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공업계 판도 바뀐다... 세계 10위권 초대형 한국 항공사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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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완료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 항공산업을 덮친 2020년 11월 시작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작업이 마지막 고비를 넘었다. 양사는 14일 합병 계약을 체결하고 오는 12월 17일 법인 통합을 목표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다. 1988년 설립 이후 38년간 대한민국 하늘을 함께 누볐던 아시아나항공이라는 이름은 그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대한항공 여객기 /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 여객기 / 대한항공 제공

5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미국·유럽연합·일본 등 14개국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차례로 통과해야 했고, 공적자금 3조6000억원의 상환도 마무리해야 했다. 국내 항공산업 역사상 전례 없는 규모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합병의 출발점은 ‘위기’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정부와 채권단이 항공산업 안정화를 위해 총 3조6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투입했고, 2020년 11월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하면서 통합의 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후 행보는 지난한 과정의 연속이었다. 2020년 12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신주인수 계약금 3000억원을 납입했고, 2021년 1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및 해외 13개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튀르키예·대만·태국·필리핀·말레이시아·베트남 등 6개국이 2021년 중 승인 또는 심사를 종결했고, 싱가포르·한국·호주·중국이 2022년, 영국이 2023년, 일본과 유럽연합·미국이 2024년 각각 승인했다. 미국 법무부가 마지막으로 합병을 승인한 것은 2024년 12월이었고, 같은 달 12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63.88%를 취득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그리고 14일, 합병 계약이 체결됐다. 대한항공은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고, 지원받은 공적자금을 전액 상환했다.

합병 방식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흡수하는 형태다.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령에 따른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대한항공 1 대 아시아나항공 0.2736432로 산정됐다. 기준시가는 최근 1개월간 가중산술평균 종가, 최근 1주일간 가중산술평균 종가, 이사회 전일 종가를 합산해 3으로 나눈 값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자본금은 약 1017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자산과 부채, 권리 의무, 임직원 전체를 승계하게 된다.

주목할 점은 이번 합병이 주주 권익 보호 측면에서도 세심하게 설계됐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자사 ESG위원회가 특별위원회 기능을 수행해 합병의 거래 조건 공정성 등을 별도 심의했다.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를 통해 합병 가액의 적정성과 산정 방식의 공정성을 검토하고, 전반적인 절차의 적정성과 주주 이익 보호 체계를 검증했다. 합병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우려도 제한적이다.

합병 절차는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대한항공은 이날 합병 계약 체결 직후 국토교통부에 합병 인가를 신청했다. 다음달 중에는 항공 안전 관련 운영기준(OpSpecs) 변경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이는 합병 후 존속하는 대한항공의 기존 운항증명(AOC)을 유지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항공기 및 안전 운항 시스템 전반을 대한항공의 운영 체계 안으로 통합하기 위한 법적·행정적 절차다. 국내 인허가 절차가 완료된 이후에는 해외 항공당국을 대상으로도 운영기준 변경 등 필요한 절차를 순차적으로 밟는다. 아시아나항공은 8월경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을 최종 결의한다. 대한항공은 소규모 합병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이사회 결의로 주주총회를 갈음한다.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활주로에서 여객기가 이륙 준비를 하는 모습. / 뉴스1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활주로에서 여객기가 이륙 준비를 하는 모습. / 뉴스1

