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종료... 서로 각별한 척했지만 중요 쟁점은 하나도 해결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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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 무역 합의 포장 속 전략적 이익 차이 여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miss.cabul-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miss.cabul-shutterstock.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마쳤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번 만남은 전략적 경쟁 속에서도 서로의 이익을 존중하는 안정적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관리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한 자리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주요 기업인들과 함께 중국을 방문한 뒤 훌륭한 무역 합의를 이뤘다며 경제적인 성과를 강조했다.

반면 시 주석은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과 대등한 위치를 확립하고 이른바 주요 2개국(G2)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는 데 집중했다.

중요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약 9년 만에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도 두 나라 사이의 구체적인 합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이란과 대만 문제 등 핵심적인 사안에서 양측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안에 두 정상이 다시 만날 예정이지만 핵심 이익을 둘러싼 근본적인 갈등과 구조적인 대립 관계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엇갈린 행보의 두 정상

미국과 중국은 작년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시작 직후부터 무역 문제를 두고 강하게 부딪혔다. 하지만 작년 10월 부산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더 큰 싸움을 피하고 관계를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양국의 관세 전쟁과 핵심 광물인 희토류 수출 통제 갈등은 이때부터 휴전 상태에 들어갔다. 이번 베이징 방문에서도 두 정상은 이러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안정적인 상호주의를 통해 협력 관계를 만드는 것이 서로에게 유리하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이후 지지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를 안정시켜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시 주석 역시 부동산 시장의 어려움과 소비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경제의 안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중난하이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차담에서 중국과 환상적인 무역 합의를 이뤘다고 힘주어 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경제 분야에서 확실한 성과를 거뒀다는 점을 미국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메시지인 셈이다.

이에 앞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생산한 항공기와 대두, 에너지 수출은 물론 서비스,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 시장의 개방을 이끌어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으로부터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받았다고 주장했다.

회담 자리에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이례적으로 동석한 사실은 이번 중국 방문의 핵심이 철저히 무역과 경제적 이익 창출에 맞춰져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중국이 거대한 선물을 안겼던 9년 전과 비교할 때 구체적인 투자나 구매 규모가 명확히 발표되지 않은 점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중국의 위상을 보여준다.

시 주석은 차담에서 중미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라는 새로운 지위를 확정했다고 선언하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등한 경쟁을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전날 열린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이 강대국 간의 충돌 위험을 경고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언급하며 신흥 강대국에 대한 인정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이 이제는 국제 사회를 이끄는 G2로서 확고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

두 정상은 이처럼 정치적인 수사를 사용해 회담의 결과를 국내외에 자신들의 성과로 포장했다. 아울러 상호주의에 입각한 거래 관계를 강조하면서 개인적인 친분을 드러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시 주석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목표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미국의 구호가 함께 갈 수 있으며 양국의 발전이 세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두 나라의 관계가 전례 없이 좋아질 것이며 함께 멋진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존경하는 친구라고 부르며 두 사람이 10년 넘게 알고 지낸 각별한 사이임을 강조했다. 대니얼 크리텐브링크 전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이번 회담의 가장 중요한 열쇠말을 '안정'으로 꼽으며 당분간 양국이 이 상태를 유지하기를 원하고 이는 기업들에게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풀리지 않은 핵심 갈등

경제적인 측면의 과시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였던 이란과 대만 문제에서는 실질적인 합의를 찾지 못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양측은 각자의 일방적인 주장만 펼쳤을 뿐 공식적인 문서를 통한 합의점 도출에는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이 이란 문제에 대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란의 전쟁 상황 종료와 핵무기 보유 금지,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을 촉구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공동 대응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이란에 군사 장비를 지원하지 않고 해협 개방을 돕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 역시 두 정상이 이란의 핵무기 개발 금지와 해협 통행료 반대에 뜻을 모았다고 발표했지만, 중국 측의 공식 발표에는 이러한 내용이 빠져 있어 뚜렷한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중국 외교부는 이란 전쟁이 빨리 끝나야 한다는 원칙적인 입장만 강조했고, 핵 문제의 경우 대화와 협상을 통해 모든 국가의 입장을 고려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며 미국의 발표와 거리를 두었다.

대만 문제를 둘러싼 양국의 시각 차이는 더욱 컸다.

시 주석은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대만 문제를 잘못 다루면 두 나라가 충돌하거나 분쟁에 휘말려 관계가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대통령의 얼굴 앞에서 직접 충돌의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방문 기간 내내 대만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대신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언론을 통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함이 없으며 힘으로 상황을 바꾸려는 어떠한 시도도 양국에 나쁠 것이라고 견제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대만 문제, 미국은 이란 문제에 집중하고 있으며 서로 각자의 이익만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미국의 인공지능용 첨단 반도체 기술 통제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등 상대방의 약점을 겨냥한 핵심 이익 사안 역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두 정상이 오는 9월 미국 워싱턴에서 다시 만나 올해에만 최대 네 차례 회동을 가질 예정이지만, 근본적인 대립 구조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패트릭 크로닉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 의장은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에 깔린 근본적인 긴장과 전략적 경쟁 구도를 풀어내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