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네 달 전에 개봉했는데…오늘 넷플릭스에 뜬 '최신' 한국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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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살리기 위한 극단적 선택, 납치범과 인질의 반전 공조
폐쇄 공간 속 세 배우의 연기 차력쇼, 감정의 층위를 드러내다

납치 스릴러 장르의 한국 영화 '시스터'(배급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 CJ CGV)가 15일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지난 1월 28일 극장 문을 열었던 작품이 네 달도 채 되지 않아 전 세계 스트리밍 플랫폼 위에 올라선 셈이다.

영화는 누적 관객 7만 명을 끌어모은 작품으로, 박스오피스 성적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개봉 당시 "세 배우의 연기 차력쇼"라는 평을 받은 작품이다.

'시스터' 스틸컷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 CJ CGV
'시스터' 스틸컷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 CJ CGV

언니를 납치한 동생

2009년 영화 '앨리스 크리드의 실종'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단순하지만 날카로운 스토리로 이목을 끈다. 동생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이복언니를 납치하기로 한 해란(정지소), 모든 납치극을 설계한 태수(이수혁),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폐쇄 공간에 갇힌 인질 소진(차주영). 등장인물은 단 세 명이다. 87분 러닝타임 동안 이 세 사람이 영화를 통째로 이끈다.

소진이 납치범 해란이 자신의 이복동생임을 알아차리면서 영화는 급격히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태수를 상대로 비밀 공조를 시작하고, 그 안에서 두 사람 사이의 균열과 감정의 변화가 층층이 드러난다.

2층 구조 건물을 무대로 삼아 밀폐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한 연출도 눈에 띈다. 2층집의 구조를 활용해 폐쇄된 장소의 특성을 적절히 활용하고 납치극을 벌이는 와중에 납치범과 피해자가 물밑으로 공모하는 상황이 긴박하게 그려진다.

'시스터' 스틸컷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 CJ CGV
'시스터' 스틸컷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 CJ CGV

'시스터'는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아니다. 2009년 영국 영화 '앨리스 크리드의 실종'을 원작으로 삼는다. J 블레이크슨 감독이 연출한 원작은 젬마 아터튼, 마틴 콤스턴, 에디 마산 세 명만으로 꽉 채운 밀실 납치극으로, 당시 저예산 스릴러의 걸작으로 평가받았다.

두 납치범이 부잣집 딸 앨리스를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지만, 인질과 납치범 중 한 명 사이의 숨겨진 관계가 드러나면서 내부에서 균열이 생기는 구조다. 세 인물 간 힘의 역학이 뒤집히고 반전이 겹치는 틀 자체는 '시스터'와 거의 같다.

진성문 감독은 이 뼈대를 가져와 이복자매라는 관계로 재설정했다. 원작의 납치범-피해자가 옛 연인 관계였던 것과 달리, '시스터'에서는 혈연이라는 끈을 중심에 놓는다. 가족이기에 생기는 복잡한 죄책감, 배신감 그리고 연민이 이 영화의 감정적 온도를 결정한다.

단순히 탈출 스릴러에 머물지 않고 두 여성 사이의 관계 드라마로 층위를 쌓으려 한 시도다. 원작 대비 어느 지점이 더 설득력 있고 어느 지점이 덜 효과적인지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이 작품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다.

정지소, '기생충' 다혜에서 납치범 해란으로

해란 역을 맡은 정지소는 이 영화에서 가장 복잡한 감정선을 짊어진다. '기생충'의 다혜 역으로 얼굴을 알린 그는 드라마 '방법', '더 글로리', '수상한 그녀'를 거쳐 스펙트럼을 넓혀온 배우다.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에서는 본능적인 액션 연기를, '태양의 노래'에서는 가창력까지 선보이며 장르를 가리지 않는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시스터'에서 해란은 단순한 납치범이 아니다. 동생을 살리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인물이자, 소진과의 관계가 밝혀지는 순간 전혀 다른 결을 드러내는 역할이다. 관계의 균열과 감정 변화를 입체적으로 풀어내며 서사의 중심을 잡는다. 정지소는 해란이 기본적으로 힘이 센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액션 장면에서 선배들과 대역 배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이수혁, 절제된 빌런의 압도적 아우라