통합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안전 운항 체계의 일원화다. 두 항공사가 각자 운용해온 항공기와 운항 시스템을 대한항공의 운항증명 체계 안으로 통합하는 작업이 기술적으로 가장 복잡한 과정이다. 대한항공은 이를 위해 서울 강서구 본사 종합통제센터(OCC)와 객실훈련센터, 항공의료센터를 리모델링하고 업무 시스템을 개편했다. 양사 운항승무원 훈련 프로그램도 표준화를 마쳤다. 엔진 테스트 셀(ETC), 신 엔진 정비 공장, 인천국제공항 인근 정비 격납고 등 대규모 정비 시설도 확장 또는 신축 중이다. 동계 스케줄부터는 사실상 통합 운영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합병이 만들어낼 시너지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노선 네트워크의 확장이다. 현재 양사가 중복 운항하는 노선, 특히 중국·동남아·미주 주요 환승 노선의 경우 두 항공사가 각자 취항하면서 탑승률이 분산되는 비효율이 존재한다. 통합 이후에는 중복 노선을 재배치하고 신규 노선을 개발해 환승 수요를 효율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통합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비슷한 시간대에 몰려 있던 항공편을 오전·오후로 분산하고, 여유 항공기를 활용해 신규 노선 개설에도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NH투자증권은 주요 환승 노선의 탑승률이 1%포인트 개선될 경우 연결 기준 800억~120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비용 구조 측면에서도 개선 여지가 있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의 RASK(좌석 킬로미터당 수익) 대비 CASK(좌석 킬로미터당 비용, 연료비 제외) 비율이 66%인 데 비해 아시아나항공은 75%였다. 통합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비용 구조가 대한항공 수준으로 개선되면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항공기 정비와 지상조업, 기내식, 해외 영업망 등 양사가 각각 유지해온 중복 인프라를 통합하면 규모의 경제 효과도 기대된다.

인천국제공항의 허브 기능 강화도 통합이 기대 효과 중 하나다. 2023년 기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양사가 인천공항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여객편 편수의 35%, 여객 수의 38%에 달한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은 2026년 1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로 이전을 마쳤다. 통합 이후 기단과 노선이 확대되면 인천공항을 경유하는 환승 수요가 늘어나고, 공항 전체의 국제적 위상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10위권 메가캐리어의 탄생이 인천공항을 동북아 허브로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활주로에서 여객기가 이륙 준비를 하는 모습. / 뉴스1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활주로에서 여객기가 이륙 준비를 하는 모습. / 뉴스1

글로벌 항공사 위상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단과 노선망이 하나로 합쳐지면 여객 수 및 운항 규모 기준으로 세계 10위권 안팎의 메가캐리어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항공산업은 규모의 경제가 확실한 산업이다. 몸집이 클수록 비용을 지출할 때 협상력이 올라가고 노선 및 기재 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으며 다각화된 노선 및 네트워크로 외형 확장도 손쉽게 이뤄낼 수 있다.

항공 동맹 체계도 재편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루프트한자·ANA·싱가포르항공 등 25개 항공사가 포함된 세계 최대 항공 동맹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었다. 통합 이후에는 대한항공이 창립 멤버로 있는 스카이팀으로 일원화된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보유한 고객들의 스타얼라이언스 항공편 이용은 오는 12월 17일 이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는 합병 후 10년간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1대1 비율로 전환할 수 있으며, 통합 전까지는 기존대로 사용 가능하다. 양사 마일리지 통합 방안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당국과 협의 중이며, 확정되는 대로 고객에게 안내할 계획이다.

고객 서비스 측면에서는 공항 라운지 리뉴얼, 기내식 개편, 공항 터미널 이전 등이 이미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중복 노선 재배치와 신규 노선 개발을 통해 고객 선택지를 넓히는 한편 통합 항공사 출범 직후 운항상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력 통합은 어떻게 될까. 대한항공은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통합 이후 일부 중복 인력 발생이 예상되지만 정년과 자연 감소분 등을 감안하면 구조조정 없이 인력 재배치가 가능하다고 대한항공은 밝히고 있다.

합병 이후의 그림은 FSC 통합에서 끝나지 않는다. 대한항공 계열 진에어와 아시아나 계열 에어부산·에어서울도 2027년 1분기를 목표로 진에어로 통합될 예정이다. 통합 진에어는 단숨에 제주항공을 넘어 LCC 업계 선두에 오르게 된다. 38년간 이어온 국내 양대 FSC 체제가 막을 내리고, LCC 경쟁 지형도 새롭게 재편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LCC 통합을 위한 경쟁당국 심사가 FSC 합병만큼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