러기를 팔아 이익을 챙기는 행위가 퍼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골머리를 앓던 영국 정부는 당대 최고의 석학들을 찾아 해결책을 요청하던 중 한 인물을 발견한다. 바로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유명한 '아이작 뉴턴'이었다. 뉴턴은 동전 테두리에 톱니바퀴 모양을 넣는 방안을 제안한다.

테두리에 톱니가 있으면, 누군가 동전의 가장자리를 조금이라도 깎아낼 경우 그 흔적이 즉각 드러난다. 훼손 사실이 눈에 띄기 때문에 변조된 동전을 유통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톱니는 화폐의 무결성을 외관으로 증명하는 장치다. 이렇게 뉴턴은 죽기 전 약 삼십 년 동안 왕립 조폐청장으로 근무하며 영국 통화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수행했다.

오늘날 동전은 금이나 은으로 제작되지 않지만, 지금도 테두리의 톱니는 살아있다. 변조 방지와 함께 동전 품위를 유지하고, 시각장애인이 촉각으로 동전의 종류를 구별할 수 있게 하는 기능적 역할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전 자료사진. / 연합뉴스
동전 자료사진. / 연합뉴스

한국 동전 종류 들여다보기

한국의 동전은 1원, 5원, 10원, 50원, 100원, 500원의 여섯 종류가 있다. 저액 주화인 1원·5원·10원은 테두리가 평면형이고, 고액 주화인 50원·100원·500원은 테두리가 톱니형이다. 위조의 실익이 크지 않은 소액 동전은 제조 비용 절감을 위해 민무늬로 만들고, 상대적으로 가치가 높은 동전에만 정밀한 톱니를 새기는 방식이다.

톱니의 개수는 동전마다 다르다. 50원화에는 109개, 100원화에는 110개, 500원화에는 120개의 톱니가 새겨져 있다. 이 숫자를 정확히 맞춰 새기는 공정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작업으로, 그 자체가 위조를 까다롭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

각 동전의 도안에는 한국을 상징하는 소재들이 담겨 있다. 1원화 앞면에는 나라꽃인 무궁화가 그려져 있다. 5원화에는 거북선이, 10원화에는 다보탑이 새겨져 있다. 50원화에는 벼이삭이 등장한다. 100원화는 우리 동전 중 유일하게 사람의 얼굴이 담긴 동전이다. 앞면에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가 새겨져 있다. 500원화는 현행 동전 중 가장 크고 무거운 동전이다. 앞면에는 학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르는 모습이 담겨 있다.

점점 사라지는 동전, 그 소중함을 다시 보다

동전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우리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7년에는 주화의 순발행량이 122억 원이었는데, 무려 501억 원의 제조비용이 투입됐다. 2020년에는 동전 제조 비용으로 181억 9000만 원이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단위가 낮은 주화일수록 제조비용이 주화 가치를 뛰어넘는다.

카드와 간편결제가 일상화된 시대에 동전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025년 발표한 '2024년 지급수단 및 모바일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금 이용 비중(건수 기준)은 2013년 41.3%에서 2024년 15.9%로 크게 줄었다. 성인 355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그렇다면 동전은 이제 완전히 사라져도 되는 존재일까. 꼭 그렇게 보기만은 어렵다. 고령층·어린이·외국인 등 카드 발급과 사용이 어려운 계층의 소비활동이 제약되는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현금은 디지털 인프라가 마비됐을 때 유일하게 작동하는 결제 수단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동전은 단순히 작은 금속 조각이 아니다. 디지털 사회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이들에게 여전히 중요한 경제 참여 수단이며, 시스템 장애나 재난 상황에서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다.

AI로 생성한 자료사진.
AI로 생성한 자료사진.

서랍 속 잠든 동전, 이렇게 활용하자

이러한 동전들은 집 안에서 그냥 방치해두지 말자. 막막하다면, 다음의 방법들을 참고할 만하다.

첫째, 동전을 종류별로 분류해 모아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지갑에 동전 지퍼 칸을 따로 두거나, 투명한 유리병이나 저금통에 종류별로 넣어두면 나중에 활용하기 훨씬 쉽다.

둘째, 은행 등을 이용해 지폐나 계좌로 교환하는 방법이 있다. 단, 영업점마다 동전 교환 가능 여부와 시간대, 방식이 다를 수 있으므로 방문 전 해당 기관에 미리 확인하는 것이 헛걸음을 줄이는 방법이다.

셋째로 모든 동전을 교환하기 전에 발행 연도를 한 번쯤 살펴보는 것이 좋다. 특정 연도에 발행된 동전은 희귀성 때문에 액면가를 훨씬 웃도는 수집 가치를 지니기도 한다. 발행 연도를 확인한 뒤, 가치 있는 동전은 따로 보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넷째, 동전을 일상 소비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편의점이나 재래시장, 자판기 등에서 잔돈을 동전으로 지불하면 굳이 은행까지 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순환시킬 수 있다.

기부 목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거리나 마트 등에 비치된 기부 저금통에 동전을 넣는 것도 의미 있는 나눔이 될 수 있다.

오늘날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동전의 일상적 존재감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나 동전을 만드는 데 드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 정밀한 제조 기술,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역사를 생각한다면, 주머니 속 작은 동전 하나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달라질 것이다.

home 오예인 기자 yein5@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