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보다 싸고 맛있다…고물가 시대에 미국인들이 빠져버린 ‘한국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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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짠 식감의 마법, 분식이 바꾼 K-푸드의 미국 지도
미국 뉴욕 맨해튼과 로스앤젤레스(LA) 한복판에서 기이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다.

점심시간이면 길게 늘어선 줄 끝에는 노란 소스와 하얀 설탕이 뿌려진 꼬치 하나를 손에 든 미국인들이 가득하다. 우리가 흔히 ‘핫도그’라 부르는 한국식 콘독(Corn Dog)이 미국 전역을 뒤흔들고 있다. 단순히 한인 타운에서만 팔리던 간식이 이제는 현지 주류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 미국인들 홀린 ‘식감’의 승리
미국식 콘독은 보통 옥수수 가루 반죽을 입혀 부드럽고 푹신한 맛을 낸다. 반면 한국식 핫도그는 밀가루와 찹쌀가루를 섞은 반죽에 빵가루를 입혀 튀겨낸다. 바삭한 겉면과 쫄깃한 속살이 대비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감자나 고구마 조각을 붙여 튀긴 ‘만득이 핫도그’는 미국인들에게 시각적인 충격을 줬다. 감자튀김과 소시지를 한 번에 먹는 기발함에 현지인들은 열광했다. 특히 반죽 안에 소시지 대신 모차렐라 치즈를 가득 채운 제품은 소셜미디어(SNS)에서 ‘치즈 늘리기’ 유행을 일으키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미국 젊은 층 사이에서는 틱톡이나 인스타그램에 핫도그를 먹는 영상을 올리는 일이 유행처럼 번졌다. 설탕을 뿌린 핫도그 위에 케첩과 머스터드를 격자로 뿌린 모습은 이른바 ‘인생샷’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한국인들에게는 익숙한 설탕과 소스의 조합이 미국인들에게는 ‘단짠(달고 짠 맛)’의 정점으로 받아들여졌다.
떡볶이와 김밥까지... ‘분식’이 바꾼 K-푸드 지도
핫도그의 성공은 다른 분식 메뉴로 옮겨갔다. 과거 한국 음식 하면 소갈비나 비빔밥 같은 정식 메뉴를 떠올렸지만 이제는 떡볶이와 김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특히 냉동 김밥의 인기는 유통업계에서도 화제다. 미국의 대형 식료품점인 ‘트레이더 조’에서 출시한 냉동 김밥은 판매 시작과 동시에 품절 사태를 빚었다. 틱톡에서 한국계 미국인이 냉동 김밥을 해동해 먹는 영상이 수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자 미국인들이 마트로 달려간 결과다. 김을 검은 종이라 생각하며 기피하던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떡볶이 역시 매운맛에 도전하는 ‘챌린지’ 문화와 결합하며 인기 품목이 됐다. 컵 떡볶이 형태의 간편식은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한국산 제품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매운 고추장 양념에 치즈나 크림을 섞어 현지인들이 먹기 좋게 조절한 제품들이 보탬이 됐다. 분식은 이제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에게 훌륭한 한 끼 식사 대용으로 인정받고 있다.
왜 지금 미국인가? K-콘텐츠가 밀어준 기회
이런 열풍 뒤에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힘이 숨어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나 여러 K-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길거리 음식을 먹는 장면이 노출되면서 한국 분식에 대한 호기심이 극에 달했다. 화면 속 인물들이 맛있게 먹던 음식을 직접 맛보고 싶어 하는 욕구가 실제 소비로 이어진 것이다.
또한 개인의 취향을 중시하는 미국 시장의 특성도 한몫했다. 한국식 핫도그는 안에 들어가는 재료(소시지 치즈 어묵 등)와 겉면에 붙이는 토핑(감자 고구마 라면 땅콩 등) 그리고 소스까지 수십 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소시지나 할랄 인증 재료를 사용하는 등 현지 맞춤형 전략을 펼친 것도 주효했다.
프랜차이즈 확산... 한국인 사장님들의 새로운 도전
현재 미국에는 ‘명랑핫도그’ ‘투핸즈(Two Hands)’ ‘모치넛(Mochinut)’ 등 한국식 핫도그를 내세운 프랜차이즈 매장이 수백 개 넘게 들어섰다. 캘리포니아와 뉴욕 같은 대도시를 넘어 텍사스나 조지아 같은 내륙 지역까지 뻗어 나가고 있다.

현지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관계자들은 핫도그가 다른 음식에 비해 준비가 쉽고 회전율이 빨라 사업성이 좋다고 말한다. 꼬치 하나에 5달러에서 7달러 사이인 가격대도 미국 외식 물가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라 경쟁력이 높다. 인건비 상승으로 고민하는 현지 점주들에게 조리법이 간단한 핫도그는 매력적인 창업 아이템으로 꼽힌다.
반짝 유행 넘어서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과제
분식 열풍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품질 관리와 현지화가 중요하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사 먹던 소비자들도 결국 맛이 없으면 다시 찾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글루텐 프리 반죽이나 저염 소시지를 사용하는 등 건강을 생각하는 미국인들의 입맛을 잡으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식 핫도그와 분식은 이제 미국인들에게 ‘이국적인 별미’를 넘어 일상적인 간식으로 스며들고 있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먹던 우리네 문화가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재현되는 중이다. 2026년 현재 미국 거리에서 만나는 고소한 기름 냄새와 달콤한 설탕 향기는 K-푸드가 세계인의 입맛을 어떻게 사로잡았는지 보여주는 선명한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