납치극의 설계자이자 실질적 주도자인 태수 역은 이수혁이 맡았다. 드라마 '우씨왕후', '내일', 'S라인'에서 안정적인 연기를 쌓아온 그가 이번에는 서늘하고 통제적인 빌런으로 변신했다. 그덕에 "극강의 빌런인 태수… 등장할 때마다 진심으로 흠칫했다"는 관객 반응이 CGV에 쏟아졌다. 깊이 있는 목소리와 절제된 표현이 인물의 압도적 아우라를 만들었다는 평이다.

해란과 함께 납치를 주도하다 소진의 반격을 받는 구도에서 이수혁은 단순한 악당을 넘어 내러티브의 긴장을 쥐고 흔드는 역할을 맡는다. 이수혁은 태수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기 위해 감독과 상의하며 액션의 수위와 합을 조율했고, 분장과 체중 감량에도 신경 썼다고 밝혔다.

'시스터' 포스터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 CJ CGV
'시스터' 포스터 / 스튜디오 산타클로스 엔터테인먼트, CJ CGV

차주영, 인질에서 균열을 만드는 변수로

'더 글로리'로 대세 배우 반열에 오른 차주영이 인질 소진으로 분한다. 드라마 '원경'과 영화 '로비'에서 카리스마 있는 존재감을 입증한 그가 이번엔 납치당한 피해자로 출발해 극 전체의 흐름을 바꾸는 핵심 변수가 된다.

존재조차 몰랐던 이복동생에게 납치된 소진이 해란의 정체를 알아챈 뒤 어떤 선택을 하는지가 영화의 두 번째 층위를 이룬다. 납치 장소에서 변기 물이 잘 내려가지 않는 설정이 등장하고, 이후 그 요소가 특정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는 평도 나왔다. 차주영은 현장에서 과격한 액션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아 리허설 시간을 늘려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진성문 감독의 장편 데뷔작

'시스터'는 단편 영화 '안부'로 주목받은 진성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단편에서 인물 간 관계의 섬세한 결을 잡아낸 감독이 장편에서 선택한 무대는 폐쇄 공간의 납치극이다. 큰 예산 없이 소수의 인물로 밀도를 끌어올리는 방식은 데뷔작 특유의 제약을 장점으로 바꾼 선택에 가깝다.

진성문 감독은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관람 포인트로 꼽으며, "관객 역시 내가 저 안에 있으면 어떤 선택을 할까”를 생각하며 인물의 선택을 따라가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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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반응은 갈렸다. 관객들은 “호불호 있는 소재인데 몰입력이 뛰어났다”, “배우들 연기가 좋았다”, "몰입이 잘돼서 보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다"는 호평을 하기도 했다. 반면 탈출 과정의 긴장감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플랫한 구성으로 차린 세련된 영화"라는 평처럼, 이 작품은 폭발보다 밀도를 택한다.

세 배우의 몰입력 높은 연기는 훌륭하지만 폭력을 동반한 갈등 신이나 개연성이 부족한 일부 전개가 아쉬움을 남긴다는 시각도 있다.

영화는 개봉 첫날 관객 1만 1182명을 동원하며 동시기 개봉 한국 영화 중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기도 헀다. 다만 누적 관객 7만 명, 평점은 6.89점은 다소 아쉬운 성적표다. 블록버스터 없이 소규모 스릴러가 극장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은 지금 환경에서 넷플릭스 공개는 사실상 이 작품의 두 번째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구독형 OTT로 넘어간 영화 대부분이 개봉 후 약 1~3개월 만에 공개돼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스터'의 넷플릭스 상륙은 통상적인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 '시스터'는 지금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가능하다.

다음은 5월 4일~5월 10일 넷플릭스 투둠 국내 영화 부문 톱 10

1. '비스트'

2. '메모리'

3. '히트맨 2'

4. 'APEX'

5. '아노라'

6. '바람'

7. '친애하는 나의 킬러'

8. '구룡성채 무법지대'

9. '블라인드'

10. '휴민트'


home 유민재 기자 toto7429@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